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02 금.
1. <찬란한 내일로> 2024.05.29. 개봉.
감독 & 주연 : 난니 모레티
이 영화에 의하면 난니 모레티는 슬링백을 싫어한다.
슬리퍼도 아닌데 뒤꿈치가 보이는 신발이라는 이유로.
슬링백을 비난하는 장면에서 난 슬링백을 변호해주고 싶었다.
슬링백의 장점: 새것일 때도 뒤꿈치 까질 위험이 거의 없다 (펌프스의 해악, 뒤꿈치 까짐)
슬링백의 단점: 뒤꿈치가 덜렁 거릴 경우 계단을 내려갈 때 뒷 굽 소리가 매우 요란한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슬링백은 뒤꿈치 까짐을 예방해 주는 매우 훌륭한 발명품이니 비난하지 마시길!
(지금 생각해 보니 여배우가 신었던 구두는 슬링백이 아닌 앞이 막힌 뮬이었던 같기도.)
이런 남편과는 이혼만이 답!
평생 같이 영화를 제작해 온 부인은 성불할 듯!
왜 느닷없이 크리스토퍼 놀란 생각이 나지?
엠마 토머스 : 영화제작자, 놀란 영화 다수를 제작함. 놀란과 부부 사이.
자막.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p.s 난리 모레티는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감독이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를 보고 좋아하게 됨.
이런 남자가 배우자면 싫은 듯, 하지만 친구라면 졸라 웃기고 좋을 듯.
한마디로 엉뚱하고 매우 웃김.
2. <퍼펙트 데이즈> 2024.07.03. 개봉
감독: 빔 밴더스
수상내역: 2023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남주 야큐쇼 코지는 대사가 거의 없다. 과묵한 사람이라는 설정.
그렇다면 화장실 청소 연기로 연기상 받은 것이다.
이것이 대배우의 실력인가 싶지만서도 남자 배우는 연기상 받기 참 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여운 것들>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엠마 스톤 생각이 많이 났다.
엠마 스톤은 아쿠쇼 코지의 남우주연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 역시 좆이 트로피다 하는 생각을 했을 듯.
1945년 독일에서 태어난 빔 밴더스 감독은
일본의 선진 공용 화장실 문화에 감동하여
이 영화를 찍게 된다.
이 영화는 화장실 인심이 각박한 선진 유럽 국가들이 꼭 봐야 하는 영화다.
한 마디로 공공복지로서의 무료 공중화장실에 대한 홍보 영화다!
이에 더하여 이 영화는
고인물을 넘은 썩은물 영화이기도 하다.
카세트테이프(루 리드, 패티 스미스 등등 ㅎㅎ)와 문고판 헌책,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
요즘 애들은 올림푸스라는 브랜드 알까?
아직도 생생한 올림푸스 광고 속 전지현!
하지만 나는 전지현보다 김민희를 더 좋아해서 파인픽스 샀지롱.
후지 파인픽스 디카는 아이리버 N10(목걸이형 디자인으로 모두를 심쿵하게 했던 전설의 mp3)와 함께
전자기기 보관함에서 영구 소장 중.
이 영화의 주제, 감독이 가장 공들이 장소는 주인공 히라야마의 침실이다.
이런 침실은 돈으로는 결코 살 수도 꾸밀 수도 없는
오직 한 인간의 덕력과 취향의 결과물일 때만 가능한 것!!!!
영화 시작할 때 4단인가 5단 서랍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분명 가난한 청소부 설정인데
원목 서랍장은 분명 고급 목재로 맞춤한 듯한 포스여서 이게 뭐야 싶었다.
하지만 고급 맞춤 가구는 서랍장 하나뿐이 아니었다.
마치 빌트인인 듯 나란히 있는 책장과 카세트장은 더 수상쩍게 고급져 보였다.
이 영화 이전의 환상적인 책장은 영화 <다가오는 것들>과 <어느 멋진 아침>이었는데
<퍼펙트 데이즈>의 하라야마의 침실 책장이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다.
결정적 차이는 책장의 규모다.
두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과 <어느 멋진 아침>의 책장 소유주들은
철학 혹은 문학을 하는 교수나 교사로 엄청난 양의 책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책들의 수준이나 소장 가치도 장난이 아니다.
매우 대조적으로 이 영화에서는 공공 화장실 청소부의 문고판 헌책으로 가득한 작은 책장.
내 책장의 어수선함의 원인이 뭘까를 생각하며 세 영화의 책장과 비교해 봤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갈한 책장 연출의 비결은 책의 가로길이와 책장의 폭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
책의 가로길이와 책장의 폭이 같다는 것이 세 영화 속 책장의 공통정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기성품으로 판매되는 책장은 책을 꽂아도 여분이 꽤 남는다.
