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여러분 중 대다수는 도서관과 저작권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더더구나 한미 FTA와 도서관?

 

여러분이 걸어서 가야하는 물리적 공간을 지닌 도서관이라면 도서관에서 본 자료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저작권 문제와 부딪치게 된다. 이용자인 여러분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인 사서의 경우 우리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어떤 자료가 절판되었거나 구하기 어려울 경우 타도서관 자료를 복사해서 서비스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저작권자의 보호가 아니라 저작물 생산과 이용간의 균형을 통하여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서관에서 사서가 이용자에게 복사물을 제공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자료의 복사물을 만들어 다른 도서관에 제공하는 것 등은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면책 조항의 하나로서 이용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디지털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다면 물리적 공간을 지닌 도서관에서보다 더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부딪치게 된다. 디지털 도서관은 디지털 형태로 된 자료를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는 도서관이다. 인터넷에 익숙해진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자료를 구하러 걸어서 혹은 차를 타고 도서관까지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 혹은 아홉시로 정해진 도서관 개관시간에 맞추어 자료를 찾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누군가 그 자료를 이용하고 있는 중이라도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

 

도서관은 여러분의 이러한 요구에 맞도록 그동안 인쇄물 형태로 생산된 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바꾸어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물론 디지털 형태로 생산된 자료도 디지털 도서관을 통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 사서의 작업 과정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복제권과 전송권의 적용을 받는다. 여러분이 디지털 도서관의 자료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출력하는 과정에도 복제권과 전송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도서관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비영리적인 목적을 가진 이용자들을 위한 복제, 전송 서비스가 모두 저작권 면책사항으로 되는 것이 여러분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도서관의 면책 조항 역시 세계저작권조약(WCT)이나 WTO 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같은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조약의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국내 저작권법은 제28조에서 도서관이 인쇄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인쇄형태로 발행된 지 5년이 경과해야 도서관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할 수 있다. 둘째, A도서관에서 디지털화한 자료는 다른 도서관 ‘내’로만 전송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화된 자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이용자의 수는 도서관에 해당 자료가 소장된 부수와 같다. 넷째, A도서관에서 디지털화한 자료를 A도서관 내에서 이용자가 출력할 경우 보상금을 내야한다. 다섯째, A 도서관 외의 다른 도서관 ‘내’에서 이용자가 A도서관 자료를 화면에서 보거나, 출력할 경우에는 보상금을 내야한다. 여섯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이 저작재산권자인 경우 보상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곱째, 도서관이 이러한 서비스를 할 경우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복제방지장치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 의하여 여러분은 디지털 도서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데, 여러분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집에서 이용하기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일단 필요한 자료가 디지털 도서관에 있을 경우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가야한다. 만일 방문한 도서관에 필요한 자료가 디지털 형태로 있을 경우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고, 출력하려면 보상금을 내고 할 수 있다. 만일 방문한 도서관에 여러분이 원하는 자료가 없고 다른 도서관에 있을 경우, 다른 도서관 자료를 전송받아 화면으로 보거나 출력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모두 보상금을 내야한다. 만일 여러분이 방문한 도서관에 디지털 자료의 인쇄물 원본이 한 부밖에 없는데, 이미 그 자료를 다른 이용자가 컴퓨터로 보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 이용자가 그 자료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디지털 도서관의 자료를 보기 위해 적어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가야한다는 불편은 있지만 그래도 서울에 살면서 부산의 어느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보기 위해 부산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국내의 도서관 관련한 저작권 면책 조항이 한미 FTA에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는 한국의 디지털 도서관 면책 조항과 관련하여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할 경우, 권리자에게 최소한 30일간의 통지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미국의 요구사항이 한미 FTA를 통하여 관철될 경우, 여러분이 그동안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가서 보았던 디지털 자료’의 범위가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다. 즉, 도서관이 허락받지 않고 디지털화하려는 대다수의 저작물은 해당 저작물의 권리자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권리자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으로 도서관은 자료의 디지털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권리자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통지하지 못하는 자료는 디지털화를 못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만일 통지가 통지에서 끝나지 않고 권리자가 디지털화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로 발전하면 곧 국내 저작권법에서 디지털 도서관 면책 조항은 무의미해지게 된다. 왜냐하면 면책 조항은 권리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예상되는 미국의 요구사항은 면책 대상이 되는 자료를 어문저작물로 한정시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에서 도서관 면책 대상이 되는 자료는 ‘도서, 문서, 기록 그 밖의 자료’로 하여 그 유형을 불문하고 면책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것은 여러분이 도서관에서 이용하는 자료가 어문저작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면책 조항을 어문저작물에만 적용하고 방송물, 실연, 음반에는 적용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도서관 사서가 구하기 어려운 비디오 테이프를 한부 복사하여 다른 도서관에 주거나, 보존을 위해 방송물이나 실연, 음반물의 복제본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 등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내 저작권법의 도서관 면책 조항은 디지털 기술의 속성(원격접근, 동시다수 이용자 접근)을 그대로 적용하여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태이다. 또한 보상금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이견도 속출되고 있어 이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권리자에 대한 통지나 비어문저작물의 면책 대상 미포함 등을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

