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구두 안드로이드 - 2010 제1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18
차여경.이혜지 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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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웠다. 청소년기에 글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꿈을 차근차근 키워나간다는 것이.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수업을 듣고, 백일장에 참가해서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애써도 보고 그리고 수상을 하기도하고, 혹은 실패하여 돌아가면서 다음을 기약해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내내 부러웠다. 내 청소년기는 어땠었던가. 나 역시도 많은 시도를 했었고,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취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었었고,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러나 꿈은 정체되어 있었다. 꿈은 늘 미뤄졌다. 20대에 가능한 것으로, 그리고 20대가 되어보니 꿈보다 현실이 더 가까이 와 있었다. 그리고 30대의 나는 현실을 살고 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더더욱 부럽다. 꿈을 꾸는 그들이.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이기 때문에 시와 소설 모음집이라고 보아야 한다. 소설은 더군다나 매우 짧다. 한 작가의 작품 두개가 나란히 제시되어 있는데 앞의 것은 응모작이고 뒤의 것은 백일장 작품이다. 한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 써 낸 글을 읽어보면서 그의 역량을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 백일장 작품은 동일한 주제로 쓴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련된 소설과 시를 기대한다면 이 작품집은 추천할 것이 못된다. 이들은 기성작가도 아니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많다. 아마 이 작품집은 그들의 미래 작품들이 담아내야 할 경험의 한 장일 것이다. 그들이 점점 더 많은 경험을 하기를. 더 많은 생각을 하기를. 기교보다는 심장을 키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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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룰 - 세상 모든 음식의 법칙
마이클 폴란 지음, 서민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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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음식을 먹고 사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법칙이기 때문에 복잡하기보다는 간단하고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만큼 쉽고 빠르게 읽어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규칙을 지켜서 사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고, 요리법에 신경쓰고, 실제로 먹을 때의 방법을 지키는 것들은 매일매일 실천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내 시선을 끌었던 법칙 중에 하나는 증조할머니가 음식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식품은 어떤 것도 먹지 않는다는 법칙이었다. 내 식탁에 올라오는 반찬들 중에 증조할머니까지 안 가더라도 우리 할머니가 인정하지 않을 식품들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춰 살다보니 과거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음식들이 생겨났는데도 무분별하게 그저 받아들였던 것들이 많았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직접 요리해 먹는다면야 정크 푸드를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는 법칙도 충격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정크푸드를 집에서 직접 조리해보면 이 법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새우깡 하나를 만들어 먹으려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감자튀김을 집에서 하려면 얼마나 고생해야하는지 생각한다면 아하! 하는 대답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겠는가. ^^


먹고 사는 문제가 단순히 먹는 문제에 그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굶지 않게 된 이후로 계속 먹는 문제는 섭취의 문제일 뿐 아니라 건강의 문제, 장수의 문제, 삶의 질 문제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는 이 시대의 엄마들의 책장에 이런 법칙 하나쯤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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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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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리고 다른 이의 삶을 결정내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러나 다른 이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하게 다른 이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다른 이의 죽음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다른 이의 죽음을 결정하는 이들. 그리고 그 죽음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그 죽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행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설계자들이다. 

죄책감은 어느 쪽이 더 클까. 지시하는 쪽일까. 아니면 계획하는 쪽. 아니면 실제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죽는 순간까지 함께 있었던 가장 아랫단계에서일까. 그렇다면 실제로 죄의 무게는 어느 쪽이 더 클까.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의 목숨을 결정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를 도와주기 위해 지능을 이용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무력으로 죽음을 가져오는 사람일까. 아니면 모두가 자신을 위해 남을 죽인다는 측면에서 딱 그만큼 동일하게 죄를 지은 것이고 또 딱 그만큼 동일하게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지시자들은 제외하고 설계자였던 미토와 실행자였던 래생은 동일하게 자기들이 삶을 살아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죽이면서 자기도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이들에게 삶이랑 죽음의 직전에 서 있는 어느 공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은 미묘해진다. 이들은 분명 살인자들이고, 어떤 이유가 되었던지 간에 이러한 살인으로 얼마간의 이익을 얻었으며, 빠져 나올 수 있는 기회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연민이 드는 것이다.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이들에게. 회의주의자인 래생에게 미토는 말한다. 그렇게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딪혀야 한다고. 그렇게 되면 나중의 누군가가 나의 일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그녀는 그녀의 신념대로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서 안쓰러운 지도 모르겠다. 래생 역시 그의 신념대로 살았다. 그가 설계한 순서대로. 그가 설계한 방법대로. 아마도 그의 설계 마지막 명단에서 미토를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넣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그가 답한대로다.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아마도 그게 래생의 신념이었을 것이다. 

