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문에 일희일비 한다. 아, 응원 열심이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이기건 지건, 별로 상관 없다. 그 때문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이 열기에 빠진 상황 때문에 일희일비한다는 것이다. 

우선 '희' 쪽을 보면,  

어제는 어서들 응원하라면서 회사에서 퇴근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가라고 했고, 6시부터 교통통제라길래 혹시 길이 막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웬걸, 다들 어딘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터라 길은 명절 때처럼 뻥뻥 뚫렸다. 내가 사는 곳은 요사이 관광 특구라나 퇴근 무렵이면 평일에도 북적이는데 웬걸, 어제 저녁엔 걷기에 걸거치는 것 하나 없이 고요했다. 와, 이거 월드컵 괜찮은데, 라고 잠시 생각했는데... 

'비'쪽이 역시 찾아왔다. 

집에 가 채널을 돌리니 눈쌀 찌푸릴 수 밖에 없는 월드컵 장사치들의 CF가 연이어 나와서 볼 티비가 거의 없고, 마트에 들렀다 온 친구는 마침 경기 직전에 뭔가 먹을 걸 사려고 몰려든 사람 때문에 아비규환이 되어서 물건을 집었다가 그냥 두고 서둘러 빠져나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경기 보기도 전에 지쳐버렸다고 했으며, 그 덕에 저녁은 간단히 마트식 롤이야 라며 준비도 안했던 우리는 파리바게트의 눅눅한 샐러드와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말아야 했다.  하지만 최악은 역시 경기 보던 중에 나왔던 '(뜬굼없이 자막 난에 담배 한 개피 추르르 무너지는 그림 보여준 뒤) 담배없는 대한민국 파이팅!' -_ㅠ 흡연자는 다 죽여버리고 축구서포터즈만 살아남으라는 뜻이냐 뭐냐. 에잇.

아무튼 천성이 뭐든 열의를 내기 힘든 성격이라 그런지, 이 열기에 도저히 함께 호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아침에 갤럭시 익스프레스 2집 앨범 듣는데, 와우 대공감!  

(요새 가사 올리면 저작권법 위배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설마 저를 고발하지 않겠죠? ^-^;) 

나의 지구가 죽어간대 / 나도 월세 땜에 죽겠는데  

나의 지구를 살려야한대 / 살릴 땅 한 평도 난 못 샀는데 

븍극곰 집이 녹아 사라진대 / 내 집도 재개발로 사라진데 

하와이 섬들이 사라져 간대 / 하와이 한번 가보고 싶은데 

자동차 배기가스가 문제래 / 나는 면허 없는 게 문젠데 

해수면 높아져 큰일이 났대 / 난 휴가철에 해수욕도 못 갔는데 

차라리 잘됐어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이 세상은 내 것이 아냐 

차라리 잘됐어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내 껀 아무것도 없는걸~

 - 제목 '나의 지구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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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0-06-1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인생은 정말 불공평한 거 맞아요.
저 자는 땅 한 뙈기 없어도 면허조차 없어도
저렇게 뭘 만들어낼 기술(?)이 있쟎아요.

치니 2010-06-18 12:1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들으면서 같은 생각했어요. 그래도 넌 이런 노래를 만들 수나 있구나, 에효, 라고 말이죠.

또치 2010-06-1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미자 씨 가라사대
내 보통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죠?! ^^

전 지난번 그리스전 때는 축구하는 시간에 맞춰 장보러 갔더니 너무나 한적해서 참 좋았고
어제는 못봤던 다큐멘터리 보고 EBS 세계테마기행이랑 한국기행 보면서 수박이랑 참외랑 우적우적 먹었답니다.
동네 사람들 비명소리(!) 들릴 때마다 그 높낮이로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던데, 그거 재밌더라구요. 16강으로 갈 확률이 어째 70%는 될 거 같은데, 나름의 생존전략을 잘 짜봅시다 우리!

치니 2010-06-18 13:43   좋아요 0 | URL
네네, 안그래도 지금 나날이 발전 중이에요. 2번 치루고 나니 어떤 시간에 무엇을 하는 게 좋은 지 슬슬 감이 잡혀갑니다.
전 어제 밖에서 누군가 부부젤라 짝퉁을 사 왔는지, 가끔씩 불어대는 바람에 살짝 시끄럽기는 했지만 단체 비명까지는 못 들었어요. 그나마 저희 동네가 조용한 모양. ^-^

웽스북스 2010-06-19 02:16   좋아요 0 | URL
치니님. 부부젤라 어플있어요. 아이폰 유저들 천재. ㅋㅋㅋㅋㅋ
그냥 흔들면 소리나더라고요.