 

정경희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 libinfo@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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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은 복제권, 배포권, 공연권, 방송권 등 여러 권리들의 다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복제권’은 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이다. 영어로 저작권은 Copy Right 아닌가.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복제’의 범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한미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서도 미국은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어떤 사이트에 접속을 하게 되면, 그 사이트 서버의 데이터가 내 PC로 전송이 되어 브라우저를 통해 보여지게 된다. 이 때 별도로 그 데이터를 파일로 저장하지 않는 한, 데이터는 램(RAM)에 잠시 저장되어 있다가 다른 명령이 실행되거나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경우 사라지게 된다. 하드디스크 등에 영속적으로 저장되는 것과 대비하여, 이를 ‘일시적 복제(temporary reproduction)’라고 부른다. 일시적 복제는 이 외에 여러 상황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PC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하드디스크에서 램으로 프로그램의 일부가 복제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인터넷 이용을 위해 PC나 서버의 ‘캐쉬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해놓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복제’가 수행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복제’의 행위가 아니다. 그저 어떤 저작물에 ‘접근’해서, 그것을 ‘읽거나 듣는’ 행위일 뿐이다.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예를 들어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것과 ‘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였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책을 ‘읽기’ 위해서 ‘복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사실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복제’없이 어떠한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상 복제로 인정하라는 얘기는, 다시 말하면, 인터넷을 통해 어떤 사이트에 접근할 때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말로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닌가!  

