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말들 -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편집자의 모험 문장 시리즈
김미래 지음 / 유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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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책을 쓴다면?

편집자는 남의 책을 만드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다 쏟는다. 그런데 진작 자신의 책을 쓰고 편집하는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교사도 그렇다. 남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다 쏟는데 진작 자신의 자녀를 챙기는 일에는 시간을 충분히 쏟지 못한다.

책 표지 겉면에 보면 대부분 저자의 이름이나 역자의 이름, 엮는 이, 그린이의 이름을 표기되지 편집자의 이름은 없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에 가야 펴낸이, 펴낸 곳, 출판사 정보와 함께 아주 작게 편집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그냥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읽은 책이 몇 쇄 인쇄되어 있는지 정도 살필 뿐이다. 사실 편집자가 하는 일이 어마어마한데 그 공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게 소개되어 있다.

나도 기획 출판을 해 보니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되었다. 아니 책의 절반 이상은 편집자가 쓴 거나 다름없다.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방향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빼야 될 글, 추가해야 될 내용도 알려준다. 교정 교열뿐만 아니라 심지어 책 제목까지 안내해 준다. 그야말로 편집자가 공저자인 셈이다.

올해 출판사를 끼지 않고 자가 출판을 해 보았다. 기획 출판과 비교해 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편집자의 도움을 받고 안 받고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편집자의 손길이 닿으면 탄탄한 책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실한 책이 된다. 왜 책을 출판사를 통해 내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느꼈다.

편집자가 책을 쓴다면 어떨까? 편집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편집의 영역에서 독자들이 알지 못하는 편집자만의 고민을 들려준다. 편집자는 독서하는 방법도 다르다. 직업 정신이 발휘된다. 오자, 탈자는 없는지 비문은 없는지 매와 같은 눈으로 살펴본다.

이제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갈 때 편집자의 노고를 기억하며 책을 쓴 저자와 동일한 선상에서 찬사와 존경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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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
양애진.오린지.유지황 저자 / 남해의봄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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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청년 친화도시 남해가 되기까지 청년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있었다. 꿈 하나만 장착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심정으로 무작정 인구 4만여 명의 남해 두모마을로 내려간 청년 공동체 팜프라촌의 이야기다.

청년들은 거침없는 개척자들이다.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70~80대인 마을에 오래전에 폐교된 학교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하고 싶은 일들,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들을 실현해 보고자 노력했던 살아있는 이야기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사람 냄새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코로나 시기에는 유채꽃을 전국으로 배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다. 노령화된 마을에 일손이 없어 농사를 짓는 못하는 다랭이논에 직접 손수 모를 심고 벼를 수확하는 일도 한다. 최소한의 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동식 집도 직접 지어보고 마을 어르신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축제도 기획한다.

그러나 청년들이 피부로 부딪치는 현실과 막연하게 생각했던 시골의 낭만 사이의 간격은 잘 좁혀지지 않는다는 과제를 남긴다.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그동안 일구어온 청년 공동체의 터전을 떠나야 했고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가 요원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거주지와 일자리이지 일회성 지원금이나 수혜적인 성격이 짙은 제도가 아님을 청년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일자리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안전망이다" _152쪽

자자체마다 청년들을 유입하고자 노력하지만 피부로 와닿는 정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무런 조건 없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몫은 어른들에게 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결국 사람이다. 지역에 미래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청년들의 다양한 창업 활동을 지속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람이 열쇠다!

"삶의 환경이 달라지면,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 불문율이다" _177쪽

무질서 안에서도 질서가 존재한다.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팜 프라촌의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가서 살면서 느낀 경험담이다. 앞으로 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조언하는 제일 중요한 한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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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육과정과 수업 디자인 - 2022 개정 교육과정 기반
유영식 지음 / 테크빌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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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새로운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었다. 1~2학년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글 문해력을 위해 국어 교과 시수가 34시간 증배되었다는 점, 안전한 생활 64시간이 통합교과로 흡수 통합되었다는 점, 통합교과의 내용 구성이 플랫폼 형 교과로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신체 놀이 활동이 강화되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2025년부터는 3~4학년에 새로운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된다. 가장 큰 변화는 '학교자율시간'이 교과(군) 아래 편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도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처음 도입 시기되는 내년부터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학교(장)에서 적용되는 시기, 학년, 횟수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학교자율시간이 부담이 되는 교육과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본질'과 '취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학교자율시간의 본질은 학생들을 위한 작은 단위의 교육과정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교과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실생활과 연계된 좀 더 확장되고 살아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교육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실과 세상을 연결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기존의 교과, 기존의 시수, 진도, 성취기준 등으로 인한 제약으로 인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운영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학생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이 곧 학교자율시간이다.

학교자율시간은 말 그대로 자율적인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 주제를 선정하고 기존의 교과 성취기준과 연계할 수 있는 내용을 덜어내어 꼭 필요한 내용을 선정하는 일도 교사만이 할 수 있다. 학생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교사만이 교육과정 속 빈 공간, 도화지와 같은 시간인 학교자율시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학교자율시간은 학생들을 위한 보조 수단이지 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과정 전체 속에서 학교자율시간은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강행할 필요는 없다. 교사의 역량을 감안해야 한다. 학생의 실태, 지역 분석, 교사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포함해야 한다.

