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일본을 전쟁의 피해자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의 올해 개봉이 취소됐다.
이 영화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는 11일 올해 예정이었던 이 영화의 개봉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세번째 작품인 '반딧불의 묘'(火垂るの墓,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는 2차대전 막바지 14세 소년 세이타와 4살 여동생 세츠코가 부모를 잃고 결국 숨져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개봉 취소는 최근 독도문제와 관련된 국민들의 반일 감정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들은 비교적 양국 관계와 무관하게 순항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개봉 자체가 기한 없이 연기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지난 28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올해 안 개봉을 준비했지만 전쟁의 피해자로서의 일본인을 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일부 네티즌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임정옥 과장은 "올해 안 개봉을 추진했지만 최근 국민정서에 이 영화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일단 개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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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을 하다가 가장 짜증스러운 뉴스는 일본이 돈으로 UN안보리 이사국에 들어가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아니었고, 바로 이 기사였습니다.
저주스러운 군국주의의 과거를 아직도 끌어안고서 독도에 대해 망발을 일삼는 일본인들은 저주스럽고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전쟁이라는 광기의 역사 속에서 비참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보여준 '반딧불의 묘'를 전쟁의 피해자로서 일본을 인식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거부한다는 것은 솔직히 좀 오버가 아닐까요? 원폭이 떨어졌던 히로시마는 단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원폭을 투하해서 일본의 패배를 얻어냈던 결정적인 장소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삶을 꾸리며 살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전쟁 중 그들의 고통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 '우리도 피해자들이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까요? 그정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조악한 의식을 우리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이죠.
일본과 한국. 서로의 잘못된 과거사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관계이며 앞으로 후세들에게는 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만 이와 같은 대응은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눈, 작품 속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눈도 스스로 치워버리는 처사란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