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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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작가도 대단하고 그 어머님도 대단하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청년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것도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자녀의 정규직 입사를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자랑했을 부모였을텐데. 청년이 성인과 사고 방식이 다르다하더라도 자신의 장래가 달려 있는 일인데 아무 생각없이 즉흥적으로 저지렀을 것은 아님에는 분명한데 마음 한 구석에는 도대체 무슨 믿는 구석이 있기에 그 좋은 직장을 관둘 용기가 있었을까. 그 어머니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더라도 속으로는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20대 자녀가 취업 실패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수민 작가의 퇴사 결정이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 지켜보는 그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의 바램이 있다면 자녀가 당당하게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며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고 성취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도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일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생각과 분명 다른데 부모는 과거 자신의 청년 때의 모습만 기억하며 내 자녀가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 꿈을 꾸데 현실적인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세상 속에 나아가 힘든 일을 거뜬히 이겨내며 늘 웃으며 지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 사항을 늘 간직하며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이겠는가. 

 

김수민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 20대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지, 20대 청년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 20대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게 된다.

 

"삶에 있어 직업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었다" (87쪽)

 

누구나 다 아는 명제임에도 성인된 부모의 시각에서는 방향성도 좋고 가치관도 좋지만 그래도 일단 직업부터 얻고 그 속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어내다보면 방향성을 찾을 수 있으니 어른 말 들어라라고 설득부터 하려 든다. 직장 안에서 긍정의 힘으로 버텨내려고 바둥바둥 거려보았지만 결국은 20대 젊은이들이게는 긍정의 한도를 넘은 부당함이라는 사실을 성인된 부모들은 알 지 못한다. 

 

20대 청년들이 구조적으로 기존의 세대에 맞춰진 분위기 안에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 않나보다.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기존 세대는 강변하지만 아직 청년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감이 있고 간격 또한 큰 것 같다. 김수민 작가도 결국 자유를 찾아, 나만의 인생을 위해 은퇴를 결정한다. 아니 도망친다. 

 

"당시의 나는 타인의 피드백이 너무 무서워 얼어버렸고, 당혹스러운 나머지 정색 밖에 하지 못했다" (232쪽)

 

기존 세대는 청년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한다고 하지만 청년들이 받아들이기에 친절한 안내가 아니라 딴 나라의 희한안 규칙이며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리는 것 같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여유가 없다보니 듣기 싫은 왕부담인 피드백인 결국 청년들에게는 '자기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와 같은 사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취업관, 직업관, 삶의 방향성은 분명 기존의 나와 같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한다. 우리 집에 있는 20대 자녀를 불안하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언젠가 자신의 꿈을 찾아 준비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겠다. 20대 정규직 취업의 꿈을 이룬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말못할 괴로움을 참지 못해 은퇴를 결정한 김수민 작가는 지금 백수의 시간이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안을 채우는 시간' 이라고 말했듯이 자신만의 빈 공간을 채워가고 있을 자녀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기도해야겠다. 

 

어른이란 이해+력(힘) 이 길러진 성인이라고 김수민 작가를 말한다. 이해하는 힘이 커진 사람이 성인이라고 할진대 나는 과연 이해하려는 힘을 가진 사람인가? 스스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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