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경우를 잘 안다. 나는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가면 간다, 왔으면 왔다, 연락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상대로부터 연락이 한참 없으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안 하게 되었다. 저자처럼 마음이 있어도 정신이 없으면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연락을 하는 내가 오히려 그들을 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남들은 대체로 내 일정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된 후부터.

그는 종종 내게,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꼭 직접 만나 인사하고 떠나달라는 이상한 당부를 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우정을 나누었는데, 이 도시는 너와의 추억으로 남겨질 텐데, 내가 왜 말도 안 하고 떠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어이없어하며, “당연하지!”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예견했던 걸까? 그를 만나고 인사하는 그 당연한 일을, 결국 나는 잊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파리에 집을 구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엄청난 일들을 해내느라, 나는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떠오른 것은 몇 개월 뒤, 파리의 수퍼마켓 와인 코너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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