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만드는 법 - 원고가 작품이 될 때까지, 작가의 곁에서 독자의 눈으로 땅콩문고
강윤정 지음 / 유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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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편집자가 하는 일

 

"작품의 편집이나 만듦새, 홍보 방식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 세계와 어울리는 방향, 그중에 지금의 독자에게 소구할 방향으로 조율해 나가는 일입니다" (17~18쪽)

*소구: (방송, 신문) 광고나 판매 따위에서 ,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시켜 구매 동기를 유발함.

 

작가는 글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작가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그가 쓴 원고다. 그리고 그 원고를 독자들의 니즈에 맞게 편집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올해 나도 책 작업을 마무리 중에 있다. 전반기에 어찌어찌 분량을 채워 원고를 출판사 편집자에게 넘겼다. 그리고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편집자가 원고를 읽어보고 나름대로 방향을 정해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약간 언잖기도 했다. 기껏 쓴 원고를 다시 쓰라고 하니 속상했다. '왜 이렇게 까다롭지'.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편집자가 해야 하는 일을 이해하게 되었다. 

 

"편집 업무는 원고에서 시작해 물성을 가진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선형적으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일입니다. 다만 한권의 책만 붙잡고 있지는 않기에 실제 업무 감각은 선형적이기보다는 순환적이고, 대여섯 개의 공을 동시에 던지고 받는 저글링 곡예사의 그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19쪽)

 

출판사 편집자는 한 권의 책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해가 풀렸다. 6월달에 원고를 넘겼고 중간 중간 피드백을 받다가 8~9월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이제 작업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10월에 연락을 주셔서 '글이 재미없다', '왜 이렇게 ~한다 등의 가르치는 식으로 썼나', '3장과 4장을 다시 써 주셨으면 한다','원고 마감일은 10월 30일이다'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순간 열이 뻗칠 뻔 했다. 아니,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다고 갑자기 10월 말일까지 다시 쓰라고? 이 책을 읽어보니 왜 편집자께서 지금에서야 연락을 주었으니 이해가 되었다. "대여섯 개의 공을 동시에 던지고 받는 저글링 곡예사" 이기 때문에.

 

"같은 원고라도 백 명의 편집자가 있다면 백 권의 아주 많이 다른 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4쪽)

 

편집자의 능력이다. 같은 원고라도 편집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수 많은 책들을 편집해서 독자들 앞에 내 놓을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신의 손이다. 편집자를 잘 만나야 작가가 빛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제목, 책 표지 디자인, 띠지에 들어갈 문구, 심지어 서점 매대에 놓았을 때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 등 편집자는 원고를 편집하는 것에서부터 서점에 책이 놓이는 순간까지 한시도 놓치지 않고 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이 있고 남다른 감각을 가진 편집자를 잘 만나는 것도 작가의 복인 것 같다. 

 

"작가 역시 본인 의견도 중요하지만 독자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편집자가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의견을 내 놓으면 거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5~36쪽)

 

올 해 11월 중으로 시장에 선 보이는 나의 첫 책 <교감으로 살아남기>는 사실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교육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교사가 아닌 교감을 타켓층으로 하는 책이다보니 독자의 범위가 좁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현직 교감이 쓴 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약간의 신선한 감이 있다는 점이 있다. 사실 분명한 독자층은 교감 또는 교감이 되려고 준비하는 교사, 한 가지 더 기대한다면 학교의 교감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교사들. 이 정도다. <교감으로 살아남기>가 서점에 출고될 때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가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겠지만 초보 신규 작가의 입장에서는 사실 설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편집자는 자신이 쌓아온 읽기의 경험을 믿어야 한다" (45쪽)

 

편집자는 작가의 원고를 처음으로 읽는 독자이자 반복해서 읽으며 편집자의 감각으로 독자들의 시선으로 맞추어가는 조율사이다. 편집자는 편집증을 앓고 있는 중독자이기도 하다. 작가의 원고를 판단하고 수정할 부분들을 찾아내는 감별사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주관도 잃지 말아야겠지만, 편집자의 시선에도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 <교감으로 살아남기>는 편집자의 그동안의 쌓아온 읽기의 경험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좋은 원고를 쓰는 것이 저자의 몫이라면 그것을 독자가 집어 들고 싶은 책으로 만드는 것이 편집자의 일이니까" (69쪽)

 

이번에 책 작업을 통해 편집자와 처음으로 소통하게 되었다. 편집자가 하는 일을 알고 나니 위대해 보인다. 독자의 선택을 받는 책은 작가의 실력도 있겠지만 5할은 편집자의 실력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작품을 한발 떨어져 다시 살펴본 심경,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 같은 것이 담긴 글이자,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글이다" (129쪽)

 

이제 곧 있으면 '작가의 말'을 써야 한다. 편집자께서 편집된 원고를 보내주시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작업이 '작가의 말' 일 것 같다. 어떻게 작가의 말을 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명쾌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글을 읽고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한발 떨어져 다시 살펴본 심경',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글' 이 되어야 한다는 점

 

"책의 운명은 잘 만들어졌느냐 아니냐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바, 책이 나왔다는 것을 독자가 인지하느냐, 독자가 그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느냐가 결정적이다" (134쪽)

 

이제 곧 있으면 주사위가 던져진다. 책의 운명이 결정된다. 잠깐 시장에 나왔다가 사라질지 아니면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지...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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