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 제목이 어지간히도 안 외워지는 책이다. 벌써 몇 번째 검색하는데도...
하지만 묘사와 문장이 근래 드물게 좋음.
소년은 농촌을 막 떠나온, 말하자면 이주 농민 같은 인상이었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는 하나하나 살펴보면 밉지 않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균형이 잡혀 있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웠다. 마치 무언가를 가슴에 담아놓고 고민하는 듯하면서도 느긋해 보이기도 하는 특징적인 둔함이 그 얼굴을 투명한 그물처럼 뒤덮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농민의 자식 모습이었다. 소년은 희끄무레한 마른풀 빛깔의 짙고 연한 줄무늬가 있는 뜨개옷 상의를 소중한 듯 신경 써서 입고 있지만, 금세 구김이 가고 모양이 흐트러져서 커다란 죽은 고양이 같은 옷으로 전락할 터였다.
다카는 폭력적 행동이 일상화된 거친 인간이 되기를 원했지만, 어쩌다 성공한 경우에도 역시 불량배 역할을 자처한 듯한 인상이었지. 그건 용감함과는 다른 것 아닐까?”
아내는 취기의 정도를 파악하는 기묘한 계기 감각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선까지 술기운이 오르면 물고기들이 각자의 서식지와 활동층 안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결코 그 이상 취하는 일이 없었고, 좀처럼 거기서 깨어나는 일도 없었다. 아내는 술의 자동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이 감각을 알코올중독자였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술기운이 안정층에 이르러 확실한 한계에 도달하면 아내는 잠을 자기로 결정하고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결코 숙취를 겪는 일이 없었기에 아내는 그 그리운 취한 상태로 되돌아갈 계기를 또다시 노리는 것으로 다음 날을 시작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심문받고 싶지 않아요.”
아내는 갑자기 흥분한 듯하더니 곧바로 침울해지면서, 말하자면 바로 머리 위에 던져진 감정의 공이 정지한 지점에서 자기방어의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