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으로 부드러운
가지를 드러내는 버드나무들이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흔들리는 걸
보며 나는 옥수수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마루를 닦기 시작한다
책들을 치우고 의자를 옮기고
쓰레기통을 비운 뒤 구석구석
물걸레질하다 보면 현관으로는
햇빛이 들어와 물살처럼 고이고
바람이 산 밑으로 쓸리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로
철새들이 말하며 가는 것을 본다
순간 나는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다
오늘 같은 날은, 나를 상자 속에 가두어
두고 그리운 것들이 모두 집 밖에 있다
최하림, <독신의 아침>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내내 누군가를 찾아다니고, 혹은 도망치고 그랬는데
그 잠이 깊었나 보다.
룸메이트가 출근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자다가
깨어 보니 9시 26분.
새 휴대폰의 알람 소리를 무척 좋아해서
밤마다 시간을 새로 맞추면서 한번씩 듣곤 하는데
아마 어제는 그걸 깜빡한 모양이다.
아, 생활은 시와 달라라.
독신의 아침은 까딱하면 지각으로 넘어가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