그것이 지저분해 보이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함.
역시 맞춤 책장만이 정답.
영화 속 히라야마는 카세트테이프의 규격이 완벽하게 맞는 수납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알바 알토(핀라드의 천재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북유럽st의 아버지랄까)하우스(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가구들로 채워진 알바 알토 생각)보다 멋졌다. (ps. 알바 알토 생가 견학 해 봄. 추억의 헬싱키 여행)
이 영화는 또한 tv와 스마트폰이 없는 디지털디톡스 라이프 그 자체인 히라야마의 갓반인 다큐이다!!!!!
또한 화장실청소부판 <패터슨>이랄까.
패터슨이 시를 쓴다면 히라야마는 매일 필름 카메라로 빛을 찍는다.
약간 영화 <스모크>(이 영화도 정말 아름답지)가 생각났다.
무함마드 빈 살만과 화장실청소부 히라야마 중에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히라야마를 택할 거다.
히라야마의 매일은 퍼펙트하니까!!
3. <데드풀과 울버린> 2024.07.24. 개봉.
<아이언맨 1>을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 더 이상의 히어로물을 보는 건
돈, 시간, 체력 세 가지 모두 낭비라는 결론을 내린 후 히어로물을 보지 않았다.
웃기게도 <아이언맨 1>은 히어로물을 본격적으로 부흥시킨 영화였다.
돈 많은 마약중독자 새끼가 수트빨로 지구를 구한다고 나대는 것이 꼴값, 같잖음 그 자체로 여겨졌다.
이런 영화가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라는 사실에
대다수 사람들의 수준(지능)이 내 생각보다 더 낮다는 걸 깨닫고는
그들이 구구단을 외우는 것 정도에서 만족하는 대인배가 되었다.
그 이후로 본 히어로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 1>
틸다 스윈튼 너마저 ㅜ
주연 배우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틸다 스윈튼이라서 경비한 배신감을 느끼면서 본 영화...
기념품 샵을 통과해야만 출구인 미술관 설계 공식 같은 걸까?
히어로물 출연료 없이는, 헐리웃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feat. 이랑 오늘 나는)
히어로물 출연 경력 없이는, 헐리웃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영화의 팬들에 의하면 <데드풀과 울버린>재미 요소라고 하는 것들이 나에겐 모두 비재미 요소였다.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다 이해된단다 아가야.
오히려 너무 과하게 전작들을 인용한 것이 반칙이었지, 분량 채우기 아니냐!
그건 마치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제목처럼.
인용인지 표절인지.
이 제목 때문에 나는 김연수가 얍샵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도 불쾌한 것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현실 대사들이다.
20세기 폭스와 마블과 디즈니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영화 속에 녹이는 게...참...
너네들 사업상의 사연을 왜 영화 속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케 하는 사막에 20세기 폭스 조형물이 부서져 있는 장면에서
'아 시발 뭔데.' 하는 욕이 절로 나왔다.
하... 영화가 장난인가, 영화가 댓글창인가, 영화가 블라인드인가.
이 영화의 가장 시발 좆같은 장면은 도입부이다.
엔싱크의 bye bye bye 노래에 맞춰서 춤 공연을 하듯
상대 용병들을 데드풀 혼자 처리하는 장면에서
데드풀이 오른손 주먹은 한 용병의 항문에 집어 넣고,
왼손은 또 다른 용병의 성기를 잡고
일시 정지한 상태에서
음담패설을 주절대는 장면.
각본가, 제작자, 또는 감독은
이 장면을 연출하면서
어때 나 좀 쿨하게 웃기지? 하면서 자신의 개저씨 유머 감각에 도취했을 거라는 사실에
내 좆을 건다. 아 참, 나 좆 없지??
이제 그만 인정해라!!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강간범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똑같이 저런 장면 연출 했을 때
(특히 좆 달린)사람들은 웃을 수 있나?
웃긴가?
감히 연출할 베짱이나 있을까?
강간 범죄는 약한 행위자들이 있어야 성립한다. 이들은 남성 가해자를 감싸는 사회구조 덕분에 강간을 실행에 옮길 수 있고, 그 구조 내에서 보호받는다. 심지어 그 구조가 이들을 부추기기도 한다.
<남성 특권 / 케이트 만>
저런 장면을 유머랍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거 자체가 강간 문화라는 걸 좀 아시길.
데드풀은 원래 저런 캐릭터야라고 하기 전에 그런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거 자체가 강간 문화라고.
그래서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을 때 통쾌했다.
거대한 딜도로 자신을 강간한 변호사의 항문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깊이 마구무구 찔러 되갚아 주는 리스베트 살란데르!!
