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의 숙취로 오늘 내내 힘들었다. 지금에야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정신은 반 쯤 나가도 해야할 일들은 모두 해내고 있으니 오랫동안 직업훈련에 투자한 시간을 몸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어쨋거나 깨질듯한 머리 속에서도 떠오르는 말은 하나였다.
"역시....젠장.."
거미같은 인간이 있다.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그물망으로 숨막히게 하는...거기다 자신의 손에는 절대로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는 지저분한 곳을 구르게 만드는...그런 사람이...
어제 술자리에서 사무장과 한잔하면서 원장의 계산을 다시 역계산 했다.
병원내 직원중 하나도 좋은 자리로 함께 옮겨줄테니 어짜피 직장을 옮길거면 원장과 사무장이 아는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은근슬쩍 날 떠본다. 비열하다. 사람들의 인사권을 이용해서 가뜩이나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는 나에게 앞으로의 나의 행보가 병원직원의 인사이동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방법을 구사하는 원장의 비열함이 역겨웠다.
사무장에게는 참고만 하겠다고 말했으나 약간 마음이 흔들렸고, 술을 마시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 이만큼 휘둘렸으면 되었다. 그 병원직원도 자기문제는 알아서 하겠지..내가 지지해줄 문제는 아니다. -
빨리 직장을 떠날 7월 말만 기다리고 있다.
거미같은 인간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