별 일이 없어도 세상은 지옥인데 코로나까지 세상을 덮쳤다. 초복과 중복 사이, 연일 폭염주의보 아니면 폭염경보다. 그 속을 얼굴엔 마스크를 왼쪽 손목엔 미밴드를 낀 내가 걷고 있다. 걸으면서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이런 좆같은 세상에 태어난 내가 불찰이다, 시발.'이다. 


매일 5-6km 사이를 걷는다. 왜 걷냐면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싶어서! 덥고 짜증이 나다가도 바람이 불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창문을 닫고 주야장천 에어컨이다. 나에게는 잔잔한 바람이 필요하고 그래서 걷는다. 좆같은 세상이지만 그래 바람이 있으니 참고 산다.


오늘 밤 잠들면 고통 없이 편하게 죽을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서 내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서 싹 지워져 버릴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편을 택할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존재하지 않아서 내 고통의 원인 제공자인 부모 등등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면 나는 그걸 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빨간약 파란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구원은 영화 속에나 있는 것이므로 나는 대신 걷는다. 


아버지는 영화를 볼 줄 모른다. 늘 하는 말은 '저거 다 가짜잖아.'이다. <택시운전사>나 <1987> 같은 실화 배경의 영화를 봐도 실화를 큰 줄거리로 하는 가짜라고 해버린다. 그리고는 되돌이표처럼 김영삼은 정말 대단한 정치가였으며 요즘은 그런 사람이 없다. 나라가 망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나는 인생을 살 줄 모른다. 늘 하는 생각은 '태어나지 않으면 되었을 것을...'이다. 세상은 언제나 지옥이고 그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죽거나 태어나지 않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으로 무슨 기대로 애를 낳아서 애를 고생시키나..악취미... 이런 생각만 가득하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고장 난 라디오처럼 중얼대면 아버지는 "다 자기 먹을 건 가지고 태어난다."라고 한다. 무책임한 꼰대의 헛소리다. 오늘 하루도 아버지가 사는 이 지역사회의 청소년 몇 명이 자살을 시도했으며 그중 몇 명이 자살에 성공했는지 알고서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시절이 올 거라는 기대를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다. 연일 폭염이지만, 한 줄기 바람을 기대하면서 걷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