이런 여성 캐릭터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디즈니 마블아 어차피 19금 히어로 영화니까.
데드풀 캐릭터에 맞춤 맞게 데드풀이 전 세계 강간범들 찾아서 항문 공격하는 영화 찍어볼 생각은 없어?
돈+기술+재능을 최대치로 뽑아내서 고작 이런 영화나 만들고 있는 걸 보면
인간 너무 과잉이고 태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멸종해야 할 거 같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돈+기술+재능의 남용 넘어 악용이다.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했지만 유니클로를 입은 것보다 촌스러운 중국 졸부를 보는 듯한 영화였다.
4. <더 원더스> 2024.07.31.개봉(하지만 2014년 작, 2014 BIFF에서도 상영했는데 난 못 봄)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
주연: 알바 로르와처(<행복한 라짜로>와 <키메라>에서도 주연! 방금 안 사실은 둘은 자매 사이. 그러니까 로르바케르는 로르와처, 로르바커 등으로 표기 가능. 감독이 동생이고 배우가 언니)
수상: <더 원더스>(2014년 6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영화 감상 후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영화만으로도 아름답고 슬프고 완벽한데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니..
그렇다면 젤소미나는 누구일까?
처음에는 감독이 젤소미나인 줄 알았는데 젤소미나는 장녀이므로 감독은 아닌 듯...
K장녀 못지않게 에트루리아(고대 이탈리아 반도 중부 지역의 나라) 장녀의 삶도 만만치 않구나.
이것의 같은 말은 이탈리아 가부장도 한국 가부장 못지않은 개차반이라는 거.
로르와처 자매의 아비는 이 영화를 보고 뭔가 반성 같은 걸 했을까?
<데드풀과 울버린>과 <더 원더스>가 같이 영화라는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다는 게
<데드풀과 울버린>의 가장 큰 영광인 줄 알아라.
다 큰 어른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실내 세트장에서 쫄쫄이 입고 뇌가 강간(손가락 삽입) 당하는 연기를 펼칠 때
10대로 예상되는 배우(소녀)는 들판에서 양봉수트를 입고 잔짜 꿀벌을 상대한다.
돈만으로는 찍을 수 없는 영화가 <더 원더스>라면
돈만 있으면 찍을 수 있는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임.
5. <인샬라 어 보이> 제 13회 아랍영화제 2024.07.03~07.21.
2023년작. 요르단 영화 최초 칸 초청작품.
요르단 왕정 국가. 이슬람교. 아들 위주의 상속제 국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SF적 생각.
여자들이 딸을 임신할 경우 100% 유산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그래서 아들만 태어나는 남자 위주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100년 안에 인류는 멸종해버릴 텐데.
아들만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사회에 굳이 딸을 낳아 주는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다!
자막.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6. <오만 단편 모음> 제 13회 아랍영화제 2024.07.03~07.21.
오만 영화를 봤다 정도로 요약하자.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7. <레전더리 콘서트: 카를로스 클라이버>
문화의날 무료상영작.
혹시나 하고 봤지만 역시나 나에게 너무 먼 유럽의 음악회.
영화 시작 전 영화 <디베르티멘토> 예고편이 더 인상적이었다.
"여자는 지휘자가 될 수 없어!!"
실화 영화라고 한다. 개봉(8월 7일 개봉 예정)하면 보러 가야지.
남자로 사는 거 참 쉽죠잉?
이 말 말고는 다른 할 말이 별로 없는 영화들을 너무 많이 본 7월이었다.
영화 속 난니 모레티 참 진상 가부장이었고
야쿠쇼 코지에겐 너무나 관대했던 남우주연상
남자가 음담패설 좀 할 수 있지, 내가 개저씨 제작자다 하는 데드풀울버린
K장녀 못지않게 힘든 이탈리아 자매님들의 삶은 영화로 환생하고
딸이라서 상속 재산을 삼촌에게 뺏기는 요르단 딸의 아픔과
재능에 맞는 칭찬을 과하게 받을 수 있는 남자 지휘자의 삶.
ps. 7월의 아쉬움.
2022 BIFF 때 본 <미래의 범죄들>이 개봉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작년 가을이던가 캐나다 외교 기념 어쩌고 타이틀로 1회 상영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포기.
인상적이었던 영화라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지난 7월 17일 개봉했다.
하지만...이 지역에서는 딱 한 곳에서만 그것도 개봉 첫 주에 오전에 서너 번 상영하고 끝나버렸다.
서울은 압구정 2곳 정도에서 매일도 아니고 대충 주 3~4회 정도 오전 또는 늦은 밤에 상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