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보낸 후 금요일 저녁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 날,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서울의 빈 집에서 멍청히 시간을 보내다 이젠 동네 이웃이 된 15년지기 친구를 불러서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하고는 친구네 하숙방으로 기어들어가 라디오랑 음악을 한참 들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날에는 치렁치렁 길기만 한 무명초(無名草)를 쳐냈습니다. 염색이니 퍼머니 하면서 괴롭혔던 머리칼은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명력이 없는 물건처럼 내 머리에서 스러져내리는 머리칼은 말 그대로 이름없고, 의미없는 물건이 되어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주변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엄니, 아부지가 서울집에 갑자기 오셨습니다. 정리 되지 않은 집의 어수선함은 부모님께 거슬림으로 다가오셨던 모양입니다. 혼나고 변명하고.......(이 지긋지긋한 반복은 어떻게 해야 해결되려나? -_-a)
어제 아침에 부모님이 떠나가신 후, 커피를 마시고 마트에 가서 블라인드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창밖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모두 막을 수는 없겠지만 쓸데없이 날아오는 시선들은 가릴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직접 벽에다 드라이버를 들어 구멍을 내고 블라인드를 고정시키고는 블라인드를 내렸습니다.
아. 지. 트.
밀폐통조림 같은 아지트에서 나는 라디오를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야 인터넷이 연결되었습니다. 밤늦게 내려놓았던 블라인드를 올리고 통조림에다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놓듯 인터넷에다 기지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