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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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네 번째 "거미줄에 걸린 소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국내에선 무려 7년 만이라고 해야 할까?
오랜만이기도 하고 처음이기도 한 밀레니엄 시리즈가 새롭게 출간됐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밀레니엄 시리즈를 먼저 읽어볼 기회도 얻었다. 추석이 다가오기 전에 도착한 밀레니엄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 기대와 우려 속에 책을 펼쳤는데 몇 쪽을 읽다 말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읽긴 하는데.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밀레니엄과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 결국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책장을 찾아보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새로 구입하고 기다리기를 며칠
극적으로 추석 연휴 전에 책이 도착했다.

기쁜 마음으로 추석 연휴 동안 읽어 주마!! 마음먹었는데.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결국 한 권을 읽어 가는데 1주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1년 처음 등장했던 밀레니엄은 리스베트의 뒷모습에 빨강, 파랑, 초록의 강렬한 색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만든 밀레니엄은 검은 양장본에 흰색의 겉표지로 무게감을 주었다.

책 띠지에는 "라르손의 밀레니엄 유니버스는 새 숙주의 머릿속에서 성공적으로 둥지를 틀었다."라는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 듀나의 서평 한 문장이 담겨 있어 기대감을 높였다.

2011년의 밀레니엄과 2017년의 밀레니엄은 같으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7년이란 시간이 나를 바꿔 놨는지도 모르겠다.

2011년의 난 전역 후 복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무슨 일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잠시 숙모 댁에서 머물 때였고, 밀레니엄은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었던 때였다. 사촌동생이 쓸 문제집을 사러 들렀던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살짝 보고 있다가 결국 사게 만들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때의 밀레니엄은 스웨덴에서 나온 새로운 분위기의 서스펜스 소설로 읽혔고,
미국과 영국, 일본의 추리소설에 너무 익숙했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건이 있고, 공권력은 사건의 진실을 풀지 못 할 때 민간인? 사립탐정? 프리랜서? 의 탐정이나 전직 형사 또는 도둑에 의해 사건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소설. 작가와 독자의 싸움으로 즐거움을 주던 추리 기반의 서스펜스 소설에 비해서 독특하고 신선했다는 평을 남겼었다.

2017년 오늘 다시 읽은 밀레니엄은 잘 쓰인 추리 서스펜스가 아니라 현시대의 "여자"를 담고 있음을 읽었다. 하나의 장이 넘어갈 때마다 나오는 스웨덴의 통계.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 중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중 하나.
세계적인 통계로 보면 누구나 할 고 싶어 하는 나라 중 하나.
일, 노동, 여자에 한 해서는 스웨덴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참하게 깨버리는 통계.

작년 이맘때쯤 있었던 일이었나? 대한민국 서울 강남역에 일어났던 사건. 그로 인해 시끌벅적했던 대한민국의 남과 여. 누군가가 남긴 메모들. 그리고 한국에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증오하는 여자들.

시작은 미카엘의 기업 비리 폭로였지만, 소설은 리스베트의 삶으로 우릴 끌어들인다.
밀레니엄 시리즈 중에서 어쩌면 가장 멀쩡한 남자가 미카엘 일 듯싶다.
알 수 없는 매력, 묘한 편안함과 중독성. 사랑은 아니지만 함께하고 싶은 그런 남자?.

리스베트는 뭐라 해야 할까? 라르손의 리스베트는 삐삐 롱스타킹의 삐삐를 라게르크란츠의 리스베트는 마블의 와스프를 컨셉으로 잡았지만. 삐삐도 와스프도 아닌 홀로 빛나는 별처럼 느껴진다.

낮에는 밝은 태양빛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빛을 내는 별, 밤이 깊을수록 반짝이는 그런 별이 떠오른다.

시리즈는 연속되지만 라르손의 밀레니엄과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큰 차이가 있다.
리스베트의 세계를 좀 더 확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라르손의 밀레니엄은 사회 속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만 느끼는 분위기를 좀 더 담았다면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여자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까지 세계를 넓혔지만 그 분위기라고 할까? 시인이었다면 담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의 분위기를 담아 내지 못 한 것처럼 느껴졌다. 전형적인 가상의 닮은 세상을 만들어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랄까.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고 해도 이야기는 멋지게 완성될 수 있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르손의 밀레니엄에선 미카엘과 리스베트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 속에서 성격들이 형성되고 기시감 없이 그럴 수 있겠다가 아니라 '아!!'라는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면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억지로 리스베트는 이래서 리스베트야. 미카엘은 이러니까 미카엘이야! 라는 억지스러움이 살짝 묻어 나오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독자로써 읽어낸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절대 저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그 인물의 힘! 책을 읽으면서 스티그 라르손이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분량 면에서도 많이 가벼워졌다. 약 1천 쪽에 달하는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읽고 나면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쉬엄쉬엄 읽어도 금방 읽겠네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

라르손의 밀레니엄 유니버스가 새로운 숙주에 둥지를 틀었다지만 라르손의 밀레니엄과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이 다르게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라게르크란츠의 리스베트는 애써 와스프의 의미를 부여했다.
카밀라와 대립이 이야기 전면으로 등장했고, 살란데르의 유산은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은 6권까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마 카밀라와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살란데르의 유산을 끝까지 청산하면서 이야기는 끝날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어떤 문제가 새롭게 담길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문화들이 많이 들어 나 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남자와 여자, 성 역할에 대해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여혐과 남혐이라는 혐오 대립, 일베로 시작해서 다양한 극단을 주장하는 각종 커뮤니티
여자로써와 남자로써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리스베트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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