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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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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 가게 했다" _247쪽
권위와 권위적인 것이 엄연히 다르듯이 죄와 죄책감은 구분되어야 한다. 양심이나 도리에 어긋난 행위, 잘못이나 허물로 인하여 벌을 받을 만한 일을 죄라고 한다면 죄책감은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는 마음이다.
『유원』 소설 속 주인공 유원은 저지른 잘못이 없는 아이였다. 단지 화재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인해 오랫동안 미안함과 자책감,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 대한 분노를 느낄 뿐이다. 문제는 그 죄책감이 합병증을 동반하여 민감한 시기에 더욱더 목을 죄는 것처럼 옭아맨다는 사실이다.
죄책감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대감을 든든했던 가족의 상실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마치 자신 때문에 모든 결과가 일어난 것처럼 스스로를 자책하고 극심한 우울감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소설 속 유원이네 가족도 마찬가지다. 혼자 살아남은 유원이라도 잘 키워야겠다는 심정으로 부모는 모든 시름을 이겨낼 대상으로 유원으로 삼고 유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각오로 살아간다.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사고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이들이 있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죄책감의 사실 유무를 떠나 감정을 그대로 받아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의 많은 청소년들이 가족 안에서 겪는 여러 가지 상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도 이런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종합적으로 지원하지만 결국은 문제의 원인과 자신은 별개라는 것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젊음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아픔이 죄책감으로 자리 잡고 삶 전체를 움직이고 있는 청소년의 심리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해결점까지 제시하고 있는 점이 혀를 두르게 할 만큼 작품성이 돋보인다. 작품의 깊이는 결코 나이와 비례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