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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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네 번째 "거미줄에 걸린 소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국내에선 무려 7년 만이라고 해야 할까?
오랜만이기도 하고 처음이기도 한 밀레니엄 시리즈가 새롭게 출간됐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밀레니엄 시리즈를 먼저 읽어볼 기회도 얻었다. 추석이 다가오기 전에 도착한 밀레니엄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 기대와 우려 속에 책을 펼쳤는데 몇 쪽을 읽다 말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읽긴 하는데.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밀레니엄과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 결국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책장을 찾아보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새로 구입하고 기다리기를 며칠
극적으로 추석 연휴 전에 책이 도착했다.

기쁜 마음으로 추석 연휴 동안 읽어 주마!! 마음먹었는데.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결국 한 권을 읽어 가는데 1주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1년 처음 등장했던 밀레니엄은 리스베트의 뒷모습에 빨강, 파랑, 초록의 강렬한 색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만든 밀레니엄은 검은 양장본에 흰색의 겉표지로 무게감을 주었다.

책 띠지에는 "라르손의 밀레니엄 유니버스는 새 숙주의 머릿속에서 성공적으로 둥지를 틀었다."라는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 듀나의 서평 한 문장이 담겨 있어 기대감을 높였다.

2011년의 밀레니엄과 2017년의 밀레니엄은 같으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7년이란 시간이 나를 바꿔 놨는지도 모르겠다.

2011년의 난 전역 후 복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무슨 일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잠시 숙모 댁에서 머물 때였고, 밀레니엄은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었던 때였다. 사촌동생이 쓸 문제집을 사러 들렀던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살짝 보고 있다가 결국 사게 만들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때의 밀레니엄은 스웨덴에서 나온 새로운 분위기의 서스펜스 소설로 읽혔고,
미국과 영국, 일본의 추리소설에 너무 익숙했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건이 있고, 공권력은 사건의 진실을 풀지 못 할 때 민간인? 사립탐정? 프리랜서? 의 탐정이나 전직 형사 또는 도둑에 의해 사건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소설. 작가와 독자의 싸움으로 즐거움을 주던 추리 기반의 서스펜스 소설에 비해서 독특하고 신선했다는 평을 남겼었다.

2017년 오늘 다시 읽은 밀레니엄은 잘 쓰인 추리 서스펜스가 아니라 현시대의 "여자"를 담고 있음을 읽었다. 하나의 장이 넘어갈 때마다 나오는 스웨덴의 통계.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 중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중 하나.
세계적인 통계로 보면 누구나 할 고 싶어 하는 나라 중 하나.
일, 노동, 여자에 한 해서는 스웨덴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참하게 깨버리는 통계.

작년 이맘때쯤 있었던 일이었나? 대한민국 서울 강남역에 일어났던 사건. 그로 인해 시끌벅적했던 대한민국의 남과 여. 누군가가 남긴 메모들. 그리고 한국에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증오하는 여자들.

시작은 미카엘의 기업 비리 폭로였지만, 소설은 리스베트의 삶으로 우릴 끌어들인다.
밀레니엄 시리즈 중에서 어쩌면 가장 멀쩡한 남자가 미카엘 일 듯싶다.
알 수 없는 매력, 묘한 편안함과 중독성. 사랑은 아니지만 함께하고 싶은 그런 남자?.

리스베트는 뭐라 해야 할까? 라르손의 리스베트는 삐삐 롱스타킹의 삐삐를 라게르크란츠의 리스베트는 마블의 와스프를 컨셉으로 잡았지만. 삐삐도 와스프도 아닌 홀로 빛나는 별처럼 느껴진다.

낮에는 밝은 태양빛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빛을 내는 별, 밤이 깊을수록 반짝이는 그런 별이 떠오른다.