저작권은 권리자에게 ‘읽을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즉, 우리가 어떤 책을 읽기 위해서 (직접 사서 읽든, 서점에서 읽든, 빌려서 읽든, 도서관에서 읽든 상관없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아야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환경에서 ‘일시적 복제’를 복제로 인정하는 것은 저작권자에게 ‘읽을 권리’라는 새로운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또한 우리가 어떠한 저작물에 접근할 것인지, 어떠한 저작물을 읽고 들을 것인지에 대한 통제권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혹자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호주의 사례와 같이, 일시적 복제를 인정하되 면책을 광범위하게 허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은 저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접근과 읽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 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예외를 둔다고 하더라도 현재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상황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저작권자의 권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 오히려 일시적 복제가 발생하는, 그러나 저작권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면, 이를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은 세계저작권조약(WCT) 논의 과정에서 일시적 복제를 조약 내에 넣으려다 실패하였다. 그리고 (다른 요구 사항과 마찬가지로) 이를 양자간 FTA를 통해 타국에 강요하고 있다. 일시적 복제에 대한 권리 요구는 저작권자들의 욕심과 오만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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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털 사이트를 떼어 놓고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네이버의 1일 방문자수가 1,000만 명이 넘고, 네이버에는 130여만 개의 카페가 있으며, 싸이월드의 하루 페이지뷰는 8억이 넘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종합 포털의 한달간 순방문자수는 3,000만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국민들 중 포털 사이트에 들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포털 사이트는 여론 형성의 장이요, 정보 교환의 장이다. 게시판이나 수백만개에 달하는 카페는 물론이고, 개인미디어 시대를 연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이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표현 매체가 된 것이다. 그래서 19세기나 20세기엔 ‘집회, 시위, 결사,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면, 오늘날은 인터넷이나 이동통신 등과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매체에서의 ‘표현의 자유’인, ‘쓸 자유, 읽을 자유, 게시할 자유’가 관건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블로거의 표현의 자유를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매체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테러나 사이버 범죄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정보통신매체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저작권 침해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정보통신매체의 감시와 규제가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다. 미국의 전미음반제작자협회(RIAA)나 전미영화제작자협회(MPAA)를 필두로 한 저작권자들의 공세는 전 지구적 차원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2005년까지 17개국에서 약 20,000건의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에서 약 6,000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05년에 미국을 필두로, 호주, 한국, 일본, 대만, 스페인, 러시아, 중국에서 법원으로부터 P2P 사이트의 사실상의 폐쇄판결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공격의 칼날은 하나는 P2P 사이트로 향하고, 또 다른 하나는 포털 사이트로 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옹호하고 촉진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통신회선, 설비제공사업자, P2P 서비스 사업자, 검색 서비스 사업자 등)에게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이 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제적인 합의이다. 이것은 마치 통신회선 제공사업자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그 통신회선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가입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 가입자들의 행위에 조금이라도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일단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아예 해당 가입자를 탈퇴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조치는 인터넷의 활기를 빼앗아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문화의 창달과 더 많은 교육의 기회 제공, 문화 수준의 향상,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에 대한 규정이다. 미국의 1998년의 저작권법 개정, 유럽연합의 2000년의 전자상거래 지침의 제정을 필두로, 우리나라도 2004년에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미국의 모델이 소위 ‘통지와 중단’(notice and take down) 정책이다. 즉, 저작권자가 누군가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정보를 전송하고 있음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통지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해당 게시물을 내려야 책임을 면한다. 통지할 때는 자신이 저작권자임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야 하고, 자료를 받은 서비스 제공자는 통지가 있었음을 정보 전송자에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저작권자는 해당 정보전송자의 가입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이것은 나름대로 저작권자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이해를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인데, 법 시행 7년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보호하여 결과적으로 인터넷의 정보의 교류를 지나치게 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 7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원들이 1869년에 쓰여진 ‘존 스튜어트 밀’의 (중고등학교에서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자유론’을 미국과 영국의 포털 사이트에 올렸다. 연구원들은 그 글이 이미 150년 전에 출간된 것이어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중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나서 연구원들은 ‘존 스튜어트 밀 헤리티지 재단’이라는 유령단체의 이름으로 미국과 영국의 포털사이트에 편지를 보내, 그 글의 저작권자인데, 그 글은 자신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게시된 것이므로 즉각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자세히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내용인데, 영국의 포털사이트는 24시간도 되지 않아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것과 비슷한 실험을 네덜란드에서도 했었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이번에는 아예 가짜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통고서에 넣어서 게시물을 내려달라고 보냈는데, 포털사이트들은 가짜 이메일 주소로 회신해서 더 물어보지도 않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러한 예들은 어떻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사적인 검열관으로 기능하면서, 과잉 검열들을 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저작권자들은 삭제 요청을 너무 남발하고 있으며(한 연구에 의하면 약 30%의 정보 전송 중단 요청이 적법한 저작권 이용에 대해 요청되고 있다고 한다. RIAA의 대리인인 미디어포스라는 곳은 무려 16,700개의 통지를 보냈다고 한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잘 검토해 보지도 않고 삭제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삭제 요청의 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구제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캐나다는 4년 동안의 오랜 논의를 거쳐,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가 있다고 통지(notice)를 하면 삭제나 전송중단(take down)을 해야 하는 현재의 법체계를 수정하여, ‘통지-중단’이 아닌 ‘통지-통지’ 방식을 도입하자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가 있다고 ‘통지’를 할 경우, 바로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전송중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게시자에게 그 통지를 전달해 주면되는 것으로 개정안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중단 통지의 남용을 막고, 정보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면책규정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도입하려고 법개정안을 만든 통지-통지 정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캐나다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고 있으며, 미국 방식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면책규정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와 같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낼 경우 미국의 반응이 어떨지는 안봐도 훤하다. 미국은 나아가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자에게 통지를 할 때 팩스나 우편으로 저작권자임을 증명하는 서면등을 보내도록 한 것을 전자우편으로도 가능하도록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저작권자의 통지의 남발을 막는 의미가 있는 조항이므로,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든 지금은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규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 마당에 미국은 FTA 협상을 하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규정을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강요할 것이다. 이는 부당하다.  

