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물론 싸우는 게 아니었다." (『찰리의 시끌벅적 하룻밤』 중)
우리 동네에는 여덟살 소년 H와 S가 있다. 둘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는데, 서로 다른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거의 날마다 만나서 논다. 그리고 거의 날마다 절교를 선언하고,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다시 만나서 논다. 노는 걸 봐도 하하호호할 때보다 티격태격할 때가 훨씬 많아서, 지켜보는 어른들은 대체 저러려면 뭐 하러 만나는가 싶다. 자동차에 먼저 타려고, 수영할 때 앞서 가려고, 레고 조각을 먼저 집으려고 둘은 몸싸움을 불사한다. 싸우는 게 보기 싫다고 둘을 떼놓으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H는 S 집에 온 사촌형들하고까지 놀고, S의 일기장은 H 이야기로 차 있다. "오늘 H와 게임을 했는데 내가 계속 이겨서 기분이 좋다." "오늘 H와 싸우는 바람에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안 좋다." 소년들의 우정이란.
그런데 나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그들의 우정에 대해 깨달았다. 친구란 사이 좋게 지내서 친구가 아니다. 싸워서 친구도 아니다. 어떤 사이인가가 중요하지 않아서 친구다. 발냄새가 나도록 놀이터를 누비고 짝을 맞춰 탁구를 하고 서로 집의 냉장고를 공유하는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H와 S도 이 책의 찰리와 헨리처럼, 싸우는 거랑 친구인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아 이 이 귀여운 것들.
자주 그랬듯이 주관적으로 말해보자면, 이 시리즈는 내가 근래에 읽은 가장 웃기는 책들이다. 도서관에서 두 권씩 빌려와 킥킥대며 읽었더니, 네꼬남이 자기도 보자고 가져가서는 끅끅 웃었다. 그러다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번갈아 읽어주기도 했는데 어느 대목에서는 웃느라 낭독을 진행하기가 곤란했다. 사실 처음엔 표지 그림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 왠지 손이 가지 않았는데, 본문 그림은 또 글과 되게 잘 어울려서 좋다. 특히 찰리가 멍청하게 웃을 때 표정. 이야기마다 편차는 있지만 각각 폭소가 터지는 부분이 있는 데다, 읽을수록 두 아이는 물론 주변 인물들에게도 애정과 이해가 쌓여서 점점 더 재미있다. 나도 그랬지만 네꼬남도 뭐가 제일 좋았는지, 뭐는 빼도 될지 결정하지 못해서 결국 다 장만하....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