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선 즐겜러로 살 수 있지만, 실제의 삶은 그러기 쉽지 않다. 게임 속에선 길을 못 찾아도 다른 유저가 길을 가르쳐준다. NPC라는 존재도 있다. 그들은 애초부터 날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예를 들어 마을 주민). 몬스터의 공격에 맞아 바닥에 엎드려 있는데 지나가던 센 유저가 대신 무찔러준 적도 있다. 게임 속 고난은 딱 내가 즐거움을 느낄 정도로만 설계되어 있다. 어려운 미션은 피해 가도 된다. 게다가 끝내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지겨워지면 로그아웃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눈을 감아도 해가 뜨면 또 주어진 날을 살아내야 한다.

<마음이 하는 일 / 오지은>


어제 잠들기 전에 정말 정말 정말 간절히 '내가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삭제되게 해 달라고' 여러 번 기도하고 잠들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삭제되어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늘 아침 알람 소리에 발작적으로 깼다. 슬펐다. 여전히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슬펐다.


흔적도 없이 삭제될 수 없다면 지구에 홀로 남겨진 월이처럼 되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우주에 홀로 있고 싶다. 이왕이면 얼음 조각이나 돌 조각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어제도 이런 심정을 친구에게 주절주절 늘어놨더니 친구는 나는 그런 어려운 얘기는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왜 이럴까. 지구에서 사람으로 살아온 지도 오래되었는데 갈수록 사람으로 사는 게 힘겹다. 또한 사람들과 사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나는 홀로 묵묵히 사는 걸 견디는 인물들이 좋다. 월 e,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스밀라, <윈터스 본>의 리 같은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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