 

이은우 (변호사,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 ewlee@horiz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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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보호조치를 법 위의 법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분별한 강화는 저작권법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어 

 

기술적 보호조치(technological protection measure)란 ‘암호화 등의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나 이용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기술적 보호조치는 보통 ‘접근통제적 조치’와 ‘침해방지적 조치’(이용통제적 조치라고도 한다)로 나뉜다.  

저작권법은 권리자에게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등 특정한 형태의 권리를 부여한다. 침해방지적 조치는 권리자의 허락없이 이러한 이용을 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막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 파일을 개인 컴퓨터에서는 재생이 가능하지만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을 막는 기술을 적용한다면 이는 방송권을 보호하는 침해방지적 조치가 될 것이다. 전자책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에서 특정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볼 수는 있지만 다른 파일 형태로 저장하거나 다른 컴퓨터로 옮기거나 또는 종이 문서로 출력하는 것을 막는다면 이는 복제권을 보호하는 침해방지적 조치이다. 

접근통제적 조치는 미국이 핵심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는 도입되어 있지 않은 개념이다. 개념적으로는 저작물의 접근을 통제하는 암호 또는 접근 코드 등의 기술적 조치를 말한다. 앞의 전자책의 예를 든다면, 전자책을 보기위해서 암호를 넣어야만 파일이 열린다면 이때 암호가 접근통제적 조치다. 외국에서 사온 DVD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CD를 우리나라에서 산 재생기나 게임기에 넣고 재생 또는 실행을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는 지역코드라는 것이 들어 있어 같은 지역에서 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아니면 재생이나 실행이 되지 않는다. 이때 이 지역코드 시스템이 앞에서 말한 접근 코드의 예이며 접근통제적 조치가 된다. 이와는 좀 다른 형태의 접근통제 조치로는 DVD를 재생할 때 보면 예고편 등을 건너뛰고 볼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 이를 “건너뛸 수 없는 구간(non-skippable zone)“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에서는 건너뛸 수 없는 구간을 건너뛰게 할 수 있는 DVD 재생 소프트웨어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것도 접근통제적 조치로 구분한다. 

 

기술적 보호조치의 저작권법 등에의 도입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동일한 이유에서 출발하였다. 즉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관장하는 저작권 조약(WCT)과 실연음반조약(WPPT)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98년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이하 DMCA)”에서 관련 조항이 추가되었으며, 우리나라는 2003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기술적 보호조치 관련 조항이 도입되었다. 미국 법은 접근통제적 조치와 침해방지적 조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침해방지적 조치만을 포함하고 있다. 즉, 접근통제적 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는 국내 저작권법에서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자국의 DMCA에 준하거나 이를 넘어선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지적재산권연맹(International Intellectual Property Alliance, IIPA)이 작성한 2006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의 한국편을 보면, ▲ 접근 통제(access control)를 명문화할 것, ▲ 반 해킹 법령을 통해 네트워크 환경 및 오프라인 환경에서 접근 통제를 기술적 보호조치로 보호할 것, 그리고 ▲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 방법의 제공만이 아니라 우회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우회’란 암호화와 같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DMCA의 내용을 기본적으로 우리 저작권법에도 적용함과 동시에 그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를 네트워크 환경과 오프라인 환경까지 확대하는 것은 DMCA에도 없는 내용이며, 미국이 체결한 기존 FTA에도 들어 있지 않은 내용이다. 