굿바이 2010-06-1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거 봤어요. <담배없는 대한민국 파이팅!> 같이 보시던 분이 이래저래 쓰러지려고 하더라구요. 좀 많이 뜬금없었어요^^
그나저나, 내 껀 아무것도 없는 것,도 쉽지않은 일인데, 살짝 부러운데요~(뭐래ㅎㅎㅎ)


치니 2010-06-18 13:45   좋아요 0 | URL
보셨구나, 굿바이님!
아우 저는 그 자막(인지 광고인지)을 보고 왜 아무도 아무 말을 안하는가, 하다못해 트위터에도 왜 성토가 없나, 그런 격한;; 마음이 잠시 들었다가 그냥 찌그러졌습니다. 그냥 뭐 너무나 SBS 답달까. 씁쓸했죠.

맞아요, 슬쩍 부러워요, 저런 해탈 같지 않은 해탈.

라로 2010-06-19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거보구 왠???이랬는데,,,치니양은 나보다 더 예리하게 받아들였군~.ㅎㅎㅎ

난 천성이 뭐든 열의는 내는 성격이라 가끔 생각하면,,,(요즘은 자주) 내가 피곤해,,,ㅠㅠ
저 노래 가사 쨩이다!!!!!
참 두리는 잘 지내??? 뜬금없이 위에 사진보니 궁금하다는,,,

치니 2010-06-21 10:2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흡연자이다 보니 더 신랄하게 (예리하다기 보다는 ㅋㅋ)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흥! ㅋㅋ

천성이 뭐든 열의는 내는 성격 -> ㅋㅋㅋㅋ 스스로 잘 알고 계시니 앞으로 덜 피곤하게 조절 잘 하시믄 저보다 훨씬 생산적인 삶을 살지 않으까요?

두리는 잘 지내.....는 거 같아요. 흑흑, 못 본 지 넘 오래.

웽스북스 2010-06-19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구는 별 흥미없어요. ㅎㅎㅎ 그래도 귀는 얇아서, 그리스전은 안봤는데, 어제는 친구들이 조용한 카페에서 같이 본다고 해서 가서 보다가 집착해버리고. ㅋㅋㅋㅋㅋㅋ 이놈의 성격. 그래도 막 흥분하고, 이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박은, 어제 실수로 빨간 옷을 입고 출근할 뻔했다는 거에요. 그냥 옷을 입으려다보니 빨간 옷이어서 아차, 하고 파란옷 입고 갔어요. 빨간옷 입고 갔으면, 한 다섯번쯤 질문 들었을 것 같아요. 같이 본 친구들도 아무도 빨간옷 안입고와서, 전 제친구들이 정말 좋아졌어요. ㅋㅋㅋㅋㅋㅋ

치니 2010-06-21 10:31   좋아요 0 | URL
귀 얇고 눈 얇은(?)ㅋㅋ 아가씨. 밤에 맨날 쇼핑하는 거 내가 다 알아요 ~ ㅋㅋ

저희 회사에는 빨간 옷 없다고 점심시간에 사러 나선 사람도 있어요. 근데 막상 사려고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포기했지만, 와 월드컵 덕에 장사하시는 분들 신났구나 싶더라고요. 뭐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면 이런 정도는 그분들을 위해 잘 됐다 싶기도 하고.

2010-06-22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Tomek 2010-07-09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 백배 되는 노래입니다. 눈물이.. ㅠㅠ

치니 2010-07-09 08:59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공감이 화르르 몰려오더라구요.

근데 Tomek님, 이상해요 이상해, 분명 즐찾해두었던 Tomek님의 서재가 왜 브리핑에 안 뜨나 했더니 지금 가보니 즐찾이 안 되어 있었어요! 힝, 알라딘 이상해. 아무튼 간만에 가보니 글 많아서 푸짐하고 좋습니다. :)

일제견마박정희 2010-08-0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 정말 좋군요.
저같이 남들보기에 부르조아들은 좀 당황스럽긴 한데...ㅎㅎ
님 방에 자주 자주 와야겠어요

치니 2010-08-03 09:16   좋아요 0 | URL
가사도 좋고 멜로디도 좋아요.
갤럭시익스프레스가 딱 한 달만에 앨범을 내겠노라고 호언장담하고 만든 앨범에 있는 노래인데, 엉망으로 거친 거 같다가도 문득, 공감을 주는 노래들이 꽤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