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평전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사진을 보면 참 젊은 나이에 순국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이 서른 두살이면 정말 청년 중의 청년이다. 안중근 의사가 살던 때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가문을 책임져야 할 나이라고 하더라도 젊은 나이임에는 틀림이 없다. 꽃다운 나이에 안중근 의사는 나라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았다고 하니 나이에 비해 어른다운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안중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안중근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랬다. 콧수염과 단지로 유명한 사진으로 어렴풋이 하얼빈에서 일제강점기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영웅, 붓글씨를 멋드러지게 쓴 분 정도로 밖에 알지 못했다. 최근 안중근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영웅'을 감상한 뒤 안중근을 제대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 갈 때마다 안중근을 검색해서 네 다섯권씩 대출받아 읽기 시작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만 4개 국어로 편집한 책도 있었고 안중근의 거사가 있었던 하얼빈의 열하루만 집중 조명한 책도 있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개방한 문서를 바탕으로 안중근을 새롭게 조명한 책도 신선했다. 그래도 안중근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책은 안중근의 생애 전부를 다룬 책들이었다. 이번 책 『안중근 평전』도 안중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다만 평전이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안중근 입문서로 독자들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겠다 싶다. 책 두께도 그렇거니와 작가의 관점에 의한 해석들이 스토리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책을 오래토록 붙잡고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랬다. 

 

한 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보기 위해서는 관련 책들을 연속해서 읽는 방법이 있다. 나는 이 방법을 선택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예닐곱 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안중근 평전』을 읽기 전에 이문열의 안중근 소설인 『불멸』을 먼저 읽었기 때문이었다. 평전을 읽기 전에 평전에서 다루는 인물의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소설을 먼저 읽으면 평전을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궁금했던 부분, 좀 더 알아야 할 부분들을 평전을 쓴 작가의 시선에서 다시 살펴 볼 수 있다. 참고로 시중에 안중근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안중근이 거쳐간 장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책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관련 사진들이 나와 있어 쉬엄쉬엄 읽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안중근 평전』에는 우리가 궁금해 하던 안중근 가족들의 후일담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안중근 일가들은 가난과 궁핍, 목숨의 위협을 피해 은신하며 살아야했고 안중근의 유언을 지키며 거의 대부분 독립 운동에 한 몸을 바치며 살았다.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망명지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내야했던 가족들의 눈물어린 일화를 읽으면 과연 내가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며 불평불만하며 살아도 되는가 싶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망명지에서 근근히 살다보니 오늘날에도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반면 일본 제국에 부역하며 살았던 이들은 굳건한 터전 위에 부와 명성으로 대대손손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뭔가 잘못대로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안중근 평전』을 통해 안중근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후손들에게 바른 역사 교육을 전수해 주어야 하는 이유는 국가의 존재 여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 하나만 잘 살겠다고, 우리 가족만이라도 잘 먹고 살겠다고 온갖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사람들이 권력의 자리에 앉고 살아간다면 과연 이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라를 위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야했던 그 정신을 우리 자신과 자녀들에게 전수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시대에 뒤떨어진 비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부강한 국가를 위해서는 강한 역사 교육이 필수다. 올바른 역사 교육은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옳은 일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다. 정신이 살아 있을 때 돈과 명예와 권력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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