 

만약 한미 FTA가 체결되어 위와 같은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현재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지역 코드와 상관없이 재생할 수 있는 DVD 재생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이를 이용하는 두 가지 행위 모두 합법이다. 하지만 만약 미국의 저작권법을 따르게 된다면 지역 코드는 접근 코드에 해당하는 접근통제적 조치로서 보호 대상이 되어 재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무력화)하는 “도구”를 제공하는 행위로 침해가 된다. 덧붙여 우회 도구의 제공만이 아니라 우회 행위 자체도 불법이 된다면(우리 저작권법은 “도구 제공”에 해당하는 행위만 침해로 본다) 이 소프트웨어를 쓰는 이용자도 침해의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DVD라 할지라도, 한국에서 위의 재생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용한다면 불법이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DMCA가 통과된 지 7년이 지난 미국의 사정을 보면 위와 같은 사례만이 아니라, 기술적 보호조치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악용되거나 표현의 자유와 학술연구를 위축시킨 사례가 많다.  

경쟁 제한의 예를 들면,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로 유명한 니콘(Nikon)의 경우 자신들의 카메라에서 만들어지는 RAW 이미지 파일 포맷의 일부분을 암호화해서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 포맷의 이미지 파일을 편집할 수 있게 하려면 니콘사로부터 이용허락(라이선스)을 받도록 하였다.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대형 업체인 어도비(Adobe)사는 니콘사와의 합의를 통해 해결했지만, 소형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에게는 분명 시장에 참여하는데 장애물이 생긴 것이다. 암호화된 일부분을 허락 없이 풀어서 이용이 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접근통제적 조치를 우회하는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어 DMCA 아래에서 소송의 위험에 노출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 내 레이저프린터 제조사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렉스마크(Lexmark)사가 스테틱콘트롤컴포넌트(Static Control Components, SCC)사를 고소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렉스마크는 자사의 프린터와 레이저 토너 카트리지 사이에 승인 프로그램을 붙여서 다른 업체가 재생 토너 카트리지를 파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SCC는 역분석을 통해 이 승인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스마트텍(Smartek)칩을 만들었는데, 렉스마크는 이를 기술적 보호조치 위반으로 고소했고, 법원으로부터 가처분을 얻어 시장에서 SCC의 제품을 팔수 없도록 했다. SCC가 항소심에서 가처분을 뒤집을 수는 있었지만, 19개월의 소송에 많은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 보호조치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도 많이 있다. Sony-BMG는 CD 복제 방지 기술인 “루트킷(Rootkit)”의 외부 해킹에 대한 취약점을 발견한 프린스턴 대학의 대학원생이 이를 발표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 조항 저촉 여부를 제기하였다. 또 다른 사례는 정보통신 전문 뉴스 사이트인 CNET의 기자가 미국 ‘교통 보안청’의 문서를 입수하였으나, 기술적 보호조치 조항 때문에 열어 보지조차 못한 사례가 있다. 이 문서들이 암호로 보호되고 있었고 정보원을 통해 암호를 입수했지만, 이를 열어보는 것이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것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적 보호조치의 도입은 권리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 이용 보장의 균형을 통해 사회 전체의 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위협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법률이 규정한 ‘균형’을 넘어서, 권리자가 임의적으로 저작물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과도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 균형의 회복을 위해서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과도한 적용에 대한 제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DMCA는 분명 우리 저작권법 등과 비교하였을 때, 기술적 보호조치의 유형, 사법적 조치의 강도, 예외의 범위 등에서 권리자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광범위성은 표현의 자유와 과학 연구의 위축, 기존의 공정 이용의 무력화, 시장에서의 경쟁과 혁신의 제한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이 다양한 형태로 법정 소송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의원들이 DMCA의 개혁을 위한 입법에 나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Boucher 하원의원 등이 제출한 “디지털 미디어 소비자 권리법안(Digital Media Consumers’ Rights Act of 2003, HR 107)”이다. 이 법안 외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되었다. DMCA는 이미 1998년부터 약 7년간의 시행을 거치며 이제 미국의 산업계, 의회, 학계 등에서 그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DMCA를 기준으로 하는 미국의 요구를 협상의 대상으로 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FTA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김지성 (민주노동당 정책위원,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 community@kdl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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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서 미국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망 후 50년’으로 되어있다. 이는 저작권과 관련된 국제협약에 부합한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국제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라는 얘기다.  

