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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손가락의 기적
루이스 새커 지음, 이진우 옮김 / 사람과마을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주말은 한달에 한번 , 재수가 좋으면 주중에도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해서 두번.
시이소오를 타듯이 서로의 균형을 잘 맞춰가면서
게임의 룰을 깨뜨리지 않고 지내온 지난 몇년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고 그림 같다.
하루라도 못보고 산다면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이전의 생각이 상당한 착각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와도,
아이에 대한 사랑이 모자라는가 하는 죄책감 보다는 도리어 이 편이 훨씬 잘 맞는 거였음을,
그래서 우리의 결정은 제법 현명했음을 기특해 하는 심정이 되곤 한다.
각자의 자리를 잘 지키면서 서로를 알맞게 보고 지내는 것이 좋다 라는 생각이,
가족 이외의 어떤 관계에도 맞다면,
가족에게도 그것은,
아마 맞는것인 건가보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었던 시절, 드문드문 생각했었다.
해주고 싶다고 다해주지는 말자,
가장 해주고 싶은 것과 아이가 원하는 것이 매칭 될 때에만,
그것을 하자 라고.
그 중의 하나는 역시 책 , 이다.
좋은 책을 알려주고픈 마음만큼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고, 아이는 다행이 책 읽는 행위를 짐 스러워하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아이 또래에 관련된 책들을 보면, 반드시 클릭을 하게 되는 내 손을 거쳐 나름 엄선된 책들 중의 하나인 이 [엄지손가락의 기적].
솔직히 읽는 내내 나 자신이 뿌듯했다.
리뷰만 보고, 그것도 대충 보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 수준이나 책 수준이나 둘 다 모른다) 골랐는데도 이토록 재미있고 누구의 수준에도 딱 맞는 책이라니!
므흣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어쩌면 , 아니 잘하면,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지는 [낙천성]을 갖추고 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
언제나 어이 없는 것에 탓을 하고 - 스탠리가 옛날 옛적 선조인 돼지도둑 고조 고모부를 탓하는 것으로 모든 불운을 간단히 견뎌내듯이 - ,
언제나 남들에게 말하면 자칫 우스워지기만 하는 나만의 感으로 기대고 있는 기적 같은 희망,
따위 들 때문에 말이다.
내가 읽는 부분이 어디인지 옆에서 수시로 물어보는 ,
그에 답할 때마다 괜시리 득의만만한 웃음을 짓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하는 기쁨의 최고조는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주말은,
썩 좋은 릴랙싱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