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느낌은 희미하지만 근본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만큼 공유하기 어렵다. 잠을 자려고 하는 시인과 소설가들 앞에서 내가 춤을 추기도 했을 것이고, 내가 춤을 출 때 독자들이 잠을 자기도 했을 것이다. 때로 우리는 한 배를 타게 되지만 그 배가 하늘로 날아오를지 벼랑으로 떨어질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줄을 알면서도 그 어떤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다. 언뜻 거창해보이는 이 책의 제목이 그 말의 가장 소박하고도 간절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나는 바란다.
 
   

서문을 멋지게, 혹 하게, 두근거리게,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그 흔한 진정성을 가지게,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일 터 - 이 책, 느낌의 공동체는 서문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를 준다. 더 많은 좋은 문학작품의 탄생을 고대하는 독자로써, 시인과 소설가 뒤에 신형철이라는 문학비평가가 함께 한다는 것이, 든든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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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1-05-1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가능하다면 필사를 해서라도 품어, 생각하고 싶게끔 한 책이었어요.
 몇 해 전만해도 비평가라면 눈길 한 번 주지않고 관심도 두지 않았었거든요.
 김영하와 조영일씨의 논쟁(?)이 벌어질때즈음에 비평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문학의 틈새를 찾고 있었는데 , 신형철의 책이 계기가 되었어요.
 곧 몰락의 에티카도 읽어보려구요.
 
 참 , 좋아요.
 

치니 2011-05-17 16:4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이 책의 서문을 읽기 직전에 June* 님의 수채화 같은 리뷰를 읽었습니다. :) 그에 비하면 제 페이퍼는 얼마나 무뚝뚝한지요. 에그그.

저 역시 비평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기란 쉽지 않았어요. 좋은 작가도 드물겠지만 좋은(그리고 글도 재미난) 비평가는 우리 문화에서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듯.
저도 <몰락의 에티카>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명불허전이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읽고나면 또 멋진 리뷰 올려주세요.

굿바이 2011-05-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이 책을 두 권 샀는데요, 두 권 다 뺏겼어요 ㅜㅡ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와 연모를 나누는 자들을 가만두지 않겠어,라구요 :)
그렇지만 또 생각했어요. 나는 계속 뺏길 것이다,라구요~

얼마 전 윤대녕의 책 뒤에서 신형철을 만났을 때, 참 좋았어요. 그렇게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치니 2011-05-17 16: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굿바이 님은 독자이지만 벌써 시인이에요, 언젠가 신형철의 비평문에서 환하게 피어날 시를 쓸 시인. 그러니 계속 뺏기셔도 뭐, 별로 안타깝지 않습네다.

아이코 그러고보니 윤대녕이 있었죠. 그가 어떻게 변했나 읽어봐야 하는데 잊고 있었네요.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무한하다!

blanca 2011-05-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락의 에티카> 참 좋았는데 이 책은 더 땡기네요. 원래 평론이라는 것 자체를 고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신형철 평론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절로 밑줄을 긋게 하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치니 2011-05-18 12:58   좋아요 0 | URL
<몰락의 에티카>도 역시 읽어 봐야겠어요! 이렇게 다들 좋다고 하시니. :)
이 책 어딘가에도 나오지만, 평론이라 해서 반드시 어렵고 묵직하고 자기만의 감성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덜 내야 한다는 법칙은 없는데도 대부분 암암리에 그 틀을 깨지 못해서 신형철 평론이 유독 마음에 와 닿나봐요.

차좋아 2011-05-1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의 평론 어디선가 봤던 기억은 있는데 가물가물.....
두근거리게 만드는 서문을 읽은 기억이 .... 지금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아마 없었나봅니다. 신형철은 그런 사람이군요. 기억해야지 신형철....

치니 2011-05-18 13:00   좋아요 0 | URL
네, 차좋아 님도 어디선가 보셨을 거에요. 이 책도 그 어딘가에 여기 저기 실었던 글들을 4년간 모은 모음집이니. ^-^
저는 알베르 까뮈가 장 그르니에의 <섬>에 쓴 서문, 아 그건 추천사라 해야 하나, 암튼 그 서문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때 <섬>을 사길 잘했다고 스스로 막 기특해 했죠.

네꼬 2011-05-1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은 좋겠다. 흥.

치니 2011-05-18 17:51   좋아요 0 | URL
헤헤헤, 네꼬님이 와서 넘흐 좋아요.

루쉰P 2011-06-05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들어오니 치니님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셨어요. 원래 비평가들의 책을 무슨 헛소리냐며 읽지 않는 스타일인데...치니님의 리뷰 속의 신형철의 글은 그다지 난해한 것 같지가 않고 아름다워 보여, 은근히 읽어 보고 싶은 욕망이 나네요. 하아..근데 전 왜이리 한국 비평가들의 책은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

치니 2011-06-05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비평가의 글뿐만 아니라 어려운 글은, 내 이해력이 부족해선지 몰라도 잘 읽고 싶지 않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진짜로 헛소리일 때도 있는 것 같고. ㅎㅎ
신형철의 이 산문집은 짧은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 흔히 비평 하면 떠올리는 길고 난해한 글은 거의 없어요. 다만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분에게는 재미가 덜 할지도 모르겠어요. 시인들에 대한 신형철의 지극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거든요. :)

루쉰P 2011-06-06 09:10   좋아요 0 | URL
아뿔싸!! 시를 거의 읽지는 않는데..전 휘트먼 '풀잎'과 윤동주 시인의 시 빼고는 읽은게 없어서...T.T
나중에 김수영님의 시라도 읽고 한 번 꼭 도전해 봐야겠어요.

난해한 글이 없는다는 것 그것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쓰기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