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지 그를 뽑은 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 단돈 얼마쯤을 보냈다. 돈을 준 사람은 국민들밖에 없으니 두려울 것도 국민들밖에 없다고 그가 말했을 때, 나는 선거 따위에서는 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내 친구들은 기세 좋게 건배를 외치며 생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그날 저녁 그 맥주집에서 승리를 만끽하는 테이블은 우리 뿐이 아니었다. 탄핵 위기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화가 났고 퇴근길이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었으며, 둘레에 나같은 사람이 그토록 많다는 것에 뜻모르게 들떴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잦은 말실수(라고 생각되는 것들) 때문에 나는 그를 미워했고 심지어는 부끄러워했다. 나는 그런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나 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어지럽다. 그래도 버텼어야지, 자기가 뭐라고 죽어버리는 거야. 돈 없고 빽 없으면 대통령까지 되었다 해도 끝이 이렇다고--거봐라 하고 누군가들은 좋아할 거 아냐. 아니다, 우리는 왜 그를 뽑았을까, 이토록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을. 이런 바보를. 이 바보야, 그냥 구차하지, 그냥 뻔뻔하지, 왜 죽어버린 거야.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지 몰라 마음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더니 밥을 먹으면서도 울고 잠을 자면서도 울고 CSI를 보면서도 울고 미사시간에도 울었다. 왜 우는지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만 같다. 당분간 무얼 읽고 무얼 써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일에도 교훈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현자든지 그것을 알려준다면 위로를 삼을 텐데. 우리 모두가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