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회계학 콘서트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쓰무 지음, 다케이 히로후미 그림, 박종민 옮김, 이상근 감수 / 멘토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회계란 돈 관리만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나같은 문외한이 대충 생각하는 회계란 재무회계로 주주, 은행이나 거래처, 관공서 등 외부 이해 관계자에게 회사의 실적을 보고하기 위한 회계이다. 이 책은 회계가 단지 재무회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정의에서 부터 시작한다. 재무회계와 쌍벽을 이루는 관리회계에 대한 책으로 경영에 필요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계획과 통제에 관한 충실한 조언을 해주는 멋진 전문 만화인 것이다.

만화 이전에 하야시 아츠무는 기업 활동의 필수 상식인 관리회계에 대한 알기 쉬운 책을 썼다.
활자에 거부 반응이 많은 현대인들을 위한 배려는 단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케이 히로후미의 손을 통해 만화로 거듭 났다. 예상을 뛰어 넘은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현재 시리즈2가 활자본과 만화본으로 둘 다 그것도 한글판까지 이미 출시된 상태이다.

이 편안한 관리회계 매뉴얼은 만화의 형식으로 내게 감동을 선사 했다.
저자의 예고대로 관리 회계에 대한 분별력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다.

만화는 원작과 동일하게 시작된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의류 회사의 디자이너로 편안하게 근무하던 서른 살 즈음의 유키...
이 철없던 아가씨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예쁜 얼굴에 성격도 좋다 보니 디자인실 동료들은 출세 했다며 축하와 부러운 시선을 던지지만...
닳고 닳은 임원들은 아버지 후광만으로 사장이 된 그녀를 어리다는 이유로 깔보고 무시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거래은행 지점장까지 찾아와 회사의 차입금에 관한 압박과 더불어 구조조정을 요청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 전혀 준비되지 못한 유키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인지상정... 마님으로 집안에만 지내다 보니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마음씨 좋은 엄마는 딸 유키에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공인회계사 아즈미를 만나 보라며 조언하는데...



매달 한 번씩 식사와 함께하는 교수법, 실천을 목표로 1년 뒤 보수는 알아서 달라는 아즈미...

값싸고 공급이 편한 전어 초밥과 비싸고 귀한 참다랑어 초밥으로 시작되는 아즈미의 회계학 교수법은 유키에게 지혜의 샘을 제공한다. 개별적으로 큰 마진을 보장하지만 자금 회전에서 전어에 비해 결코 유리하지 않은 참다랑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전 초밥 방식이 도입되었다는 설명은 압권이다. 학습하는 공간, 이야기의 배경이 식당이라서 매우 친근하고 몰입도 쉽다.



와인에 대한 저자의 취향을 살짝 삽입하는 센스도 회계학 교수법에서는 매력적으로 응용되는데... 아즈미 교수의 얼굴과 엄마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헤어스타일 때문에 누가 아줌마고 누가 아저씨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즐거움도 제공한다. (위 만화의 하단이 이즈미 아저씨, 위에 와인 들고 나오는 작은 인물이 엄마 ^^)



마냥 단순한 만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전문적인 해석들...
겨우 300쪽이 넘는 이 만화 하나가 개념없는 사업가나 관리자들에게 깊은 혜안을 제공 하리라 확신이 든다. 만화의 형식이 편안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일줄이야...

내일도 현장에서 고심하고 있을 나의 친구들...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몇몇 친구들 얼굴이 아른 거리는 것 또한 기쁨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서재에 들러 대충 빼들고 나간 이 만화 책...
몇달 간 책장에 묵혀둔 보석을 더 늦기 전에 찾아낸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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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양장) - 아기 그림책
정순희 지음 / 창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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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는 돌이 지나지 않은 조카들 때문에 그림책을 자주 본다.

어린이 책에도 번역서가 많아서 마음 불편한 나는 순수 국산 그림책을 만나면 항상 기쁘다.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되어 다칠 염려도 덜하고, 질감도 좋다. 인쇄의 악취(?)는 충분히 참을 만큼 아주 미세하여 기쁘다.



