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나는 왜 항상 꼬이는 걸까
아시하라 무츠미 지음, 이서연 옮김 / 한문화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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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꼬이는 인간관계에 대한 에세이가 담겨 있을것만같은 느낌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에세이라기보다 기초이론서에 가깝다. 물론 '기초'라는 말이 붙을만큼 쉽다. 그러니 제목을 보고 읽는다고 해서 그다지 실망할 것 같지는 않다. 교류분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하~하면서 이 책을 읽을 지도 모르겠다.
 
본래 교류분석은 면담이나 상담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얻어진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의 심리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언젠가 해봤던 대화들. 나쁜 대화가 오고간 것 같지 않은데 왠지 지쳤던 상대들에 대한 기억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제법 떠오를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 사람'과 꼬였던 일도 있었을 것이고, '그 상황'만 되면 꼬였던 일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빠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선, 게임이란 무엇이며 왜 게임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게임'은 '스트로크'를 얻기 위한 방법이다. '스트로크'는 마음에 오는 자극같은 것인데,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어떤 스트로크든 인간은 스트로크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얻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관계'로 바꾸어도 성립된다. 좋든 나쁘든 '관계'를 전혀 맺지 않고 사람은 살 수 없다. 그리고 이 관계는 언제나 '스트로크'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만, 살아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긍정할 수밖에 없듯,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온갖 사람이 온갖 상황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좀 이해가 될까.
 
"교류분석에서는 스트로크를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사회적 행위의 기본 단위'로 정의한다. 스트로크를 얻는 것이 바로 사람이 사람과 교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동기이자 목적인 것이다." P.118
 
이런 어려움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나'와 '남'에 대한 태도와 관계가 있다. 책을 읽으면 자세히 알게 되겠지만, '나는 OK다'와 '당신도 OK다'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야 게임에 빠질 위험이 적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태도여야 자신의 각본이 비극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이런 태도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각본이 존재한다는 것과 내가 나에 대해, 또는 남에 대해 줄곧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각본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
 
" '자신의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자신뿐이다.'라는 것이 교류분석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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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 공동체에 대한 고민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6
윤구병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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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란 단어가 주는 푸근함이 있다.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품'이 아마 엄마의 품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를 안아줄 때 아이의 품을 느끼기도 한다. 엄마가 되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아이를 안을 때 아이도 나를 안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안으면서 안겨있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래서 아이를 안는 일이 위안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개인적인 품도 품이지만, 더 큰 품이 있다. 공동체의 품이다. 어느샌가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흩어져버린 우리 고유의 '품'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된다. 가족의 품이 우리에게 위안이듯. 더 큰 공동체의 품은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본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품이된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그러한 품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품어내려는 시도와 노력이 계속 되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요성을 안다면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나 또한 이러한 품 하나쯤 갖고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리고 얼마쯤 나도 도움이 되는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뭉치면 힘이 있다는 말은 이런 지역 공동체에서 과연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사실 거창하게 어떤 단체를 만들거나 마을을 만들지 않아도 우리 사이에 품은 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함께 모여 공동의 편의를 살피는 것.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지나치지 않고 도울 방법을 찾아내는 것.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는것. 공동의 어려움이 있다면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등이 모두 품을 만들어내는 방법들이다. 이 책을 읽고 누구든. 주변에서 '품'을 하나씩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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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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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평생에 걸쳐서 생각하고 만들어낸 글을 몇 시간을 투자하여 알게 해주는 책이란 참으로 경제적이지 않느냐는 요지의 글이었다. 읽으면서 참 맞는말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자기는 힘들여 쓰고 읽는 사람은 즐거운 그런 글을 쓰겠다고 하는 첫머리를 읽으면서 다시 그 글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이토록 어렵게 쓴 글을 이렇게나 편하게 읽어버리는 건 좀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 최근 사람들은 바쁘고, 읽을 것은 많다고 책을 여러번 읽는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하는데, 그게 아닌것 같다. 쓰는 시간만큼은 아니어도 읽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시간을 벌고 있는 만큼 어느정도의 시간투자를 해야하는 것 같다. 어떤 책에게는 그게 예의다.
 