다만 학생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교사들의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하다. 교과와 연계하기 어려운 활동을 학교자율시간으로 편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년 교과 내용체계표와 성취기준을 분석해야 한다. 내용이 중복되지 않기 위함이다. 새로운 활동을 위한 성취기준 개발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학교자율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것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갖춰야 할 가치와 태도 등을 미리 선정해 두어야 한다. 내용체계표를 바탕으로 논리적이며 위계와 체계를 갖춘 성취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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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정원, 밀밭의 식탁
이언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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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아침 출근하지 않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가족들도 모두 모처럼 늦잠을 청하지만 나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의 루틴대로 움직인다. 기도회에 다녀와서 집안 구석구석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내다 분류하고 책 한 권 집어 들고 산책을 다녀온다.

숲속 공원에서 책 읽는 맛이 남다르다.

걸으면서 읽고, 의자에 앉아 읽고, 서서 읽고.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월인정원이라는 우리 밀 전문 빵집 이야기다. 주인장은 전형적인 도시인이었다. 컴퓨터 관련 직종 일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쳐 피난 오다시피 내려온 곳이 구례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몸이 회복되고 우리 밀에 눈을 뜨고 빵을 굽기 시작한다. 우리 꽃, 우리 과일로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고 손님들을 초대한다.

주인장이 만들어낸 먹거리 사진을 보면 마음이 일단 평안해져 온다. 바쁜 직장인들이라면 한적한 곳을 갈망한다. 자연이 숨 쉬는 곳을 원한다. 느릿느릿한 삶이지만 그 속에는 사람 냄새가 나고 우리 몸이 혹사당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살아가는 마을에서 우리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로 빵을 굽는 주인장의 정성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끔 한다. 쉼과 회복이 있는 식탁, 빵긋에 차려진 먹거리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월인정원 식탁 빵긋은 아니지만 공휴일 아침이면 아내와 함께 인근 빵집에서 빵 한 봉다리를 사 들고 오전 일찍 문을 여는 스타벅스점을 찾는다. 아메리카노 뜨거운 차 한 잔과 빵 한 덩어리를 풀어 놓고 한 주간 열심히 살아온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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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 강화의 자연 속에서 삶을 그립니다
김금숙 지음 / 남해의봄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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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속 감자가 독자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앞서서 당근이가 촐랑촐랑 가볍게 걸어가고 있고. 감자와 당근이는 저자가 사랑스럽게 키우는 반려견이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자라 서울로 상경하고 어렵게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뒤 고국으로 돌아와 강화도에 정착한다. 많은 도시 중에 자연을 닮은 강화에 뿌리를 내린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맛깔스러운 삶의 이야기가 구수하게 읽힌다. 책 중간중간에는 만화가답게 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참 정겨운 그림이다. 글이라는 것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이 글로 표현될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술술 읽힌다. 저자의 글이 그렇다.

치과 진료를 기다리며 읽어 내려간다. 음악 소리가 진료 대기실에 들린다. 책 읽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글 자체가 워낙 자연스럽게 쓰인지라 막힘없이 읽힌다.

충치가 깊게 내려앉아 뿌리가 썩었다고 한다. 아말감 대신에 금으로 씌워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서야 큰마음을 먹고 치과를 찾았다. 진료비가 만만치 않다. 한 대 치료하는데 50만 원이라니. 다음 달 카드 값 엄청 나올 것 생각하니 갑자기 허리 띠를 졸라매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금값은 앞으로도 오를 테니 금값 오르기 전에 당장 한은 것이 속 편할 것 같아서.

진료 의자에 눕게 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무슨 도구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소리가 꽤 크다. 깎고 다듬고 당기고. 순한 양처럼 치아를 의사 선생님께 맡긴다. 본을 뜨기 위해 지점토 비슷한 것을 입에 물고 있으라고 한다. 냄새가 지독하다. 이를 악물고 꼼짝도 하지 말라고 한다. 침이 고여 흘러내릴 수 있으니 휴지도 손에 쥐여 준다. 쩍 달라붙은 이를 떼어내고 뚫린 구멍 사이에 임시로 뭔가를 채워 넣는다. 기공소에서 본뜬 것이 올 때까지 음식물이 들어가지 말라고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사십 전까지는 치과를 다닌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매년 연례행사로 여름과 겨울을 반복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다니고 있다. 이가 튼튼해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 단것을 최대한 절제해야 되는데 쉽지 않다. 더 고장 나기 전에 잘 관리해야겠다. 돈이 더 들기 전에 미리 말이다. 이상 치과에 다녀온 일과를 글로 옮겨 보았다.

강화도에서 시골 정취를 느끼며 살아가는 저자 또한 아주 특별한 경험들을 책의 소재로 삼지 않았다. 그냥 그런 평범한 삶을 기록하고 글로 표현했다. 그리고 책이 되었다. 물론 글의 수준이 평범하다는 말은 아니다. 글의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삶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글 쓰는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글로 표현하지 않기에 글 쓰는 것이 두려운 것이지 자꾸 쓰다 보면 부끄러움도 사라지고 나름 보람을 느낀다. 혹시 아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의 수준이 조금씩 나아질지.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 콩을 얻는다. 일명 해핀빈. 콩 1개가 100원에 해당된다. 매일 글을 쓰면서 모은 콩을 기부를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지금까지 258,200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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