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있다는 것.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어제 동생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투자라는 이름의 거래는 1년 전에 있었다. 계약서 한장 없이, 차용증 한 장 없이.. 돈 빌려준 사람의 주민번호, 주소도 모르는채. 입금 통장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통장.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는 그동안 핸드폰 메시지로 주고 받은 내용이 전부다. 핸드폰 메세지에도 발신자 번호는 0000으로 찍혀있다.
소위 일류라는 대학을 나온, 그것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 동생이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몰랐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것도 1년 가까이나 상대방이 하는 거짓말(00이 해결되면 돈을 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니 돈만은 꼭 주겠다)을 그대로 믿고, 그저 계속 안절부절 기다리고만 있었다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할말을 잃었지만, 동생이 겪었을 그동안의 맘고생을 생각해서 차마 긴말을 참았다.
가장 큰 일은 이 일을 남편이 모른다는 사실이다. 남편도 몰래 그렇게 큰 돈을 빌려주고, 그것도 일부를 대출받아서... 지금은 몰래 몰래 그 빚을 갚아나가느라, 거짓말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 그래서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일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비밀이 없는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 하고..
불쌍한 내 동생 어떻게 돈을 받아 낼 수 있을까?
상대방의 재산 내역을 알아 내야 하는데, 무슨 방법으로 알아 낼 수 있을지... 그것이 현재 직면한 과제다.
재산을 파악하고, 건져낼 것이 있는지 판단한 후... 애원을 하든, 협박을 하든, 포기를 하든 마지막 쇼부를 쳐야 할 것 같다.
역시 돈을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