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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0년 4월
평점 :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는 책이다. 미치코 가쿠타니가 유명한 서평가란건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다. 인터뷰도 안하고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 깐깐한 독자이다. 가쿠타니가 수전 손택의 책을 혹평해 서로 설전을 벌였던 일이 유명하다고 한다.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마지막에 실린 정희진 쌤의 해제만으로도 이 책을 볼 가치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저자 관점을 반박하는 지점이 날카롭다.
폭넓게 말해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는 인간의 인식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실재를 부정한다. 지식은 계급, 인종, 성 등 다양한 변수의 프리즘을 통해 여과된다고 주장한다. ... 언어는 신뢰할 수 없고 불안정하다고 여겨진다. (기표와 기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온전히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서 행동한다는 생각도 무시된다. 우리 각자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시대와 문화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토크빌은 "비숫한 조건, 습관, 관습으로 묶인 작은 사적 집단"에 틀어박혀 "사생활의 즐거움에 빠지"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지적하며 이런 자기 몰두가 더 큰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을 약화시켜 통치자들의 부드러운 전제정치에 길을 터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짓등가성 (정반대되는 두 논거가 논리적으로 동등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 때 일어나는 논리적 오류)은 저널리스트들이 균형을 진실과, 의도적인 중립성을 정확성과 혼동하고, ‘양측‘을 모두 보여주라는 우파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였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등 과학 편에 서 있지 않은 집단들은 "많은 측(면)", "다양한 관점", "불확실성", "다양한 이해방식" 같이 대학의 해체주의 수업에 어울릴 법한 말들을 퍼뜨린다.
확증 편향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이 제시되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성급히 받아들이는 반면, 이의를 제기하는 정보는 거부할까? 첫인상은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원초적 본능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이의 제기에 대해 지성보다는 감정으로 반응하고 증거를 신중히 검토하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앎의 입문서인 이유는, 우리가 자명한 사실이라고 믿는 과학(normal science)도 규범, 즉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임시적인 패러다임이라는 인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풍자, 냉소주의, 미친 듯한 권태감, 모든 권위에 대한 의심, 모든 행동 제약에 대한 의혹, (진단하고 조롱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회복하려고 하는) 야망 대신 불화에 대한 아이러니한 진단에의 지독한 애호"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산이 우리 문화에 흘러 들어왔다고 월리스는 주장했다.
인간은 타인과 사회와의 부대낌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과정을 사는 존재다. 그러나 1인 매체 시대에는 자기가 자신을 규정한다. 자기도취, 자기 조작 시대다. 1인 매체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라는 부풀어진 자아(인플레이션 에고)를 부여했으며,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잊게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계에 시간과 노동을 기꺼이 사용함으로서 슈퍼 부자들의 삶을 떠받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은 콘텐츠를 가진 ‘최고의 지식인‘만 필요할 뿐이다. 이것이 소위, 고용의 종말이다. IT 산업, 금융과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더 이상 사람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목도하는 현실이지만, 러다이트 운동 때와 다른 점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지 않고, 자신을 해고한 시스템과 그 기계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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