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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평점 :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평생에 걸쳐서 생각하고 만들어낸 글을 몇 시간을 투자하여 알게 해주는 책이란 참으로 경제적이지 않느냐는 요지의 글이었다. 읽으면서 참 맞는말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자기는 힘들여 쓰고 읽는 사람은 즐거운 그런 글을 쓰겠다고 하는 첫머리를 읽으면서 다시 그 글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이토록 어렵게 쓴 글을 이렇게나 편하게 읽어버리는 건 좀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 최근 사람들은 바쁘고, 읽을 것은 많다고 책을 여러번 읽는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하는데, 그게 아닌것 같다. 쓰는 시간만큼은 아니어도 읽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시간을 벌고 있는 만큼 어느정도의 시간투자를 해야하는 것 같다. 어떤 책에게는 그게 예의다.
물론 읽는 것 자체로만 시간을 쓰는 것보다 읽고나서 생각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내용에 대해서도 내용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도.
특히나 환상과 사실이 겹쳐진 것같은 완전변태나 파로호는 내용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되었다. 과연 변태를 꿈꾸던 애벌레 청년은 존재했던 걸까. 감옥에 있었던 시인의 상상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시인외에는 아무도 그 청년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 또한 그 청년에 대해 다른 이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존재를 증명할수가 없다. 나비가 되었는지도.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로호에서처럼. 귀신이 자기가 귀신이라고 알려준 다음에 시간이 다시 거꾸로 이동해버린 것같은 느낌도 역시. 한쪽 눈밖에 없는 노인을 본 순간 기자의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단편집이라 빨리 읽은 책이지만, 그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던 책이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읽고 난 후에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역시 여러번 읽으면 좋은 책이다.
남자가 짚어보인 곳에는 20*10이라는 글자와 기호가 인쇄되어 있었다. 200자 원고지를 의미하는 표식이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ㄴ이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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