물론 읽는 것 자체로만 시간을 쓰는 것보다 읽고나서 생각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내용에 대해서도 내용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도.
 
특히나 환상과 사실이 겹쳐진 것같은 완전변태나 파로호는 내용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되었다. 과연 변태를 꿈꾸던 애벌레 청년은 존재했던 걸까. 감옥에 있었던 시인의 상상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시인외에는 아무도 그 청년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 또한 그 청년에 대해 다른 이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존재를 증명할수가 없다. 나비가 되었는지도.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로호에서처럼. 귀신이 자기가 귀신이라고 알려준 다음에 시간이 다시 거꾸로 이동해버린 것같은 느낌도 역시. 한쪽 눈밖에 없는 노인을 본 순간 기자의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단편집이라 빨리 읽은 책이지만, 그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던 책이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읽고 난 후에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역시 여러번 읽으면 좋은 책이다. 

남자가 짚어보인 곳에는 20*10이라는 글자와 기호가 인쇄되어 있었다. 200자 원고지를 의미하는 표식이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ㄴ이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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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 돈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3
이시백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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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이 생기는 상상을 해 본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해봤을 것이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든, 그렇지 않든. 한번쯤은 마음껏 쓸 수 있는 돈이 생겨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 같다. 그러니 돈이 많으면 자유롭다라는 명제는 대부분의 상상으로 동의하는 바라 하겠다. 하지만 상상을 꼼꼼하고 치밀하게 밀고올라가다보면 과연 내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대개 우리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소박하다. 원하는 물건을 고민하지 않고 구입하거나, 생활에 필요한 것, 시간 등을 약간 낭비해도 좋은 만족감 등이다. 하지만 돈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바람은 갑자기 커진다. 집과 차. 건물.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더 많은 부의 창출에 관심을 갖게된다. 이게 만약 실제로 실현된다면 우리는 결코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 될 수 없다. 이것들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나보다.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에 불과하다고. 그러니까 돈이 많을수록 관리하는 일만 많아질 뿐이고, 결국 지나치게 많으면 지나치게 많이 관리하느라 '노예'수준이 될 뿐인 것이다. '적당한 돈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은 아이를 망친다'며 많은 재산을 아이에게 상속하지 않는 부자들의 철학은 이런 경험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자본주의라고 하는 말의 두려운 면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나에게 돈이란 무엇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걸까. 이런 고민을 이 책과 함께 해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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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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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도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은 것은 처음이다. 가가형사 시리즈를 먼저 만나서 그랬는지 그의 다른 시리즈가 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뭐 그 이외의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탓도 있고 .^^;;

 

아무튼. 진실을 추구하는 철학적인 인물인 유가와 교수가 초등학생 교헤이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가와교수는 히라시가와에서 열리는 해저탐사계획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언뜻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이 토론회와, 교헤이의 사촌누나 나루미, 그녀의 가족, 가족이 운영하는 여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형사 쓰기하라의 시체. 이것들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과정이 도시의 경시청과 시골의 한 여관이라는 떨어진 공간에서 각각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사실이 밝혀질수록 살인의 동기따위는 없어보이는데, 죽은 시체가 생겼고. 그렇다면 어디쯤에 원인이 숨어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작가 스스로가 밝힌것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는 것과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많은 자원을 개발하는 것 사이에서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유지해야하는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가와 교수가 과학자로서 개발의 편에 있지만, 몸은 나루미와 함께 여관에 머물었던 것도 상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소년과 함께 하는 유가와의 실험이 단순한 호기심 풀이과정이 아니라 사건과 연결된 어떤 기억을 꺼내고 소년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도 그의 과학자다운 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살아있는 어떤 인물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소설가의 일인 듯, 게이고는 유가와라는 인물을 자기와는 별개의 독립적 의사를 가진 인물인 양 그려내고 있다. 이 매력적인 인물을 더 만날수 있는 갈릴레오 시리즈 다음을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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