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화장실 - The Pope's Toile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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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이 짐을 가득 실은 채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끼걱거리며 움직이는 자전거 바퀴, 아빠의 숨소리, 뜨거운 태양, 흐르는 땀... 

거기에 남미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며, 

영화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우루과이의 한 가장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우루과이 한 마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이야기는 

그 발상부터가 기발하다.  

교황이 자신들의 마을에 찾아오면, 브라질을 비롯해서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테고, 그가 머무는 동안

아빠는 유료화장실을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계획인 거다.  

 

가난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교황 방문 사건은 결과적으로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전반까지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마지막에는 순간적으로 '판단 중지'상태에 놓여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극적인 기운으로 끝을 맺지 않는다. 

처절할만큼 그가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이유였던 가족들이 여전히 그의 옆에 있고, 

그는 다시 삶을 위해 땀흘릴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흥겨우면서도 쓸쓸함이 묻어나는 남미음악에, 소소한 유머와 따뜻함이 묻어나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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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 Chaw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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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괴수영화들이 그렇듯이, 이 영화도 평화롭던 마을에 갑자기 살점이 뜯겨진 채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인물들과 괴수간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 그 골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특징은 괴수가 아닌 인물들을 그려나가는 방식에 있다. 

어리바리한 파출소장, 겁많은 순경들, 유명 포수지만 알고보면 어린 구석이 있는 인물 등 

영화는 괴수영화의 틀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에게 실소하거나 키득거리게 하는 웃음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긴장하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뭐 또 재밌는 걸 보여주려고? 싶은 기대감이 들기도 해서 신기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차우 CG가 주변 화면과 따로 놀고 어색하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에 코믹요소를 분산시키다 보니, 이야기가 나선형으로 거침없이 

흘러가는 느낌이 미약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괴물>에 이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 또 하나의 괴수영화가 나온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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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7월4주)

 항상 재난 영화라면, 뉴욕 맨하튼이 나오는 것을 공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운대>는 우리나라 부산의 해운대를 배경으로, 배우들의 사투리가 돋보이는 토종 재난영화 1호라는 데 신선함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블록버스터류의 영화들을 선호하진 않지만, 기존 우리 영화에서 없었던 것을 자꾸 시도하는 노력에는 그 규모에 상관없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되던 첫날 극장을 찾아가 관람했다. 

 CG도 잘 나온 것 같았고, 유명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었다. 거기에 이야기 중간마다 코믹요소들이 배치돼 있어,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쓰나미에 휩쓸리는 해운대 씬까지 기다리며 영화를 봐 가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에 쓰나미를 만나면서 이어지는 감정과잉의 설정들이다. 이는 재난영화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민망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부분만 좀더 치밀하고 냉정하게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머물렀다. 

그래도, 이 영화는 지금 계절에 참 잘 맞는 소재이고, 무엇보다 극장에서 봐야하는 스케일이 큰 영화다. 가족들과 함께 가서 보기에도 무리없고-감독의 전작이 <1번가의 기적>이었던 것과 연결됨- 괜찮다. 볼거리와 가족애를 다루는 영화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번 주말에 선택해도 좋을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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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 Haeunda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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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의리얼함과 소소한 코믹요소가 영화의 볼거리, 마지막까지 치닫는 감정과잉은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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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 Let It Ra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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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러 간 분들의 상당수가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전작, <타인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허당인 다큐멘터리 감독 미셀과 그를 돕는 초보 다큐맨터리 감독 카림이

인기페미니스트 작가인 아가테를 인터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중간에 미셀과 아가테 동생 간의 러브라인이 나타나고,  

인터뷰 중간마다 유머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등 영화는 중간중간 소소한 웃음을 유발케 한다. 

 

하지만 너무 우아하게 적시려고 했던 건 아닐까.

우리네 인생이 예상했던 바대로 굴러가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것을 순간 쏟아지는 비와 연결지어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는 전달되지만, 

그 주제의식이 너무나 편하게 그려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좀더 강렬하게 소나기나 한차례의 폭우가 내리는 것같은 감정을 기대했던  

내 바람이 처음부터 과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도, 겉으로는 멀쩡하고 프로같지만 얼렁뚱땅 캐릭터인 미셀은 

이 영화의 감초와 같았다. 

대머리 중년인 그에게 감독은 아이같은 순수함과 엉뚱함을 넣어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축했다.

거기에 영화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음악이 영화 전반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영화 감상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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