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첫 줄부터 전혀 몰랐던 거 나옴.


시간 늦추기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시간은 산에서 더 빨리, 평지에서는 더 느리게 흐른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인터넷으로 천 유로 정도에 살 수 있는 정밀한 시계로 측정이 가능하다.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든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 실험실용 시계가 있으면, 몇 센티미터만 낮아져도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계는 탁자 위에 놓았을 때보다 바닥에 두었을 때 솜털만큼 더 느리다.

알버트, 당신은....역시는 역시군요.

믿기 힘든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어떤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빨리 흐른다.


  이처럼 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무려 한 세기 전에 깨달았다. 심지어 정밀 시계도 없이 알아냈다. 그 위대한 인물은 바로 아인슈타인Einstein, 1879~1955이다. 

평지에 삽시다, 여러분.


평지에서 시간이 더 많이 지연되고, 산에서는 덜 지연되는 이유는 산이 지구의 중심과 좀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평지에 사는 친구는 덜 늙는 것이다.

머리가 무거워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에서는 사물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쪽으로 향한다. 해변에서 바다로 달려가면 발에 닿는 물의 저항력 때문에 앞으로 넘어지는데, 이때도 머리부터 파도에 처박힌다. 즉, 사물이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아래쪽일수록 시간이 지구 때문에 느려지기 때문이다. 

비틀즈는 위대하다. 폴 매카트니는 천재이고.

우리 인간은 석양이 질 무렵 태양이 황홀한 모습으로 가라앉기 시작해 저 먼 구름 뒤로 서서히 사라지는 광경을 보면서 움직이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지구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한 지혜의 눈으로 지구에 대한 이 모든 것, 그리고 지구와 함께 우리가 뒤로 회전하면서 태양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것들을 발견한 자들은 언덕 위에 올라선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1942~의 열정에 찬 두 눈●을 하고 일상에 찌들어 졸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세상을 볼 것이다.6


  


  ●한 남자가 언덕 위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세계의 회전을 본다는 폴 매카트니의 곡 ‘언덕 위의 바보The Fool On The Hill’의 노랫말. 

이 작가님은 예술을 즐기고 좋아하시는 분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즉, 시간은 첫 번째 층인 유일함을 상실했다. 모든 장소의 시간은 다른 리듬과 속도를 갖는다. 다양한 리듬의 춤 속에서 세계의 사건들이 얽힌다. 세상이 춤추는 생명의 여신으로부터 지배를 받는다면 최소한 만 명의 여신이 있어야 할 테고, 그 여신들의 춤은 마티스Matisse, 1869~1954의 그림처럼 거대한 군무로 펼쳐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 네스뵈,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내 취향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안 읽었는데...읽어보니 아직 1권 뿐이지만 내 취향은 아니긴 아님. 엔딩 전에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스토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게다가 군데군데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 묘하게 기분 나쁨. 회사에서 졸릴 때 읽기는 괜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10-3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맨 과 치니님 왜이렇게 안어울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3-10-31 12:46   좋아요 0 | URL
그쳐 ㅋㅋㅋㅋㅋㅋ 뭔가 안 내킬 때는 세이다를 따라야 했는데 ㅋㅋㅋㅋㅋ 제가 또 이눔의 넘치는 호기심때무네...
 














휴 - 제목이 어지간히도 안 외워지는 책이다. 벌써 몇 번째 검색하는데도...

하지만 묘사와 문장이 근래 드물게 좋음.

소년은 농촌을 막 떠나온, 말하자면 이주 농민 같은 인상이었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는 하나하나 살펴보면 밉지 않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균형이 잡혀 있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웠다. 마치 무언가를 가슴에 담아놓고 고민하는 듯하면서도 느긋해 보이기도 하는 특징적인 둔함이 그 얼굴을 투명한 그물처럼 뒤덮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농민의 자식 모습이었다. 소년은 희끄무레한 마른풀 빛깔의 짙고 연한 줄무늬가 있는 뜨개옷 상의를 소중한 듯 신경 써서 입고 있지만, 금세 구김이 가고 모양이 흐트러져서 커다란 죽은 고양이 같은 옷으로 전락할 터였다. 

다카는 폭력적 행동이 일상화된 거친 인간이 되기를 원했지만, 어쩌다 성공한 경우에도 역시 불량배 역할을 자처한 듯한 인상이었지. 그건 용감함과는 다른 것 아닐까?”

