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석간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내가 좀 비뚤어진게 틀림없다.

그리고 나의 그러한 비뚤어짐에는,

모든 이상 성격이 그러하듯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아, 대체 뭐가 그리 비뚤어졌냐고?

가족, 그놈의 가족 이야기 말이다.

그저 좀 대중적이거나 좀 진부한 플롯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 책을 폄하하게 되는건 아니라는 자각이 든다.

아마 내가 조금만 덜 단단하게 꼬였어도,

가족에 대해 조금만 더 너그러운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도,

아니 대놓고 말해서, 가족에게서 조금만 덜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책의 내용 때문에 다른 모든 점들은 눈에 안보이는 이런 편협한 독서로 일관하진 않았을거란 자각.

 

아무튼지간에,

나는 평소에도 신문을 안 본다.

신문에 난 걸 모른다고 해서 쪽팔리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끔찍하거나 더럽거나 복잡하거나 상업적이기만 한 활자들의 아우성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 세상은 원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뉴스로 차고 넘치기 때문이란게,

내가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이유.

(물론, 가끔 딩동하고 신문 구독을 강요하는 아저씨들에게 이렇게 긴 썰은 풀지 않지만.)

따라서,

이 작가  시게마츠 키요시의 대중에 대한 눈높이 맞추기 zone에 나는 끼어들기 어렵다.

(아무리 봐도 이사람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감동적으로, 그러나 무겁지는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저녁 8시반의 일일 드라마 형으로 눈높이를 맞춘것만은 분명하다)

제목이 벌써 [일요일의 석간]이고, 실제로 그 단편은 일요일에 가족과 동참 할 수 없는 명퇴 위기의 중년 남자의 애환을 , 그리고 그것을 가족간의 사랑으로 풀어가는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평소에도 신문 안 읽는 내가,

일요일의 석간에 대한 행간의 의미를 알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부러 내용은 차치하고, 문장의 재미만을 돋보이게 내세워주는 단편은 없는가 하고 눈을 부라려도 봤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명품은 없었다.

'오우토키의 연인'  정도가 소재에 있어서 신선하다고, 그래서 이 사람도 한 때는 참 재미있는 단편을 썼었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긴 했다.

 

아 , 쓰고나서도 찝찝하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시선 제로인거 같아서.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i 2006-03-2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말이죠, 한때. 저도 이 작가 한때는 좋았는데 하고 책 보다말고 던지게 될 때가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사람들 만나서 달리 할 말없어 그저 옛날 이야기만 지겹게 되풀이 해대다가 그땐 그랬어 하고 맥없이 웃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죠. ^^;

치니 2006-03-2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네 맥없어요. 맥 없기도 하고, 새삼 내 감성이 메말랐나 싶기도 하고.

sudan 2006-03-2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일도 굳은 일도 가족의 사랑으로 헤쳐나간다 컨셉에는 저도 잘 공감을 못해요. 언젠가 빌려 읽은 조카의 동화책은요, 모두 함께 즐거워하면서 곰 사냥을 나갔다가 막상 곰을 만나고는 기겁을 해서 집으로 달려와서 현관문도 잠그고 방문도 잠그고 안락한 침대위에서 저들끼리 ‘다시는 곰 사냥을 나가지 않겠어’하고 결심하는 가족이 주인공이었어요. 저 살던 동굴에서 열심히 가족들을 쫓아왔다가 혼자 남겨져서 되돌아가는 곰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런 이기적인 가족들 같으니! 라고 꽤나 욕을 했다죠.(저 혼자 생각에는 작가는 가족이 아니라 곰의 뒷모습에 애정을 담았던 게 아닌가 싶은데, 꿈보다 해몽인걸까요?) 아. 그리고 저도 신문 잘 안 읽어요.
치니님 글 읽으면서 맞아, 맞아, 나도 이런 소설 싫어(읽지도 않아 놓고는)라고 혼자 신난 수단. 크크.

Fox in the snow 2006-03-29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슬쩍 손들어 봅니다. 동지만난 듯 해서. 근데 저보다 더 짜시네요.후후..그래도 제가 치니님보다 덜 메말랐나봐요. 전 별 4개주었다구요^^;

치니 2006-03-2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아 저도 그 그림책 있었어요, 아이에게 사주었던 기억.
저도 그 당시 그게 가족의 화합 내지는 사랑을 그린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쩐지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짚어지진 않는, 하지만 그림은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신나해주시니, 저도 덩달아 신나요. 써놓고 찝집했는데 ㅋㅋ

Fox in the snow님 , 이 책을 읽던 중간에 '촌스럽게..'라는 제목의 님이 쓰신 서평을 다시 읽어보았었어요. 정말 고개가 많이 끄덕여졌죠. 사실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구요 ^-^;;; 하지만! 그래도 별 3개 -_-; 밖에 안되는 저의 좁다란 마음이 부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