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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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저자의 '프랑스스러운' 공공정책들을 시민의 눈으로, 엄마의 눈으로, 때로는 비평가의 눈으로 한국 사회와 비교하며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라는 의미심장한 뜻을 책 제목에 담아 독자들에게 넌지시 운을 띄우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고. 

 

일단 가장 가슴에 와 닿은 프랑스 공공정책으로 <출산장려정책, 육아지원정책>이 참 부러웠다. 

 

나도 세 자녀를 낳고 키우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다자녀를 키우기란 참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한 때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에서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떠들썩하게 지원 정책을 홍보했던 적이 있다. 마치 세 자녀를 낳으면 거저 자녀를 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원금으로 아이들 분유며 육아용품이며 병원비, 커 갈수록 늘어나는 식비며 교육비 등등 자녀 수에 비례하여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가계 운영비를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키워보니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쥐꼬리만한 자녀수당(아동수당)도 한시적일 뿐이며 실질적 소비 지출에 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국가에서 억수같은 지원금을 세금으로 쏟아 부었다고 하는데도 출산율은 제자리 걸음이 아닌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다. 왜 그럴까? 프랑스 공공정책과 비교하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책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간략히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대하여 출산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의 모든 시기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106쪽) 특히 세 자녀일 경우 둘째가 18세가 될 때까지 모든 지원이 계속되고 셋째 아이 같은 경우에는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무상이 된다.(105쪽) 심지어 기차요금, 공공요금, 각종 문화시설의 입장료까지 깨알 같은 혜택을 온 가족이 받는다. 

 

와~ 정말 부럽다. 한국에서 우리 집 같은 경우(세 자녀) 아파트 전기료 약간 감면, 수도세 약간 감면. 이 정도가 전부다. 기차요금과 같은 대중교통 이용료 지원은 전무하며 문화시설 입장료 감면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프랑스의 전폭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유럽에서 최고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나라 중에 보기 드문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말로만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 아니라 프랑스 정책을 모방을 해서라도 흉내냈으면 한다. 정치인들이 귀를 바짝 귀를 기울일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공공 영화관, 동네 서점을 키우는 정책, 주택을 새로 개발하는 정책보다 보수하고 고쳐쓰는 정책,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파리의 고강도 정책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정책들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되고 우리나라는 안 된다? 국가별로 상이한 상황은 있더라도 큰 방향에서는 충분히 공감되는 정책들이라고 생각된다. 기초단체의원, 광역단체의원, 단체장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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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거짓말 북멘토 그림책 8
수산나 이세른 지음, 레이레 살라베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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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야고보서 1장 15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리라" 

 

거짓말도 이와 비슷하다. 거짓말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다!  리처드 닉슨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장크리스토프 뷔송, 책과함께, 2021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거짓말로 인한 파장으로 패배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워터케이트로 불명예 퇴진을 당했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정치적 대결자였던 케네디와 늘 비교되곤 했다. 케네디가 귀족의 느낌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면 리처드 닉슨은 늘 시골 아저씨처럼 평가되었다. 닉슨의 가정 환경도 케네디가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정세에서 반공주의가 흐름 속 대세를 잡아가는 쯤에 닉슨은 정치적 재계를 시도할 수 있었고 결국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베트남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중국 마오쩌둥과 회담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하는 등 대국민적으로 인지도가 높았으며 그의 재선은 따논 당상이었다. 대통령 대선에서도 당연히 민주당 후보를 앞질렀다. 그러나 문제가 터진 것은 도청했던 사실을 은닉하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닉슨의 정치적 참모들의 판단도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도가 워낙 높았던 것이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었을 수가 있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 미국의 정치 분위기! 빌 클린턴

「반전이 있는 미국사」, 권재원, 다른, 2020

 

한가지 미국 정치에서 우리가 놀라는 것 한 가지는 '거짓말'을 한 정치인은 가차없이 심판한다는 점이다. 실패한 정책보다 거짓된 행위에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탄핵은 도청을 한 행위보다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그의 거짓말 행위가 폭로되었기 때문이며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또한 그것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은 그의 행동을 수치스럽게 여긴 미국민의 사고방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결코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 미국의 정치 분위기가 은근히 부러워진다.

 

반면 거짓말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도 있다. 

 

 " 왜 그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

「문학 속의 지리이야기」, 조지욱, 사계절, 2015

 

왜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을 했을까?

