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 분야인 동시대 이론 사상가들은 이론의 난해함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 사상가들은 이 난해함을 그 자체로서 또 다른 이론적인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미는 투명하고 처리되기 쉬워야 한다는 생각에 분개한다. 그래서 그들은 독자들이 의미가 명백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와 씨름하게 일부러 표면적인 내용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텍스트들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관습적으로 사용해 온 렌즈를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렌즈, 즉 획기적인 관점과 획기적인 관점을 위한 렌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도적인 텍스트의 불분명함에는 일종의 윤리가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태도를 마음 깊이 존경한다. 하지만 수사적으로 대단히 난해한 텍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개념이 실제로는 전혀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난해함으로 가린다는 점에 나는 점점 짜증이 난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읽고 있는 300쪽에 달하는 고통스러운 내용의 책이 25쪽 분량의 간단명료한 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 느낄 때, 나는 내 안에서 분노가 치미는 것을 경험한다.
- 밀리의 서재
하지만 다른 이들의 수많은 생각을 빌리며 진 신세를 주석에 모두 담아내기란 역부족이다. 내 연구가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보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독자라면 내가 쓴 다른 학술서를 참조하기 바란다.1
- 밀리의 서재
와...그 숱한 난해한 책들과 주석 속에서 허우적대며 이해하려고 몸부림쳐 봐야 아무런 이해도 못하고 짜증만 내던 내 마음을 이렇게 알아주는 책이 나타나다니! 역시 책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