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고 궁리하고 결정하고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 기관에서 일어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뇌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을 여러분도 들었을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말은 틀렸다. 여러분은 항상 뇌의 전부를 사용한다. 이런 신경신화neuromyth 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슬쩍 봐도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인간의 대뇌피질은 포유류의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고도로 진화된 구조에 속한다. 이토록 복잡한 뇌의 90%가 본래부터 작동 불능이라는 생각은 우습기 그지없다. 우리는 ‘당신은 간의 약 10%만 사용한다’거나 ‘평균적인 사람은 특정 시간에 피부의 약 15%만 사용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뇌에 관한 그런 주장을 믿을까? 게다가 뇌 부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처럼 정말로 뇌의 100% 미만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종종 그 효과는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작정 뇌의 10%를 사용한다고 여전히 주장한다.
우리가 뇌의 전체 활동의 작은 일부만 의식적으로 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지적 한계일 뿐 생리적 한계는 아니다. 이 한계는 어쩌면 우리에게 적응상의 이로움을 주려고 진화되었다. 발생하는 모든 뇌 과정을 명시적으로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는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그 자세한 내용 대부분은 우리의 행동이나 생각과 무관하다. 또한 우리는 호흡하기, 서 있기, 지각하기, 일상생활 하기에 필요한 지속적인 뇌 활동을 대체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당연히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디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적게 기울여야 할지, 그리고 무슨 일을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행할지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은 4장에서 훨씬 더 자세히 다루겠다. 요점만 말하자면, 우리는 항상 뇌의 전부를 사용하긴 하지만, 인지 체계가 진화해온 방식 때문에 그 활동의 작은 부분만 인식한다. 이 한계 내지 병목이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측면 중 하나다.
피질의 전체 크기는 일반적으로 뇌 자체의 크기와 상관관계가 있긴 하지만, 뇌의 전체 크기가 꼭 지능이나 행동과 크게 관련이 있지는 않다. 생물학적 성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3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인간 두뇌에 관한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한 결과,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아주 조금 더 큰 편이다(Ritchie et al., 2018). 어느 정도 차이는 예상되는데, 남성과 여성의 신체 크기가 전반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남성 뇌와 여성 뇌는 서로 상당히 비슷하지만, 구조와 기능에서 얼마간의 차이도 존재한다. 가령, 이 표본 중에서 남성 뇌는 여성 뇌보다 평균 부피에서 조금 더 컸지만, 여성 뇌의 표본에 비해서 남성 뇌의 표본 내에서 차이가 더 컸다. 일부 영역들에서 여성 뇌는 연결성이 조금 더 높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