지난 1998년 미국은 자국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20년 연장시킨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Sonny Bono copyright Term Extension Act)’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싱가포르나 호주 등과의 FTA를 통해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하였으며, 이를 관철시켰다. 미국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미한재계회의와 주한미상공회의소의 <2005 정책 보고서>에서도 미국 수준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유권과 달리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제한한 것은 인류공동의 자산이라는 저작물의 성격에 기인한다. 그래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일정한 기간 이후에는 창작물을 공공 영역에 편입시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기존 권리자의 독점적 이익을 강화시킬 뿐, 창작의 활성화와는 관계가 없다.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이 되었다고 창작을 하지 않을 사람이 창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더구나 창작 의욕을 고취한다는 의미는 ‘미래에’ 생산될 저작물에 대한 것이지, ‘과거에 이미’ 생산된 저작물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생산된 기존 저작물에 대해서 보호기간을 20년 추가 연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이익이 있을까? 또한 저작자 입장에서도,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늘어난다고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야말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월트디즈니와 같은 ‘소수의 문화자본’의 독점적 이윤을 계속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2004년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될 운명에 있었던 ‘미키마우스’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의미에서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고 조롱을 받았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은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위헌소송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며, 이에 대항하여 ‘퍼블릭 도메인 확대법안(Public Domain Enhancement Act)'이 제출되기도 하였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1962년부터 지난 40여년간 미국은 11차례나 보호기간을 연장해왔다. 이런 식으로라면 저작권 보호기간은 사실상 무기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 가져올 폐해는 명백하다. 만일 보호기간이 연장되지 않았다면 민중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던 저작물들이 다시 독점 배타적인 권리의 울타리에 갇혀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던 엘드레드는 온라인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문학 작품을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이미 등록되어 있던 몇몇 작품을 삭제해야 했고, 알렉산더 밀른(A. A. Milne)의 1926년작 “곰돌이 푸우”(Winnie-the-Pooh)와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M. Hemingway)의 1923년작 “세편의 단편과 열편의 시”(Three Stories and Ten Poems) 등을 공개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는 민중들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해적질’ 에 다름 아니다.  

 

사실 현재의 보호기간도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유명 저작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작물들은 발행 후 10년~20년 정도면 더 이상 상업적인 가치가 소멸하지 않을까? (물론 이와 관련한 엄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이미 절판되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서적이나 음반조차 저작권에 묶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소프트웨어같은 경우에는 10년만 지나도 그 유용성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저작권과 같은 보호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거의 영구히 보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저작물의 이용을 불필요하게 제약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오히려 저작권 보호기간은 대폭 단축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이러한 결정이 우리의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고려와 자율적인 토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또 다시 외압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미국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요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된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 antiropy@jinbo.net 

 

* <엘드레드 대 애쉬크로프트 사건에 대한 FSF의 소견서>에서 인용 

(http://www.gnu.org/philosophy/eldred-amicus.k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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