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선생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왠 헛소리.."

요즘 꽤나 힘든 환자를 보고 있다.  몇 시간동안 엘레베이터에 갇혔던 여자분인데 그녀를 '엘레베이터공포'에서 꺼내주는 일이 내 일이다. 난 어떻게 그녀를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그녀는 엘레베이터 타기가 두려워서 집밖에 나가기 싫단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계단을 따라 내려와 내가 있는 곳으로 와주는 그녀가 고맙다.

그러나, 난 오늘도 그녀를 울렸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그 싫어하는 엘레베이터에다 그녀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녀의 퇴행이 아프다.  여태껏 잘 하던 엘레베이터 타기라는 기능을 놓아버린 그녀의 공포. 나는 그녀에게 매몰차게 7일의 시간을 못박았다. 그 시간의 못박음은 나에게도 함께 작용한다. 그녀가 그동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나또한 그녀의 공포를 함께 느껴야 하고 그녀를 유혹해서 그녀에게 별 것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므로..

매일매일 나보다 나이 많은 그녀를 야단치고 어르고 달래며  말한다.

"괜찮아..괜찮아.."

그러나, 난 괜찮지 않다.

김현 선생의 한마디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둘러둘러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 감정을 구겨놓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현 선생의 말을 읖조리며 왠지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다 슬픈 괴물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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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님이 아프시면 안되요...
아퍼도 살살 아프기...

딸기 2005-07-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오스, 정말로 그런 일이 있구나. 그런게 트라우마라는 거니?
그런데 일주일 시간을 주고 '억지로' 치료를 해도 되는 걸까?
난 의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고, 또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마는
그 환자가 참 안쓰럽다.

그나저나.
너 시간 있니?
혹시 소개팅 할 생각 없는지.

딸기 2005-07-06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팅 뿐 아니라.
다담주 주말에 울집에서 벙개한다.
라불리 8월초에 유학가거든. 되도록이면 와.

클레어 2005-07-0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안녕하세요? 흐흐~ 녀석을 길들이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 되겠지요..워~워~ 너무 설치지 말라구.. 힘들잖아..라구 말이죠. 저도 녀석 길들이기는 젬병인지라 별로 설득력이 없는 말 밖에 해드릴 것이 없군요. 쿨럭~ -_-

파란여우님/ 아플 때는 아프되 파란 여우님의 말대로 살살 아프겠습니다. ^^

딸기님/ 어짜피 그 환자의 배경이 될 뿐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도록은 해야겠죠. 힘들기는 하더군요. 여전히 제자리 걸음..-_-
주말에 시간이 있습니다. 다다음주 별 일 없으면 연락드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