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늘.
문제는,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생각하는 것.
미리 생각해봐야 좋을 고민거리나 묵지근한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런 종류의 것들은, 그저 막상 그날이 닥쳐왔을 때 , 혹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때 하는 편이 낫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그래도 이사는 그렇지가 않다는게, 이사가 미워죽겠는 이유요, 최강 구차니즘 유발 포인트렷다.
누가 밀어내지도 않았는데, 내 발로 죽어라 죽어라 이사를 해보겠노라고 말로만 떠들어온 게 어언 10개월 여가 된거다. 그래 막상 집도 구하고, 빠직빠직 벌어야만 겨우 들이밀겠는 월세에 대출 이자도 걱정된다고는 해도, 그렇게 10개월 여를 노래 불렀으면, 좀 더 성실하고 기쁘게 수행했어야 옳다만.
사람이란게 어디 그런가.
마지막 하루를 앞두고도 , 이 추운 날씨가 어찌나 원망스럽고, 그 모든 일들이 어찌나 먹구름 속에 가려 꿈쩍도 않아 뵈는지. 신경 끝의 털 하나 하나가 다 곤두서는 거 같았다.
마침내 어찌 어찌 끝을 내고난 일주일.
공간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가재도구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너른 거실을 보면서 밤마다 생각한다.
마치 내게는 이 거실이 황량하고 서걱한 모래가 휘날리는 사막의 고원지대 같다는 그런 생각.
이렇게 횡 하고 바람에 무언가 쓸려 갈 거 같은, 고작 이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그토록 대롱대롱 안달 냈던가 하고.
나를 그리도 안달 내게 했던 구속들과 거추장스러움은 어디서 유발했으며, 누구가 제일 컸으며, 어떤 생활이었길래 ...라는 생각을 한다.
좀 따스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내려면 어째야 할까 , 잠깐 생각을 하다가도, 예의 거추장스러움 부분에 얼핏 이르면, 도리도리 고개를 젓게 되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치였던가본데.
최종적 근원은 나.
그랬다 , 늘.
사람 따위 별로 그립지 않은 듯 살아갔지만, 술김에 재워주세요 부탁으로만 데리고 갔던 게 아니라, 마침 그날따라 혼자인게 무척 싫어서 집에 데리고 온 사람들도 꽤 되고, 그런 날이 수일만 지속되어도, 이유 없이 그러구 안가는 그 사람이 무조건 미워져서 속으로 혼났던 기억도 꽤 된다.
이런 모순 때문에 늘 그 모양인 것이다.
혼자 오래, 아주 오래, 외롭지만 단순하게 지내는것을,
해보지도 못했고, 잘되지도 않는데,
자꾸만 마음은 그렇게... 황량하고 건조한데로만 흘러가는게,
그런 모순이,
이상한 신경증만 뾰족하게 더 갈아내서 죄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다. 이 세상 누구와의 관계가 되었든, 꼭 내가 필요한 그 순간에만 나랑 있어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라져주는 식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나의 필요에 의한 잠시 잠깐의 동거는 낙락하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눈꼬리가 치켜지는게, 참. 내 성질 밭이 고르지도 못할 뿐더러 맘보도 곱지가 못하다.
아무튼 이제...
언젠가 따스한 그 무엇을 꿈 꿀 때 까지는 혼자서만.
오롯이 혼자서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