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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ㅣ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런 소설에 대고 독자로써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없다. 만약 이 책을 읽은 뒤 내 마음 속 얼굴을 누가 찍는다면, 입을 -0- 이렇게 벌리고 있을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는 그런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소설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거, 내가 소설가였다면 상상했을까. 상상했다면 이런 글을 읽고 그 질투를 어떻게 스스로 감당해내고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읽으면서 잠깐 잠깐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주제도 넘게.
결국 그리하여 이 책에는 '고맙다'라는 진심어린 감사의 추천이 신문사에도, 평론가의 해설글에도, 여기 알라디너에도 줄을 이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
처음에는 소위 '밑줄긋기'를 이용하여 주옥같은 대화를 여기에 옮기고 싶었으나 다 포기. 옮겨서 몇 줄 읽으면 가슴이 설레긴 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 소설은 아주 조용한 곳에서 단박에 그 호흡을 느끼며 죽 읽어야 제 맛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저것 미리 접한 문장을 짧은 장편에서 굳이 발견하는 숨은그림찾기의 묘미 같은 건 사족에 불과하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괜히 쓰였구나 싶은 문장이 없는 170페이지를 죽 즐기면 되니까. 한 번 손에 들면 왠지 크게 기침 한 번 못할 거처럼 조용히 호흡을 고르게 만들지만, 읽다보면 사실 숨 고를 틈도 없다.
단 하나, 스포일러임을 무릅쓰고 그래도 적고 싶은 소감이 있다면,
'사랑하고 싶은 사람, 이 책을 읽어요. 연애 말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