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과서를 보고 심성을 가꾸는 심정으로 <테드 래소>를 봤다. 이미 보기 전부터도 내가 좋아할 타입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무려 8화까지 참고 봤는데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난 역시 가가린이 되어서 이 지구를 떠나야 하는 건지도 하는 생각만 두 번 더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에밀리 인 파리 시즌3이나 보는 건데!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하길 바랐다. 이유는 메시가 월드컵 우승까지 한다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왜 어떤 사람은 세상의 모든 영광을 모두 다 가지는 걸까?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걸까? 메시에게 열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게 나에겐 여전히 위선처럼 여겨진다. 살아오는 동안 천재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은 여러 번 만났다. 왜 장애를 가진 사람이 태어나는 걸까? 내가 신이라면 장애를 선물로 주진 않을 거 같은데. 장애 역시도 신이 없다는 증거 아닐까? 말을 못 하고, 지능이 낮고, ADHD 증상도 심각해. 그 아이의 부모는 가난해. 그럼 그 아이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지? 장애인 인권 존중이라는 것은 내가 장애인을 잘 존중해서 장애인을 나와 같은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장애인의 위치로 내려감을 의미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장애를 가진 친구가 우리 팀에 있는 한 우리 팀은 계속해서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친구가 구멍이니까. 상대팀은 그 구멍을 노릴 테니까. 우승하는 <테드 래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테드 래소 4화던가 5화던가에서 테드 래소가 기자에게 당신은 왜 기자를 합니까? 글을 쓰는 게 좋아서겠지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성을 격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름답고 미국적이고 훈훈한 대사지. 난 좀 같잖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테드 래소>보다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같은 이야기가 만 배는 좋고, 더 위로되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더 힘을 얻는다. 어쩔 수 없다. 이게 나라는 인간이다. 매사 긍정하는 사람은 진짜 불행한 사람, 불행이 너무 두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불행에 개의치 않고 성실하게 조금 노력해서 사는 사람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다하는 삶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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