작가가 말했듯이 사람은 자기 신념대로 산다. 그러나 살면 살 수록 확실한 것은 사라지고, 그래서 자신의 신념대로 하면서도 결국 그게 옳은지, 그렇게 해도 좋은지, 혹은 아예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된다. 우리들 각자는 자기 신념의 어느만큼에 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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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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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가 원을 그린 채 앉아 있는 아이들 뒤를 빙글빙글 돌다가 살짝 누군가의 등 뒤에 수건을 놓고 달아나면 당사자는 황급히 일어나 술래를 쫓지만 원망의 미소를 던지면서도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 반면 한 번도 선택되지 못한 아이는 박수 치고 노래를 하며 차례를 기다려보지만 게임이 끝날 때가 가까워올수록 초조해짐을 느낀다. ... 중략 ... 분명한 건 우린 어려서부터 비정상적으로 의무적인 관계 맺기를 강요당해왔다는 것이다. p.283-284 

 유년의 기억 한 자리를 차지하는 수건 돌리기의 추억. 나에게도 이 추억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나에게는 선택을 받느냐 하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달리기를 전혀 못한다는 것. 아이들 사이를 돌면서 술래를 잡아야 했지만, 달리기를 못하면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게임의 경우 한 사람이 오래 술래를 하게 되면 지루해진다는 점이다. 어느 날에는 그 때문에 일부러 나에게 술래를 넘겨받아 준 친구까지 생겼었다. 달리기 말고도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모호한 존재. 그게 바로 관계 맺기의 강요였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 전이었기 때문에 기억 속에 밀어두었던 그 모든 불편함들의 원인들에 대해서.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먹는 것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대학을 졸업한 후 '혼자' 일하던 시절에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에 익숙해 질때마다 나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 '혼자'는 '자유'롭다. '함께'여야 할 때도 있지만 늘 '함께'여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이'보다는 '혼자'쪽에 더 야박한 점수를 매기도록 유도받으면서 살아왔다. 수많은  '혼자'들이여!! 일어나랏!!! 

 이 책이 갖는 힘은 바로 이 '보통'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스 비 앰비셔스!를 외치는 유명인이 아니라. 나 역시 꿈이 없었노라고. 사람들이 솔직하게 꿈이 없을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면 더 살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하는 '보통의 존재'이다. 엄마가 말을 걸면 화부터 내게 되지만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 철없는 30대 후반이라고. 착하게 살고 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착한 행동을 그다지 하고 사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보통의 존재'. 우리 어쩌면 우리가 '보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성숙해지는지도 모른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그저 '나'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때. 그 때 우리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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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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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노동현실과 그 때문에 일어난 파업을 선생님의 의견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순수하고 어린 여학생과, 삶의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더이상 희망같은 것을 꿈꾸지 않는 퉁명한 남자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소설 속의 이민자들의 모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우리 역사가 바로 그와같은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하루하루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하는 임금. 이들은 빵을 원할 뿐 아니라 장미도 원한다고 외쳤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아름다운 것을 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게 최소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었으리라.  

로사와 제이크는 이 노동파업의 주체이면서 객체이다. 로사는 직접 노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로사의 엄마와 언니가 파업에 참석하게 된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로사가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로사가 배곯는 미래가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파업에 동참한 것일테니까. 로사는 학교 선생님의 교육적 지도 아래 파업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지만 글을 안다는 이유로 유명한 빵과 장미 피켓을 제작하게 된다. 이 어린 소녀가 파업의 문구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아이가 선동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제이크는 실제로 노동자였고, 그렇기 떄문에 파업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적극적 가담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의 입장은 오히려 보호 받아야 하는 어린 소년에 가깝다. 매를 맞으면서도 아버지의 곁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는 소년의 현실이 글을 읽는 내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빵과 장미 모두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인물은 소녀보다 이 소년이다. 어쩌면 아름다운 걸리 플린 부인을 만나 그녀에게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 때부터 소년에게 장미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두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만나 머나먼 곳 버몬트 배러에서 헤어지기까지의 여정은 아슬아슬하지만 아름답다. 소년 때문에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도 결국은 소년도 행복해지기를 기도했다는 로사의 말은 정말이지 장미꽃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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