거짓말을 한 행위가 '지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조지욱 작가는 그의 책에서 지리 교사답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양치기 소년이 양을 치던 장소는 알프스 산맥의 고산지이다. 양이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알프스 산맥을 오르내리면서 최소한 6개월 이상 산 속에 홀로 있어야만 했다. 교육을 받아야 할 소년이 양을 치고 있다면 양치기 소년의 가정환경이 어땠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소년을 돌 볼 수 없는 극빈자 가정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고 있을 때에 양치기 소년은 아무도 찾지 않는 알프스 산맥 고산지에서 양을 몰며 홀로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양도 자신의 양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양을 대신 기르는 목동의 삶에 불과했을 것이다.

6개월 이상 사람이라고는 눈 뜨고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양과 함께 지내다 보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양치기 소년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까?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외로움을 이겨 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손가락질을 하기 보다 왜 그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살펴보라고 이야기한다.

 

「여우의 거짓말」 그림책에서 여우는 거짓말을 끊임없이 한다. 여우를 손가락질하기보다 왜 여우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거짓말 그 자체를 우아하게 포장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거짓말을 하게 된 배경, 상황을 살펴본다면 측은지심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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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의 생각 읽기 - 생각의 틀을 깨는 한 문장의 의미심장함
유영만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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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각이 굳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것을 생각해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 생각에서부터 새로움을 쫓아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새로운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생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시간도 필요하고 구성원들의 설득도 필요하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답습하는 것이 편하지 새로운 것을 구상해서 실천하기가 이래저래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바쁜 일과에 쫓기다보니 생각마저 굳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는 시간 확보가 우선인 것 같다. 시간에 지배당하면 피동적이기 쉽다. 반면 시간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다보면 어찌보면 그 여유시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결정은 딱 한 가지다. 현실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스스로 몸부림치는 경우다. 결단이 있어야 하고 수고로움이 따라야 한다. 


 


저자는 생각 디자이너다. 책날개 저자 소개란에는 지식생태학자, 책 내용에는 지식산부인과의사라는 별칭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고 있는 분이다. 역시나 책 내용 전부가 그가 생각해 낸 언어와 지식들이며 단순히 언어유희와 말 잔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세상에 좋은 말은 많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대로 내 몸이 움직여 깨닫지 않으면 말의 잔치와 언어유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옳은 말보다 어설프고 서툴지만 내 몸의 수고로 재해석된 한마디가 내 삶을 이끌어가는 소중한 지혜로 다가옵니다" (315쪽)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식생태학자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생각에 기초한 언어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살아온 배경을 "세상의 옳은 말보다 어설프고 서툴지만 내 몸의 수고로 재해석된 한마디" 로 정의한다. 


가령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글에서 저자의 일상적에서의 실천적인 삶의 모습이 상상이 그려진다. 참고로 저자는 직업계 고등학교 출신이며 용접이며 현장에서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한 삶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 (166쪽에서 언급함)


 


 


사전적 의미로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 적자생존을 한자를 살짝 바꿔서 적자(赤子)로 표기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생기는 결손액. 장부에 기록할 때 붉은 글자로 기입한 데서 유래함.


즉, 적자를 보는 인간관계만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인간관계라는 다른 의미로 언어를 재생산했다. 직장 안에서 적자를 보는 듯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면 대부분 내 편으로 삼을 수 있다. 내가 이익을 보려고 하기에 쌈이 생긴다. 내가 조금 더 편하려고 하니 갈등이 생긴다. 저자의 '적자'생존이라면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될 수 있겠지만 멀리보면 결국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조언한다. 우스게 소리로 학교 현장에서는 '적자생존'을 적는 자(기록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라고 웃픈 이야기를 많이 내뱉곤 한다. 다양한 민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제는 저자처럼 '적자생존'을 인간관계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미래의 일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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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 - 삶의 길목 위에서 찾은 해답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북아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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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심층심리학!

 

한 사람의 온전한 모습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학문을 심층심리학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일정 나이가 되면 이런 질문을 한 번쯤은 던졌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을 만한가?" 등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진지한게 고민하게 된다. 심지어 저승사자가 눈 앞에 나타날 때까지 우리에게 남은 이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간다. 

 

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자는 심층심리학을 통해 바라본 내면으로 솔직하게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조언한다. 권위를 회복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본능이라고 한다. 개인적 권위 회복하기는 자신의 몸과 영혼에 가장 알맞은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둘째는 성숙한 영성기르기며 셋째는 행복보다 의미 선택하기다. 