시리즈는 연속되지만 라르손의 밀레니엄과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큰 차이가 있다.
리스베트의 세계를 좀 더 확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라르손의 밀레니엄은 사회 속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만 느끼는 분위기를 좀 더 담았다면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여자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까지 세계를 넓혔지만 그 분위기라고 할까? 시인이었다면 담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의 분위기를 담아 내지 못 한 것처럼 느껴졌다. 전형적인 가상의 닮은 세상을 만들어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랄까.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고 해도 이야기는 멋지게 완성될 수 있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르손의 밀레니엄에선 미카엘과 리스베트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 속에서 성격들이 형성되고 기시감 없이 그럴 수 있겠다가 아니라 '아!!'라는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면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억지로 리스베트는 이래서 리스베트야. 미카엘은 이러니까 미카엘이야! 라는 억지스러움이 살짝 묻어 나오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독자로써 읽어낸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절대 저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그 인물의 힘! 책을 읽으면서 스티그 라르손이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분량 면에서도 많이 가벼워졌다. 약 1천 쪽에 달하는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읽고 나면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쉬엄쉬엄 읽어도 금방 읽겠네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

라르손의 밀레니엄 유니버스가 새로운 숙주에 둥지를 틀었다지만 라르손의 밀레니엄과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이 다르게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라게르크란츠의 리스베트는 애써 와스프의 의미를 부여했다.
카밀라와 대립이 이야기 전면으로 등장했고, 살란데르의 유산은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6권까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마 카밀라와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살란데르의 유산을 끝까지 청산하면서 이야기는 끝날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어떤 문제가 새롭게 담길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문화들이 많이 들어 나 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남자와 여자, 성 역할에 대해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여혐과 남혐이라는 혐오 대립, 일베로 시작해서 다양한 극단을 주장하는 각종 커뮤니티
여자로써와 남자로써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리스베트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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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 절망을 이기는 철학 - 제자백가
이주희 지음, EBS MEDIA / Mid(엠아이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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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 이주희.jpg

일 년 중 3분의 2가 지나간다.
밤새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다짐한 계획은 반도 달성하지 못했고, 하루하루 같은 생활 속에서 시간만 흘려보내는 기분이다.

매일이 같지만 또 다른 하루를 보내면서 지나가는 시간을 돌아 볼 때마다 늘어나는 고민은 걱정이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개운함보단 풀리지 않는 피로에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

대한민국에서 서른이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면서도 매일을 불안 속에서 보낸다.
또 많은 사람들은 취직을 위해 오늘도 '공부'에 매달린다.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배움과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서른 살이 목숨 건 '공부'와는 너무 다르다. 지금 보다 조금은 어렸던 시절 어른들의 이야기는 '대학만 가면~'으로 시작해서 '대학'이라는 환상을 심어 줬다. 그땐 '대학'이 마법의 단어였다.

자유와 낭만이 있다는 '대학', 하고 싶은 건 그때 가서 다 할 수 있다는 '대학'
그 목표에 도달하고 나니 '대학'이란 환상에 지쳐버린 아이들이 가득했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늦었지만 '나'를 고민하기 시작하던 때. 선배들은 '취업'이란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말한다. 그래서 '나'를 찾기보다는 '취업'을 위해서 남들이 해야 한다더라는 모든 것들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또 수없이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

모든 걸 다 끝내고, '취업'마저 포기하고 더 이상 무엇이 남아 있다고 말하는 이 하나 없는 서른이란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야 '나'를 조금 생각하게 된다.

흘러가 버린 시간들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수 없이 많이 해봤다.
그 생각의 끝은 이미 지나간 시간들은 어쩔 수 없으니 앞으로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란 생각으로 이어지고 답을 찾지 못한 밤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어느 날은 너무 늦은 것 같은 생각이 하루 종일 괴롭히고, 또 어느 날은 그럼에도 뭐라고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에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게 보내버린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우연히라고 해야 할까? 갑작스럽게 취미와 특기를 물어보는 인터넷 페이지에선 몇 시간이나 커서만 깜박이다 결국 창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체 30년을 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하고 서른이 되었구나.
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 못하고 서른이 되었구나.
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고
난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알지 못했다.

공자는 이립이라 하여 기초를 확립했다고 하던데 난 기초는커녕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이란 시간 대한민국 사회에선 '생존'이란 과제로 삶을 눌러 버린다.
아직도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냐며, 뭐라도 좋으니 뭐라도 해야 살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지금 당장은 '생존'해야 할 때라고 한다.

'생존'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은 '나'를 생각해 본다. 어떤 능력이 있는지, '생존'하기 위한 능력은 있는지.
'생존'을 넘어 사람답게 살아갈 무언가가 내게 있는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최고로 치는 것은 역시 금력과 권력, 그리고 인맥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세 가지는 없다.
그다음은 학력으로 시작되는 스펙이다.
이 역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전무'하다.