보드북 '누구야?'를 만든 정순희 선생님은 아마도 아이 엄마일 것 같다.
시각적으로 포근한 감촉이 느껴지지만 이 책은 광택 평면에 질감이 잘 표현된 보드북일 뿐이다.
매우 한국적인 소재로 꾸며진 이 책이 막 질문을 던져댈 아이들의 호기심에 기쁨을 줄 것 같다.
공 뒤에 숨어 있는 새침데기 고양이와, 바구니 안에 수선쟁이 병아리, 이불 밑에 개구쟁이 강아지, 신발 속에 시침 뚝 이구아나, 언니 품에 귀염둥이 우리 아기까지 재치 있는 별명들과 함께 행복이 도사리고 있다.

꼬깃꼬깃한 신문 뒤에 하얀 털복숭이가 보인다.
신문은 좌파신문(?) 한겨레다. 큰 의미 없겠으나 16대 총선 직후의 기사를 담고 있는 내용으로 보아 10년은 됨직한 오래된 신문이다. ^^; 신문지 아래 하얀 털복숭이는 누구일까?




처음 들어보는 별명 먹구재비의 토끼란다. 먹구재비는 '먹보'라는 의미의 입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말은 입말로 새롭게 창조할 수도 있는 법, 멋스럽고 재미있는 별명이라 생각된다.

어린 조카 녀석이 이모부의 선물을 받아보고, 집어 던질지라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냥 기쁠 그런 책이다.
시리즈로 나왔으면 싶은 참으로 행복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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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9-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선물하는 이모부라니!!!!!감성이 충만한 이모부를 둔 조카는 복도 많네요~.^^
그나저나 저 책 저도 찜이에요~.예뻐라

동탄남자 2009-09-08 00:57   좋아요 0 | URL
아가들은 어른의 모든 피로를 없애주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강연회>에 초대되신 분들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강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질문도 미리 정리해보고 예전에 읽었던 그의 책 몇 권과 디지털카메라까지 챙겨서 출근했다.



 

 

 

 

 

 

회사에 개인적인 용무를 이유로 반차를 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간 고려대학교...
안암역에 내려 걸어가는 동안, 가볍게 비도 내린 이유로 날씨는 매우 찝찝했다.
강연장이 학교 캠퍼스 내부에 있어서 조금은 각오를 했었다.
학생들이 좀 많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

분주한 수업 시간대라서 학생들로 인해 우당교육관 엘리베이터 3개가 모두 만원이었다.
오로지 나의 당첨에 의지해 따라 붙은 동행인 갈란투스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6층까지 계단으로 올랐고, 우리 두 사람은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기도 전에 기겁을 했다.
행사 시간보다 20여 분 여유있게 도착했지만 입장할 수는 없었다.
행사 관계자는 "알라딘이 뭐예요?"라며 입장을 제지했다.

학생들은 이미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통로마저도 이미 잠식 당한 상태였다.
제지하는 사람을 뚫고 무단으로 들어간다 해도 뚜렷한 방법은 없어 보였다.

자신이 당첨되지 않자 내 당첨에 기대어 동행했던 알라딘 블로거 갈란투스...
그에게 몹시도 미안해진 순간이었다.

우리는 10년 된 카페 AGAIN에서 1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의 즐거움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AGAIN은 고려대와 안암역 사이의 골목에 있는, 노부부가 아들과 함께 하는 괜찮은 커피숍이었다.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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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tachio 2009-09-07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 저도 회사까지 뒤로하고 15분 전에 도착했는데 막무가내로 밀고 온 학생들에게 떠밀려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고.. 그렇게 사이에 끼어서 20분정도 보내다가 겨우 숨통이 트일때쯤 이렇게 돌아가긴 억울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알라딘에 고객상담하시는분께 연락해서 관계자분이랑 겨우 만나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강연회 앞에 25분정도 놓쳐서 정신하나도 없고.. 그래도 저는 늦게나마 볼수있어서(50분?정도는 볼수 있었거든요)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지만요.. 같이 가신분도 있으신데 난감하셨겠네요. 저도 친구에게 연락해서 같이 갈까 하다가 일이생겨서 그러지 못했는데 만약 그랬더라면 친구에게 너무너무 미안했을거 같네요;

동탄남자 2009-09-08 00:54   좋아요 0 | URL
습도탓인지 그 순간은 기분이 별로 였으나 그것도 추억이라 생각하니 용서가 되더군요. 알라딘이 인력 넘치는 기업도 아니고... ^^