 

"공동체의 삶은 정치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정부도 이를 완전히 아우를 수 없다" (32쪽)

 

17세기 블레즈 파스칼은 온갖 특권을 누리는 프랑스 궁정 사람들조차 자신의 영혼과 단둘이 남겨질 때는 기운을 잃고 낙담하며 초조해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독은 종류와 관계없이 전부 불안을 다스리려는 몸부림이다. 미미하게나마 효과를 나타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살아가는 오늘날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가 새로운 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는 끊임없이 우리를 감시하는 기계이며 우리의 일상적 선택을 읽고 교묘한 전략을 구사해 우리의 가치와 선택을 조종한다고 보고 있다. 신은 죽었다고 얘기한 니체가 말한 의도는 실제로 신학적 주장도 형이상학적 주장도 아니다. 다만 그 시대 신앙인들이 맥없고 틀에 박혔으며 조심스럽고 소심하고 에너지가 없는 모습을 보고 신은 죽었다고 표현했다. 신앙인 뿐이겠는가. 오십 이후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갈 이들에게 맥없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소심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니체는 아마도 '오십, 인생은 죽었다' 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오십 이후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문학작품 읽기를 권한다. 문학 작품 속에 드러난 인물들의 내면의 모습을 관찰하며 자신의 삶과 비교해 볼 것을 권한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신의 구원으로 이끄는 경로는 따로 있지 않으며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변명을 줄여야 한다고 권한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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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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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을 대학 교수로 칭하지 않고 지식생태학자로 소개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교수라고 직업을 말할 때에는 크게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듣는 이도 상대방이 교수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안다. 그러나 관심은 그때 뿐이다. 반면 '지식생태학자'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바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키고 한 번 더 보게 한다. 이처럼 직업을 소개할 때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을 별도로 생각해서 지어 말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천양지차다. 

 

나도 내 직업을 소개할 때 교감이라고 하기보다 독감(讀監)이라고 종종 이야기 한다. 讀은 '읽을 독'자, 監은 '감독할 감'자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학교 안에서 중간 관리자로 존재하는 교감으로 불리우기 보다 나의 정체성을 좀 더 담아낸 '독감(讀監)'으로 소개하고 싶다. 책 읽는 교감, 책으로 소통하는 교감, 책으로 성장하는교감의 의미를 담은 나만의 네이밍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를 읽었으니 좀 더 특별한 네이밍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감(讀監)' 에서 '독감(讀感)'으로 말이다. 

 

여기서 讀感은 읽을 독, 느낄 감이다. 다시 말하면, 책을 꾸준히 읽어내며 안주하려는 나의 타성을 깨부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공감하는 교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소개할 자리가 주어진다면 이제부터는 독감(讀感)으로 얘기해야겠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보면 된다.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된다" (17쪽)

 

저자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의 인격은 언어를 보면 다 안다고.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언어는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세계를 알 수 있다. 요즘 나이에 맞지 않게 언어의 수준이 빈약한 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나부터를 돌아보더라도 그렇다. 내가 사용하는 어휘의 양, 어휘의 수준을 보더라도 새롭게 공부해서 사용하려고 하기보다 기존에 익숙했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려는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박힌 것 같다. 언어의 변혁을 위해서는 그만큼 언어를 공부하고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기 위한 사유와 노력이 필요한데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저자는 독서 그 자체가 언어의 깊이를 저절로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책도 깊이 읽어야 하고, 읽은 책을 깊게 생각하며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글로 표현해 내지 않으면 언어의 수준이 향상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언어를 디자인하라』 에서는 언어를 수준있게 향상시키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자신만의 어휘 사전을 만드는 법도 소개하고 있다. 신념 사전, 감성 사전, 은유 사전, 가치 사전 등 기존의 국어 사전과 다르게 자신의 삶과 연동하여 자신만이 특별히 정의 내릴 수 있는 어휘의 개념들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실천해 보기를 권면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말이 거의 대부분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착안하여 한자를 깊게 살펴보라고 말한다. 한자만 잘 알아도 사용하는 언어를 나만의 스타일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새겨지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는 언어의 비늘이 새겨진다"(25쪽)라고 말한다. 언어의 묘미를 알면 알수록 깨닫는 범위가 넓어진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127쪽

 

문제해결과 문제해소는 비슷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문제해결은, 문제가 완벽하게 규명될 수 있고 해결될 수 있다는 과학적 신념을 반영한 개념이다. 이에 반해 문제해소는 좀 복잡하다. 문제해소는, 상황에 따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항상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내재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문제는 절대로 완벽하게 해명할 수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심리적 합의'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해결과 문제해소는 문제를 바라보는 '결'이 다르다.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고 해소하듯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해소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해결보다는 해소해야 풀리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어휘라도 이렇게 깊게 들어가 생각하면 결이 완전히 다르다. 새롭게 바라본 언어를 통해 직면한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곧 내 격을 좌우한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어휘 하나하나에 담겨진 뜻들을 꼽씹어 보는 기회를 삼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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