해외 유학 경험도 없으며, 정기적인 봉사활동도 하지 않았다.
국제 대회는커녕 국내 대회 수상 경력도 없으며, 사회적활동도 하지 않았다.
성적도 우수하지 않다, 외국어 특기도 없다. 다양한 알바 경험도 없다.
코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다.
색채감각이나 패션 감각 등 예술적 소양은 평범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오히려 음치에 박치, 미적 감각이라 하면 단순한 직선이 편하고,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 하나.
옷은 청바지에 같은 티셔츠만 번갈아 가며 입는다.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시작을 했지만 끝은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해 보니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생존을 위해선 무언가 내게 있는 것을 찾아야 할 텐데 도무지 알 수 없다.

한땐 엉뚱하고,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생각들을 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억으론 초등학교 이후론 내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중학교 땐 감추는 법을 고등학교 땐 생각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어떤 물건도 이것저것 조합해서 새로운 걸 만들길 좋아했던 것 같다.
확신은 없다. 어릴 땐 누구나가 다 그러니까.

아!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것,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물건들을 만나면 즐겁다.
설명서는 나중에 읽어 보고 물건에 먼저 집중해서 이것저것 만져본다.

책이라고 할까 '독서'라고 해야 할까 텍스트라고 해야 할까.
초등학교 땐 만화, 중학교 땐 과학, 고등학교 땐 판타지 무협소설
대학에선 문학, 군에선 인문, 복학하고 나선 사회 정치, 지금은 예술과 에세이, 역사까지 책을 사고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글은 잘 못쓴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내 생각을 정확히 정리하는 게 힘들다고 할까. 아니 그보다는 생각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니까.

치맥이 유행하기 전부터 치킨을 좋아했다. 치킨만 있다면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다만 치킨이 사라지면 다시 어색해 질지도 모르겠다.

아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노래로 만들어 냈는데
난 이렇게 나열하는 것도 벅차다.

또 더 이상은 생각나는 게 없다.

이런 걸로 '생존'은 할 수 있을까? 걱정만 늘어난다.

이주희는 <생존의 조건>이란 다큐와 책을 통해서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았던 철학자들. 아니 선비라고 해야 하나? 학자라고 해야 하나? 사상가라고 해야 하나?
뭐라 하든 그들의 삶과 사상 철학으로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개해 준다.
그리고 역시 혼란스러운 지금 그들의 사상, 철학처럼 우리도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해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살아 남고,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은 같은 고민에서 머물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간에 미련은 버리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선
여전히 '알 수 없음'이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세상.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생존의 길.
조금 더 어렸을 때 스스로 길을 찾는 법을 배웠더라면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지금이라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야 하지만.
너무 두려워서 한 걸을 내디딜 수 없다.
한 번 잘못 내딛는 발걸음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젠 단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을 만들어 갈 것을 알기에.
신중 또 신중할 수 밖엔 없는데. 그 신중한 단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힘을 내고, 용기를 낸다고 될 것 같지는 않다.

가끔은 휴식이 필요하다길래 아무 생각 없이 잠자고,
아무 생각 없이 놀아도, 그냥 가만히 멍 해저도

이 책 괜히 읽었나 싶은 생각만 든다.

그럼에도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듯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사람의 기준에서 나온 불공평한 척도로 모든 것을 공평하게 하려 한다면
그럴수록 오히려 불공평해지고 말 것이다.
인간이 만든 불확실한 기준으로 모든 것을 확실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인간이 만든 확실함이란 자연에서 보면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책 중에서 이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된다.
확실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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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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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13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의도치 않게 드는 생각이 인권모독이라는 심각함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차별이나 혐오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나와버리는 말이 생각해보면 차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헌법 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에 명시되어 차별받지 아니 함이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
어느 부분으로든 차별이 심해저 헌법의 하위법으로 다양한 차별 금지법들이 준비되고 있고 여러 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차별하지 아니 함이 당연한데... 논란이 된다는 것조차 이해할 수 없지만... 법으로 만들어서 강력하게 처벌하고 제제하기로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 차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945년 광복 이후 겨우 70년이 지난 지금...
국가가 없는 서러움, 조선인이라는 차별을 겪었던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어야 했던 사람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자식들은 풍족하게 자라길 바라며 산업화를 이끌어 왔던 그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 왔고, 여전히 이어져오는 이 시대... 무엇이 문제였기에 여기까지 왔을까?

