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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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가 원을 그린 채 앉아 있는 아이들 뒤를 빙글빙글 돌다가 살짝 누군가의 등 뒤에 수건을 놓고 달아나면 당사자는 황급히 일어나 술래를 쫓지만 원망의 미소를 던지면서도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 반면 한 번도 선택되지 못한 아이는 박수 치고 노래를 하며 차례를 기다려보지만 게임이 끝날 때가 가까워올수록 초조해짐을 느낀다. ... 중략 ... 분명한 건 우린 어려서부터 비정상적으로 의무적인 관계 맺기를 강요당해왔다는 것이다. p.283-284 

 유년의 기억 한 자리를 차지하는 수건 돌리기의 추억. 나에게도 이 추억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나에게는 선택을 받느냐 하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달리기를 전혀 못한다는 것. 아이들 사이를 돌면서 술래를 잡아야 했지만, 달리기를 못하면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게임의 경우 한 사람이 오래 술래를 하게 되면 지루해진다는 점이다. 어느 날에는 그 때문에 일부러 나에게 술래를 넘겨받아 준 친구까지 생겼었다. 달리기 말고도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모호한 존재. 그게 바로 관계 맺기의 강요였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 전이었기 때문에 기억 속에 밀어두었던 그 모든 불편함들의 원인들에 대해서.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먹는 것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대학을 졸업한 후 '혼자' 일하던 시절에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에 익숙해 질때마다 나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 '혼자'는 '자유'롭다. '함께'여야 할 때도 있지만 늘 '함께'여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이'보다는 '혼자'쪽에 더 야박한 점수를 매기도록 유도받으면서 살아왔다. 수많은  '혼자'들이여!! 일어나랏!!! 

 이 책이 갖는 힘은 바로 이 '보통'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스 비 앰비셔스!를 외치는 유명인이 아니라. 나 역시 꿈이 없었노라고. 사람들이 솔직하게 꿈이 없을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면 더 살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하는 '보통의 존재'이다. 엄마가 말을 걸면 화부터 내게 되지만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 철없는 30대 후반이라고. 착하게 살고 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착한 행동을 그다지 하고 사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보통의 존재'. 우리 어쩌면 우리가 '보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성숙해지는지도 모른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그저 '나'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때. 그 때 우리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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