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책을 사랑한다. 그것이 어떤 책인가 하면 직관에 호소하고 사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 어린이들도 읽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 어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어 평생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되는 책, 그런 책 말이다. -59쪽
어린이들에게 감상이 아니라 감수성을 자각시켜주는 책. 인간다운 고귀한 감정을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어넣는 책. 동식물의 생명뿐 아니라 삼라만상의 생명을 모두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책.
그리고 놀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고 있는 책. 지성과 이성을 단련하는 것이 반드시 당장에 이익을 낳거나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목적으로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60쪽
나는 지식을 주는 책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책이 무엇이든 쉽게 깨닫게 해주는 것처럼 가장하고 감쪽같이 어린이들을 유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낚아채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말도 안 된다. 또 실제로 엄청나게 수고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많으므로 그런 방법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하겠다.... 어린 영혼의 싹을 짓뭉개버리는 주입식 책이 아니라, 영혼 속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고 건강하게 기르려는 그런 책을 사랑한다. 지식을 과대평가하고 만물의 척도로 삼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책, 즉 지식의 한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책을 사랑한다. -60쪽
끝으로 내가 사랑하는 책은 높은 도덕성을 지닌 책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도덕성은 가난하 사람에게 동전 두 닢을 주엇다고 해서 자신을 자비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그런 째째한 근성의 도덕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진리, 인간의 영혼을 생기 있고 분발하게 하는 진리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이기적이지 않고 성실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것이고, 설령 다른 사람이 보답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득이 될 만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책. 선망이나 시샘이나 탐욕이 얼마나 추하고 저열한 것인지 보여주는 책.... 요컨대 나는 진리와 정의에 대한 신뢰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책을 사랑한다.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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