당연하다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해서 당연함이 아니었음을...
'희생' 이란 말에 담긴 무게를 생각해 본다.

나조차도 실없는 농담이라는 이름 아래 '여자는', '여자가'라는 말들로 포장된 수많은 차별을 생각했다는 것. 생각이 나도 모르게 행동으로 이어졌던 적은 없었는지...
내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을 그들을 생각해 본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내뱉은 말들이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82년생 김지영>은 사실을 기반을 둔 소설이다...
아니 소설이라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다.

대한민국에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아프다.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비정규직으로 살아간다는 것.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아이'로 살아간다는 것.
'학생'이라는 것, '노인'이라는 것.

이렇게 나눠보면 어쩌면 중년 남자만 대한민국을 살아갈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기를...

엄마들의 이야기이면서, 또래의 이야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들.
너무 익숙해서 놓치는 것.
'무심코'라는 것에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는 충격.
'무심코'라는 것에 눈치 보게 한다는 것.
'무심코'라는 것에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임을 잊었다.

당연한 것엔 당당히 목소리 낼 수 있기를.
당연한 것은 당연히 지켜질 수 있기를.
당연한 것의 당연함을 인정할 수 있기를...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이들이 현대 사회의 당연하다 생각해 왔던 많은 것들이
당연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진짜 당연함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합리보다 불합리가 많고,
한 일에 비하면 보상도 부족한 회사였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개인이 되고 보니
든든한 방패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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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엔진 교과서 - 제트 여객기를 움직이는 터보팬 엔진의 구조와 과학 원리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12
나카무라 간지 지음, 신찬 옮김, 김영남 감수 / 보누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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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여객기를 움직이는 터보팬 엔진의 구조와 과학 원리


비행기 엔진 교과서 - 나카무라 간지.jpg

지난 봄날 설레게 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어쩌면 인생 책 중 하나로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비행기를 좋아하지만 그동안 비행기 엔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쓰인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비행기의 종류와 비행기의 역사 또는 이야기들은 많이 접했지만 비행기 엔진만을 따로 떼어내서 오로지 엔진을 중심으로 쓰인 책은 처음 접했다.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괜히 창가에 앉아 날아가는 새들을 하염없이 쳐다 보기도 했고, 노을 사이로 비행하는 새무리를 보는 걸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독수리에 빠졌었고, 그다음 곤충의 비행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보게 된 스타워즈가 내 관심을 우주선으로 옮겼다.
초등학교 때 스케치북을 보면 우주선이 가득했다.  하늘을 나는 것을 넘어서 우주에서 비행을 한다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주에선 비행이 아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로써 인생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장난감도 비행기였다.
연날리기에 빠졌다가 모형 글라이더 날리기에 빠지기도 했고, 고무동력 비행기를 만들면서 비행기 동력에 관심을 살짝 가지기도 했었다. 매년 과학의 달에 있던 물로켓 발사 대회도 빼먹지 않고 참가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어느 날 프라모델에 빠지면서 비행 자체보다도 비행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좋았었다.
세계 최초 동력비행이라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전쟁에서 활약한 비행기, 대한민국 최초의 비행기, 국내 최초 비행사, 여자 비행사, 블랙이글 곡예비행 등등

꽤 오래전 푹 빠졌던 비행기에 대한 꿈.
지금은 다른 것 꿈을 꾸며 잊혔던 그 기억들이 "비행기 엔진 교과서"라는 책을 만나면서 다시 살아났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여전히 '비행기'라는 단어에 심장이 뛴다.
수많은 처음 이란 설렘들 중에서도 처음 접한 비행기에 대한 설렘이 가장 뚜렷하다.

"비행기 엔진 교과서"는 순수하게 비행의 원리부터 엔진의 발전사를 전부 담고 있다.

가끔 공항에서 거대한 비행기를 마주할 때면 그 거대한 동체가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떠 있다는 것.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과학시간에 잠깐 배운 양력이란 것 때문이라곤 하지만
정확한 원리를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비행기 엔진 교과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다.

