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으로 부드러운

가지를 드러내는 버드나무들이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흔들리는 걸

보며 나는 옥수수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마루를 닦기 시작한다

책들을 치우고 의자를 옮기고

쓰레기통을 비운 뒤 구석구석

물걸레질하다 보면 현관으로는

햇빛이 들어와 물살처럼 고이고

바람이 산 밑으로 쓸리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로

철새들이 말하며 가는 것을 본다

순간 나는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다

오늘 같은 날은, 나를 상자 속에 가두어

두고 그리운 것들이 모두 집 밖에 있다


최하림,  <독신의 아침>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내내 누군가를 찾아다니고, 혹은 도망치고 그랬는데

그 잠이 깊었나 보다.

룸메이트가 출근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자다가

깨어 보니 9시 26분.

새 휴대폰의 알람 소리를 무척 좋아해서

밤마다 시간을 새로 맞추면서 한번씩 듣곤 하는데

아마 어제는 그걸 깜빡한 모양이다.

아, 생활은 시와 달라라.

독신의 아침은 까딱하면 지각으로 넘어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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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맞아요
그래도 독신의 아침이 부러운 요즘이기도 해요.
쉬는 날도 엄마아부지 등쌀에 일찍 일어나야 되거든요 -.-...

네꼬 2007-04-1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나. 난 지금 체셔님 서재에서 돌아오는 길인데!

향기로운 2007-04-1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오늘 까딱 지각할 뻔 했어요^^ (독신은 아니지만 어젯밤, 아니 새벽 5시에 잠들어서.. 겨우 일어났어요..ㅠㅠ;; 어머님은 며느리 잠도 못잤다고 안 깨우시고..T_T;; 비때문이라고 했지만 암튼 택시타고 겨우 출근했어요ㅡ.ㅡ,,)

네꼬 2007-04-1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까딱이 아니라 제대로 지각했습니다. -_-a 늦잠도 정도가 있지 9시 26분이라니 부끄러워요.;;;; (그나저나 다정한 시어머님~)

이리스 2007-04-1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신의 아침, 이라니 어쩐지 낭만이 있을줄 알았는데 현실에선 지각! ㅋㅋ
저도 오늘 제대로 지각~ (오늘은 지각의 날인감?)

네꼬 2007-04-1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지각 동지가 많군요. 핫핫핫. 날이 흐린 탓이 아닐까요? (엉뚱한 핑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