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검을 만듦에 있어 백번 두드리고 물에 넣어 다시 두드려서 만들었다.

그리고 반드시 피를 잔뜩 담은 양동이에 검을 넣어 목을 축인다 하여 검이 피맛에 굶주리지 않게하였다. 만일 피를 먹이지 않으면 나중에 피에 굶주려 생명있는 바를 가려서 살생할 수 없다고 한다. 

요즘은 용광로에 쇠를 넣고 끓여내어 찬 물로 식히는 일련의 과정을 한번에 처리하니, 훌륭한 쇠를 만들어 내는데는 이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한다. 

달아오른 쇠를 치고 물에 식힌다 함은 대기중의 탄소를 철 분자와 엮어내어, 이를 빠르게 식혀서 탄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야, 강도가 오래 지속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예전 방식의 쇠를 두드리는 법을 궁구하여 이치를 알고, 쉽고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킨 좋은 바라 하겠다. 거기에 석회를 넣으면 철의 불순물이 빠져나간다 하니, 예전에 비해 철의 순수하고도 강직한 성품을 많이 살렸다 하겠다. 

그러나 요즘 쇠로 진검을 만들고 오래 전에 만든 진검과 승부하게 되면 신검은 구검에 반드시 부러지는 바가 되고야 만다. 어찌하여 그러한가?기술의 오묘함이 서로 차이가 나거니와 요즘 세상엔 갖은 강도의 쇠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어찌 새로운 방식의 기술로 단련한 쇠가 옛 검을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 

용광로는 단 한개의 목적을 위해 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하지만 그 쇠는 순도가 높아야 하고 다시 강도도 있어야 한다.그리하여 큰 솥에 석회를 몰아 넣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수만톤의 쇠를 만들어 꼬아놓아,이 코일로써 여기 저기 나라와 백성이 필요로 하는 바에 범용으로 쓰는 것이다. 

옛 검은 검을 만들기 위해 단 한덩이의 쇠를 두드려 물에 식힌다.분명 여기까진 요즘 방식의 제련법과 크게 다를게 없다. 되려 요즘 방식보다 못하다.그리하여 접는다.쇠를 두드리고 한번 접고, 다시 달구어 두드려 이에 식힌다. 

이에 처음 두드린 한 겹의 쇠는 약할지 몰라도 이러한 지수긋함과 몰두의 과정을 거치면 열 번 접힌 쇠가 요즘의 방식으로 만든 한겹의 강철과 같은 내구성을 가진다.거기에 접힌 쇠가 열겹의 쇠를 맞대놓은것처럼 서로 의지를 해서 탄력이 붙는다.다시 이 검에 녹이 슨다 하여도 겹쳐진 쇠의 단단함에 막혀 녹이 안까지 파고들어 갈 수가 없다.

이에 비록 녹이 슬고 무뎌진다 하여도 불에 들어가고 숫돌을 만나면 가을물과 같이 날이 서는 것이다.그리하여 신검은 진검의 이를 뺄 순 있어도 구검을 부러트리진 못한다. 진검은 탄력이 있어 강도 대 탄력이 극한 조화를 이루어 이는 빠지더라도 기어코 신검을 눕히는 바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요즘의 모든 쇠들을 두드리고 접는 방식으로 만들어 뭘 만들고자 하면 수고는 백배로 들고 효율은 열배로 줄게 되니, 어느 한 방식을 고집하고자 함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심성을 다스리는데는 필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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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1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제련법을 적용하다보면
저도 탄력적이고 단단해질까요?
무엇보다 녹이나 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클레어 2005-03-1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파란여우님~!! 이미 많이 스스로를 두드리고 접었던 분, 아니셨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