아내는 취기의 정도를 파악하는 기묘한 계기 감각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선까지 술기운이 오르면 물고기들이 각자의 서식지와 활동층 안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결코 그 이상 취하는 일이 없었고, 좀처럼 거기서 깨어나는 일도 없었다. 아내는 술의 자동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이 감각을 알코올중독자였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술기운이 안정층에 이르러 확실한 한계에 도달하면 아내는 잠을 자기로 결정하고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결코 숙취를 겪는 일이 없었기에 아내는 그 그리운 취한 상태로 되돌아갈 계기를 또다시 노리는 것으로 다음 날을 시작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심문받고 싶지 않아요.”


  아내는 갑자기 흥분한 듯하더니 곧바로 침울해지면서, 말하자면 바로 머리 위에 던져진 감정의 공이 정지한 지점에서 자기방어의 말을 내뱉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러분이 생각하고 궁리하고 결정하고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 기관에서 일어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뇌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을 여러분도 들었을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말은 틀렸다. 여러분은 항상 뇌의 전부를 사용한다. 이런 신경신화neuromyth 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슬쩍 봐도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인간의 대뇌피질은 포유류의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고도로 진화된 구조에 속한다. 이토록 복잡한 뇌의 90%가 본래부터 작동 불능이라는 생각은 우습기 그지없다. 우리는 ‘당신은 간의 약 10%만 사용한다’거나 ‘평균적인 사람은 특정 시간에 피부의 약 15%만 사용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뇌에 관한 그런 주장을 믿을까? 게다가 뇌 부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처럼 정말로 뇌의 100% 미만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종종 그 효과는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작정 뇌의 10%를 사용한다고 여전히 주장한다. 


우리가 뇌의 전체 활동의 작은 일부만 의식적으로 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지적 한계일 뿐 생리적 한계는 아니다. 이 한계는 어쩌면 우리에게 적응상의 이로움을 주려고 진화되었다. 발생하는 모든 뇌 과정을 명시적으로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는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그 자세한 내용 대부분은 우리의 행동이나 생각과 무관하다. 또한 우리는 호흡하기, 서 있기, 지각하기, 일상생활 하기에 필요한 지속적인 뇌 활동을 대체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당연히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디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적게 기울여야 할지, 그리고 무슨 일을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행할지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은 4장에서 훨씬 더 자세히 다루겠다. 요점만 말하자면, 우리는 항상 뇌의 전부를 사용하긴 하지만, 인지 체계가 진화해온 방식 때문에 그 활동의 작은 부분만 인식한다. 이 한계 내지 병목이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측면 중 하나다.

피질의 전체 크기는 일반적으로 뇌 자체의 크기와 상관관계가 있긴 하지만, 뇌의 전체 크기가 꼭 지능이나 행동과 크게 관련이 있지는 않다.  생물학적 성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3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인간 두뇌에 관한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한 결과,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아주 조금 더 큰 편이다(Ritchie et al., 2018). 어느 정도 차이는 예상되는데, 남성과 여성의 신체 크기가 전반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남성 뇌와 여성 뇌는 서로 상당히 비슷하지만, 구조와 기능에서 얼마간의 차이도 존재한다. 가령, 이 표본 중에서 남성 뇌는 여성 뇌보다 평균 부피에서 조금 더 컸지만, 여성 뇌의 표본에 비해서 남성 뇌의 표본 내에서 차이가 더 컸다. 일부 영역들에서 여성 뇌는 연결성이 조금 더 높은 수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이런 경우를 잘 안다. 나는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가면 간다, 왔으면 왔다, 연락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상대로부터 연락이 한참 없으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안 하게 되었다. 저자처럼 마음이 있어도 정신이 없으면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연락을 하는 내가 오히려 그들을 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남들은 대체로 내 일정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된 후부터.

그는 종종 내게,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꼭 직접 만나 인사하고 떠나달라는 이상한 당부를 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우정을 나누었는데, 이 도시는 너와의 추억으로 남겨질 텐데, 내가 왜 말도 안 하고 떠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어이없어하며, “당연하지!”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예견했던 걸까? 그를 만나고 인사하는 그 당연한 일을, 결국 나는 잊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파리에 집을 구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엄청난 일들을 해내느라, 나는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떠오른 것은 몇 개월 뒤, 파리의 수퍼마켓 와인 코너에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