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선생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왠 헛소리.."
요즘 꽤나 힘든 환자를 보고 있다. 몇 시간동안 엘레베이터에 갇혔던 여자분인데 그녀를 '엘레베이터공포'에서 꺼내주는 일이 내 일이다. 난 어떻게 그녀를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그녀는 엘레베이터 타기가 두려워서 집밖에 나가기 싫단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계단을 따라 내려와 내가 있는 곳으로 와주는 그녀가 고맙다.
그러나, 난 오늘도 그녀를 울렸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그 싫어하는 엘레베이터에다 그녀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녀의 퇴행이 아프다. 여태껏 잘 하던 엘레베이터 타기라는 기능을 놓아버린 그녀의 공포. 나는 그녀에게 매몰차게 7일의 시간을 못박았다. 그 시간의 못박음은 나에게도 함께 작용한다. 그녀가 그동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나또한 그녀의 공포를 함께 느껴야 하고 그녀를 유혹해서 그녀에게 별 것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므로..
매일매일 나보다 나이 많은 그녀를 야단치고 어르고 달래며 말한다.
"괜찮아..괜찮아.."
그러나, 난 괜찮지 않다.
김현 선생의 한마디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둘러둘러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 감정을 구겨놓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현 선생의 말을 읖조리며 왠지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다 슬픈 괴물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