하양물감 2009-09-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탓일까요? 행사관계자의 탓일까요? (^^)

동탄남자 2009-09-08 18:09   좋아요 0 | URL
한 시간 일찍 도착하지 못한 제 탓이지요. ^^
 
1984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1984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에 단연 최고이다.
조지오웰이 1948년에 탈고한 이유로 뒤에 숫자 두 자리를 뒤집어 제목이 1984가 되었다는 이 작품은 얼마 전에 미해결된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아마존의 전자책 뷰어 '킨들'에서 강제 삭제 당하는 스캔들까지 있어 더욱 유명해진 소설이다.

나에겐 데일 오델의 '빅 브라더'를 표지로 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제77권 '1984'가 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인기에 편승하여 급조된 느낌인데, 매끄러움이 오래 전에 출시된 민세문집에 비해 장점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오랜 관찰을 통해 내 취향은 오타가 많고 매력 없는 민음사의 허술함 보다 완벽에 가까운 꼼꼼함의 문학동네의 편집 능력을 선호한다.
지난 번 문학동네에서 나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번역에 크게 실망한 나는 이 책을 통해 기본 번역 인프라는 아무래도 문학동네가 민음사에게 많이 뒤쳐지는 건 아닌지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다음과 같은 구호성 번역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문학동네 것 보다 민음사 방식을 더 선호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민음사)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문학동네)

미래를 향해, 과거를 향해, 사고가 자유롭고 저마다의 개성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혼자 고독하게 살지 않는 시대를 향해, 진실이 존재하고 일단 이루어진 것은 없어질 수 없는 시대를 향해.
획일적인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ㅡ 축복이 있기를! (민음사)

미래에게 혹은 과거에게, 사상이 자유롭고 인간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서로 고립되어 살지 않는 시대에게ㅡ 그리고 진실이 죽지 않고, 이루어진 것은 짓밟혀 없어질 수 없는 시대에게.
획일성의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ㅡ 축복이 있기를! (문학동네)


이러한 내 느낌은 상업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극대화된 개인적인 편견으로 두기로 하고...
문학동네의 발빠른 동작 덕분에 나는 조지오웰의 1984를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

"말을 없애버린다는 건 멋진 일이야. (중략) 어떤 한 낱말이 단순히 어떤 말의 반대만을 의미한다면 무엇 때문에 그 말이 있어야 하냔 말이야. 한 낱말은 그 낱말 자체에 반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네. 가령 '좋은(good)'이란 말을 예로 들어보세. '좋은'이란 낱말이 있으면 '나쁜(bad)'이란 낱말이 무엇 때문에 따로 필요하단 말인가? 그건 '안 좋은(ungood)'이란 말로 충분하다네. 이게 오히려 다른 낱말이 가질 수 없는 정확성이 있어서 더 낫지.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좋은'이란 말을 더 강하게 쓰고 싶을 때 '썩 좋은(excellent)'이나 '훌륭한(splendid)' 등등 다른 희미하고 쓸모없는 낱말이 한 두름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더 좋은(plusgood)'이란 말이면 넉넉히 의미가 전달되고, 더욱 강조하고 싶으면 '배로 더 좋은(doubleplusgood)'이라 하면 되는 거야. (중략) 신어(新語)의 완전한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려는 데 있다는 걸 자넨 모르겠나? 결국에 가서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해놓자는 걸세. 왜냐하면 그걸 나타낼 낱말이 없으니까 말이야."(67쪽~69쪽)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 자유가 허락된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여기에 따른다. (103쪽)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모든 신념, 습관, 취미, 감정 및 정신자세 등은 실로 당의 비밀을 알 수 없게 하고 현대 사회의 참된 성격을 알지 못하게 한다. 눈에 보이는 반란이나 반란을 하려는 사전 준비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노동자들은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둬도 그들은 몇 대가 지나도록, 몇 세기가 지나도록 반란을 일으킬 마음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것도 파악할 힘이 없이 일하고 자식을 키우며 죽어가는 것이다. 단지 산업 기술이 발달해서 그들이 더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될 때가 위험하다. 그러나 군사적, 상업적 경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교육 수준은 사실상 떨어지게 마련이다. 대중이야 어떤 의견을 갖든 말든 그것은 관심 밖의 일로 취급된다. 그들에게는 지식이 없기 때문에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자유를 허가해도 괜찮은 것이다. (256쪽)