비행기의 엔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전에 우선 비행기가 어떻게 해서 하늘에 뜨고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책의 설명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머릿속에 느낌표가 번쩍하고 켜진다.

다시 살아난 비행기에 대한 열정 때문일까.
요즘 가는 곳마다 비행기 모형이나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는 '드론'이란 녀석이 비행기 못지않게 관심이 한다. 
날개가 직접 움직여서 비행하는 것과 공기의 흐름을 날개로 바꿔주면서 비행하는 것에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비행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설레게 하는 것은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오랜 소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찾아 보니 나카무라 간지의 다른 책들도 번역되어 있다.
비행기 구조 교과서, 비행기 조정 교과서. 알기 쉬운 항공역학 등.

혹시 비행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다른 책을 찾아 볼 필요도 없이 나카무라 간지의 책으로도 비행기의 원리부터 비행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충분히 쌓을 수 있다.

거기에 비행사가 알고 싶다면 최근 나온 비행기 대백과 사전을 찾아 보길 추천한다.

'드론'이 일상 되면서 개인 비행 시대가 오길 기대해 본다.
점점 많아지는 비행 인구가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 믿는다.


리뷰어스 클럽.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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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재테크 상식사전 - 2017 최신 개정세법 완벽 반영
유종오 지음 / 길벗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연말정산부터 부동산세, 종합소득세, 상속·증여세까지 세무사 도움 없이 환급&절세 OK

 
세금 재테크 상식 사전.jpg

탈세가 아닌 절세!
버는 건 조금인데 쓰는 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세금'을 알아야 한다.

세금에 무지하고 생각 없이 경제활동을 하다가는 언제나 통장 잔고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시간이 흘러도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조금씩 뒤처지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금'은 나와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회계를 전공하거나 기업을 운영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딱히 신경 쓸건 없다고 생각해왔다.

급여 명세서에는 한 달 동안 일한 노동의 가치가 금액으로 찍혀 있고, 그 노동에 대한 근로소득 원천징수 내역에 한숨이 나오게 되지만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내는 거란 생각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일 수였다.

첫 연말정산에선 어차피 내는 것도 얼마 없는데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에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제출했었고, 환급이 아닌 추가 납부액에 대해서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
아니 왜? 무엇을 잘못 했기에? 매달 가져가면서 또 내라고?
이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들었다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동료들의 상황이 궁금했다.
결과는 천차만별. 누구는 돌려받고, 누구는 더 내고, 규모도 제각각
뭐가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걸까?

연말정산뿐이 아니었다.
독립을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집에 대해서 알게 된다.
대학생 때 월세집을 구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전세와 매매에 따른 세금, 거래 시 발생하게 되는 비용.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와는 너무나 다른 거래 방식에 놀라게 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조건이 정말 다양하다.
이자를 납부하는 것, 또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종이를 아무리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
평소에 너무나 관심이 없던 분야이기에 더욱 어려웠다.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상속이냐 증여냐에 따라 또 세금을 내야 한다.
학생 때 용돈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부모님이 벌었던 것을 자식에게 주는데도 세금이 있다니!!!

책을 보면서 너무나 아쉬웠다.
길벗에서 나온 『세금 재테크 상식사전』을 미리 알았다면 시행착오가 적었을 텐데.
아! 내가 너무 몰라서 여기저기 검색하고 조언을 듣고 했던 많은 것들이 '상식'이었구나.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누구나 겪고, 당연히 알아야 하는 내용이었구나, 이걸 몰라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아까운 세금을 더 내고 있었다니, 이것이야말로 알면 힘이 되는 진짜 지식이란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있다면 참 좋겠지만
시간도 없고 머릿속에 담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한 번쯤 읽어 보고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책 뒤편에 사전처럼 찾아보기 쉽게 정리를 해뒀다.
평상시에는 잠시 잊어버리더라도 한 달에 한 번, 또는 일 년에 두 번쯤은 필요해 찾아 보게 될 것 같다.

절세!!
한 푼이라도 아쉬운 노동자의 삶에 단비 같은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차곡차곡 모와 시간이 흐른다면 나도 자본가가 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이란 꿈을 품어 본다.

리뷰어스 클럽.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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