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는 강박증 적인 것을 피하고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그래서 스포츠 경기 (축구도 물론 포함)에 광적으로 집단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강박증을 애국심이나 정의감 같은 걸로 포장하는것에는 분노에 가까운 반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그래도 된다고 믿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음악에 관련된 것들일테고, 그건 아마도 음악은 집단 강박에 빠지기보다는 '혼자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를 깔아서 였을거다.

그러나 그조차도 [들국화]와 [김장훈]을 열심히 보러 다니던 한 시절을 생각하면 꼭 맞는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들국화]가 이 책에서의 '세련되고 화려한' [첼시]나 [토튼햄]이라면,

[김장훈]은 '미련하고 거칠고 후회할 행동도 하는' [아스날]일게다.

그들의 음악적 개성은 논외로 하고, 또 그들의 언론 플레이도 논외로 하고, 팬 층과 팬 질(?)로 봤을 때의 말이다.

[들국화]의 팬들이 우아한 VIP석에 앉아서 고매한 인격을 거스르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연을 즐기는, 그리고 당시에 트윈폴리오나 양희은, 김민기 가 아니면 한국 가요라고는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대학문화가 만들어낸 어이없는 우월주의를 가진 류가 더 많은 편이라면,

[김장훈]의 경우는 주로 유치하다거나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욕을 들어가면서도 꿋꿋이 무대와 노래를 자기 인생의 모토로 삼으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왠만한 것은 불사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사람들이며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자유당식 공감대가 주류여서 스탠딩 공연에서 굳이 뒤쪽 의자에 쭈그리고 앉았는 나를 소 닭 보듯 하거나 욕 하는 팬들이 더 많을 것이 거의 분명하니까.

그런데 나는 그 두 가지에 골고루 푹 빠졌던 시절을 가졌다.

무엇을 너무 좋아해서 미치는 것,

이렇게 써놓기만 해도 그 자체가 무조건 참으로 매력적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도.

어느 정도 일탈을 꿈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도 맹물 같고 지리한 삶이 구역질 나고 타파해야 할 무엇이니 , 공연을 가지 않으면 몸살이라도 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그 와중에도 제 깐에는 이성적이랍시고 냉소적 비평으로 친구들과 수다판을 벌이기도 한 적도 많았다.

어쩌면 내가 미치게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했던 행동들 역시,

닉 혼비가 부모의 이혼 후 트라우마를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 것이 축구인 거 마냥,

그렇게 내 트라우마로 올 것들을 대비하기 위한 무엇을 좋아한 것 뿐일게다.

또 그렇게 우회하여 나름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은 일탈을 감행하고 살았던 시절에 대한 감미로운 향수도 무시할 수 없는 내 안의 감성 축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닉 혼비의 아스날 사랑과는 비교 조차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사람은 강박증 정신병 환자니까. 나는 정신병 환자가 될 순수함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와 같은 섬세하고 예리한 감수성도 지니지 못했으니,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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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3-2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무언가에 버닝하는 건 좋아요.
들국화는 저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어렸을때라 '우월주의' 이런건 잘 몰랐고, 주변에 들국화 좋아하는 친구들도 없어서 알아주는 이 없이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김장훈이라니. 귀여우세요.)

치니 2006-03-21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대략 짐작되는 나이로 생각하면 주변에 들국화 좋아하는 친구들 찾기 힘드셨으리라 봅니다. ㅋㅋ 저도 '우월주의'라고 그때는 생각 안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은근 그렇드라...헤헤 뭐 그런거죠.
심지어 들국화 당사자들도 그런 기분이 없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하니까요.

김장훈도 그분의 상당한 나이를 보신다면, 귀엽다고만은 못하실겁니다. 크으.
김장훈이 정말 가난했던 시절에 좋아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