현대인들은 60년 전에 출시된 이 암울한 소설에 열광하면서도 신자유주의가 장악한 현실에 너무도 무감각한 것 같다. 일각에서는 소련이 붕괴되면서 1984의 예언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지나치 비약의 소설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앨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이 소설을 버무려 본다면 미디어와 그림자 정부에 장악된 공포의 현실이 얼마나 비참한지 깨달을 수 있을텐데... 죽도록 즐기기에 바쁜 현실이 가슴 아픈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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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9-0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민음사의 책으로 갖고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에서도 나왔나보네요. 그런데 저는 같은 책을 다른 출판사라고 다시 보지는 않는 편이라, 차이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확실히 번역문장에도 차이가 보이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9-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전들은 다시 번역한 것들을 읽어보면 훨 읽기 수월한 경우가 있던데, 이 녀석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나보네요. 고맙습니다.

lazydevil 2009-10-1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 인프라라... 김기혁 이라는 역자가 저는 생소하지만 번역 문제는 느껴지지 않더군요.

부엉이마님 2010-02-0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도록 일하기에 바쁘니...원...이도 아름다운 삶의 양식은 아닌데요...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세트 - 전13권
요시다 아키미 지음 / 애니북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무엇이 편견인지 사랑에 대한 정체성과 헤밍웨이와 명문들이 뒤섞인 걸작...
1984년부터 10년간 연재되었다는 요시다 아키미의 걸작 만화가 애니북스에서 재출간 되었다.

이 만화는 비정한 뉴욕의 뒷골목을 질주하는 폭력 청소년들이 암흑가를 지배하는 이야기이자 폭력에 관한한 모든 것을 망라한 작품이다. 살인과 폭력, 테러와 총기난사, 마약과 매춘, 정경유착과 세력 다툼 등 액션 영화의 모든 것을 섭렵하는 꽤나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단 하나 우습게 취급되는 것이 있다면 여자!! 이 작품에는 여자가 씨가 말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스는 난무하지만 형사 찰리와 마디어, 기자 맥스와 제시카 부부의 사랑이 언급되지 않았다면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찾아볼 수가 없다.

1973년 베트남, 한 병사가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뒤 '바나나피시'를 중얼거린다.
1985년 뉴욕, 쫓기던 한 사나이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알 수 없는 알약과 어떤 주소와 '바나나피시'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난다. 
사나이의 임종을 지켜본 열일곱 살 소년 애시 링크스는 바나나피시의 의문을 풀어 보기로 결심한다.
도대체 바나나피시란 누구일까? 아니면, 어떤 물건일까?



'바나나피시라는 물고기를 보면 죽고 싶어진다...'

J.D. 샐린저의 단편 소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 나오는 구절이다.
휴가를 보내던 천재시인 시모어 글래스가 플로리다 해변에서 시빌이라는 어린 소녀를 만나 들려주는 이야기이며, 호텔방으로 돌아온 시모어는 잠든 부인 뮤리엘 곁에서 권총 자살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에 절어 지내며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파월 병사 그리프 캘런리즈...
그리프의 동생 애슬란 캘런리즈는 뉴욕 암흑가의 청소년 조직을 평정한 애시 링크스(Linx;살쾡이)라 불린다.
애시 링크스가 바나나피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혹은 물건 때문에 음모에 휘말리고, 그 뒤를 추적하는 코르시카 마피아 마빈에 의해 충성스런 부하인 스킵을 잃는다. 분노한 애시가 스킵의 복수를 위해 마빈을 찾아 갔을 때 이미 마빈은 죽어 있었고, 복수는 커녕 마빈 살해의 누명까지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코르시카 마피아 두목 디노 곁에는 애시 제거에 앞장 서는 악랄한 오서가 있었다. 애시를 제거하고 뉴욕 청소년 암흑가를 지배하려던 소박(?)한 꿈의 오서가 디노를 부추겨 마빈까지 죽여 주는 동안 애시를 향한 디노의 알 수 없는 감정들...

