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 - 미니 1집 2NE1
2NE1 노래 / YG 엔터테인먼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그러니까, 도대체 어디서 이런 언니들이 탄생했느냐 이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 언니들이 'The Fire' (오디오 必)를 부르며 춤 추는 걸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모른다.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야야, 그러고 앉아서 놀아지겠냐? 정신 똑바로 차려라, 우리 투에니원이다. 소리만 빽빽 지르지 말고 제대로 놀란 말이야. 거기 오빠 언니들, 우리처럼 놀고 싶었지? 근데 꾹 참고 학교 다니고 일하고 그러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닥치고 따라하란 말이야. 좀 뛰어! 질러! 달려! 머리가 그게 뭐니? 옷도 좀 그렇게 입지 말고! 똑바로 못해? 이렇게 그냥 객석의 언니 오빠들 멱살을 잡는 이 굉장한 언니들이, 도대체 어디서 탄생했느냐 이거다. 양사장은 정녕 천재란 말이냐!  

이 더위를 벗삼아 (세상에, 벗을 삼을 게 따로 있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네꼬씨, 이 언니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견딜지 알 수가 없다. 'The Fire'를 들으면서 출근하고 일하면서 'I don't care'를 흥얼거리며(민지의 앳된 목소리가 정말이지 너무 좋다) 야근 직전에는 'Lollipop'을 듣고 퇴근길에는 'Pretty Boy'('헤이 프리티 보이 넌 어딘가 부족해 아무런 매력없이 그저 예쁘기만 해'란다 아주 그냥 속이 뻥 뚫린다)를 듣고 집에 와서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다시 보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앨범에 든 노래들이 하나 하나 매력이 있는 건 말하나마나고 (양사장 무서운 사장) 이 스케치북의 공연을 보면 또 넋이 나간다. (유희열은 얼 빠진 얼굴로 언니들을 보면서 '완벽하다'고 했다.)   

다라와 봄이는 나이가 스물 여섯. 아이돌로 데뷔하기는 많은 나이다. 다라는 내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얼굴과 목소리를 가졌다. 멤버들 중 가장 페미닌한 봄이는 미니원피스에 운동화를 신고 생머리를 날리며 관절을 꺾는 춤을 춘다. 그런 그들보다 일곱살 어린 CL이 리더를 맡았다. 눈 잘못 마주치면 얼굴로 그녀가 씹던 껌이 날아올 것만 같은 인상이지만, 혀를 살짝 내밀고 웃을 때면 머리를 부스스스 쓰다듬어주고 싶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냥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민지는 말을 할 때면 영락없는 어린애지만 춤을 출 때면 더 없이 불량한 표정이다(어디서 배운 거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네꼬씨가 이 언니들한테 아주 완전히, 완전히, 완전히 홀렸다는 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 언니들은 각자 장기도 보여주고 '우리 음악을 많이 들어달라'는 꽤 어른스러운 말을 했으며, 또 하나의 곡으로 꽤 차분하고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 언니들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난다. 요즘 애들이 다 이렇게 멋있는 거야? 나만 몰랐는데 한국인들이 이제 개정판이 나온 거야? 그런 생각에 다급히 tv의 가요 프로그램을 몇 개 훑어보았다. 바야흐로 가요계는 '걸 그룹' 들의 전쟁터. 다른 그룹들의 춤과 노래를 보다가 불현듯, 나는 깨달았다. 우리 2ne1언니들은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 언니들은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언니들은 카메라를 유혹하지 않았다. 언니들은 자기 차례를 놓칠세라 친구들 사이를 헐레벌떡 헤집고 다니지 않았다. 우리 언니들은, 거의 정신을 놓고, 놀고 있었다. '개정'따위로 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과연 인류는 이렇게 진화하는 것인가! 2ne1의 ne가 new evolution이라더니, 이 어색한 단어의 조합도 그래서 가능한 것인가! 이 여름, 에너지가 필요한 언니 오빠들 모두에게 권한다. 최소한, 최소한 아이돌의 진화만은 당장 확인할 수 있다.

  

 

 

*공옥진 선생의 손녀라는 민지 양의 춤 자랑은 요기!

*언니들이 궁금한 분들은 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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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5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은영 2009-08-1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백하고 재미있는 글 잘보구가요^^

치니 2009-08-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덕분에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를 읽고 있고, 2NE1의 노래를 들어보기까지!
사실 그렇고 그런 아이돌이 또 나왔나보다 하고 귀도 안 기울였어요. 이런 편견 덩어리 치니. ㅋ
노래는 둘째 치고 운동화 신고 뛰댕기니 고것 참 편안해보여서 마음에 드네요. ^-^

nada 2009-08-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산다라산다라 해서 누군가 했더니, 이 그룹 소속이었군요.
드렁큰 타이거도 글쿠, 요즘 힙합에 꽂히신 거요?
한국 사회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만 진화하는 거 같어요.

네꼬 2009-09-0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태 이상한 泌자로 되어 있었는데 아무도 얘기 안 해주시다니 -_- 다 나빠요! (부끄러워 돌을 발로 참.)

2009-09-06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