감옥에 까지 찾아오는 디노의 손길을 피하는 애시 곁에는 형의 베트남 전우인 맥스 글렌리드이 있었다. 정의로운 뉴욕경찰 젠킨스 경감과 찰리는 애시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기사 이베를 따라 뉴욕에 온 일본 청년 에이지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이 싸움은 복잡한 구도를 형성한다. 주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위기에 빠져드는 애시는 스스로 수동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친다. 애시와 디노의 한 판 승부, 그 중심에 던져진 바나나피시란 도대체 무엇일까?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도 코르시카 마피아의 1급 비밀인 '바나나피시' 때문에 형을 잃고, 쫓기는 애시 링크스의 적나라한 과거는 몹시도 아프다. 고향인 케이프코드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떠난 애시 링크스와 친구들은 화교 마피아와 협력하여 더욱 더 압박해 오는 디노의 압박에 더욱 더 곤경에 쳐하며... 그토록 다정했던 중국인 친구 쇼터를 직접 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야 바나나피시의 비밀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알면 알수록 위험에 빠지는 애시 링크스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매우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따라 전개 되는 이야기의 마력은 읽는 이에게 밤을 새우도록 강요하는 중독성이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심야의 지하철과 국립정신위양센터, 끝없이 이어지는 하수도와 자연사박물관까지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9,710피트로 눈덮인 산이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신의 집(누가예 누가이)이라 불린다. 이 서쪽 정상 근처에 바싹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 표범이 무엇을 찾아 올라왔는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헤밍웨이-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헤밍웨이를 즐겨 읽던 완벽한 킬러 블랑카의 전율로 다가오는 한 마디...
화교 마피아 리 일가의 새 보스 웨룽이 되새기는 이 전율의 한 마디는 그들의 입장에서 복선이었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보는 만화라 조금 어색했지만 몰입! 대단한 몰입이었다.
여자가 없는 애정 만화... 아, 그것도 충격! 
 


원작 만화가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공식 가이드북까지 선보였다.
애시와 에이지가 뉴욕의 한 침대에서 사색에 잠겨 있는 오묘한 분위기의 브로마이드와 전재의 무대가 되는 뉴욕의 지도까지 친절하게 그려져 있으며 총11권의 스토리를 잘 요약한 잡지의 형식으로 내용 파악이 쉽다.



BANANA FISH ANOTHERSTORY는...
월간 '소녀코믹'과 계간지 'LaLa'에 1994년부터 1995년 까지 연재된 된 짧은 만화들로 본 편 만화의 앞뒤를 아우르는 5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십년의 연재를 마친 작가가 팬들을 위해 서비스를 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Angel eyes: 애시블론드(잿빛금발)에 고집 있어 보이는 얇은 입술, 주근깨 하나 없는 고운 피부, 녹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답고 무표정한 소년이 쇼터가 있는 소년원으로 수감되며 시작되는 이야기... 헤밍웨이의 해류 속의 섬들(Islands in the stream)을 읽으며 보내던 이 신비로운 소년은 서서히 그 곳을 장악한다.

빛의 정원: 애시가 세상을 떠난 7년 뒤, 이베의 조카인 여중생 아키라가 짝사랑하는 에이지 오빠를 찾아 뉴욕으로 와서 겪는 이야기. 중국계 소년그룹 보쓰였던 신과 만나고, 맥스의 아들 마이클도 만나 함께 애시의 고향 케이프코드로 출사 여행도 떠난다. 그곳에서 돌아온 에이지는 이제 애시가 떠난 고통에서 벗어난다.

PRIVATE OPINION: 블랑카의 시선으로 기억하는 애시와의 첫만남. 코르시카 마피아 두목 디노의 비호 아래서 지내는 14살 애시는 신비로운 미소년이었다. 무슈 고르치네(디노)의 심복인 뚱보 마빈에게 강간 당하는 소년 애시를 위로하며 시작되는 그의 사적견해(Private Opinion)는 애시를 '신의 그릇'으로 키우려는 디노의 꿈에 다가 간다.

뒤 바나나 : 본편의 연재가 끝난 뒤, 독자들의 반응을 전혀 다른 풍의 그림으로 그려낸 짧은 이야기

Fly boy, in the sky: 대학생 이베가 TV를 보다가 장대 높이뛰기 선수 오쿠무라 에이지에 홀딱 반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이베는 자신의 카메라에 에이지를 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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