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코 이야기
김민정 지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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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성노예제에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일본은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까지 각 국의 어린 소녀들과 여자들을 강제로 잡아다가 전쟁터로 보내고 일본군을 위한 성노예로 활용했다. 그 증거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정반대로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끝까지 사죄하며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독일과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 : 라우 대통령은 "독일의 수도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살려 했던 훌륭한 신앙인이었고-독일 개신교 장로- "독일의 현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미래를 내다보며 약자를 돌보고 참된 화해를 몸소 실천해간 정치가 였다) 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독일식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철저히 지켜가려 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2월 16일에는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에서 독일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과거 독일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악을 진심으로 사죄하여 독일과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화해할 길을 열어 놓았다"(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233~234쪽)

 

"독일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오늘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게 빌리 브란트 수상이 무릎 꿇고 사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왜 모르는지 모르겠어. 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더 힘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야" (정글만리1, 411쪽)

 

일본군 성노예로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렇다.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 반면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전쟁은 이미 끝났다,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살고 있다, 협상을 통해 사과도 했다, 배상도 다 끝났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는 약속을 안 지키는가, 일본 사람들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식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다. 요지부동이다. 

 

역사 문제가 곧 외교 문제로 확전되고 국가 간 대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한일간의 양국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독일이 이스라엘에게 보인 국가적 차원의 사죄, 배상은 좋은 본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교과서에 조차 일본군성노예가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왜곡하고 있으니 감정이 격화될 수 밖에 없다. 일본군성노예 피해를 입은 용기 있는 할머님들이 없었다면 영원히 잊혀질 뻔한 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1988년에 최초로 김학순 할머니에 의해 폭로가 되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 성노예 피해 사실은 과거에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하기엔 국제 사회가 결코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이 거짓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을 때 결국 거짓이 탄로나게 되고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물며 국가가 저지른 범죄라면 국가가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 순리다. 꽃다운 한 개인의 인생을 처참히 짓밟혀 놓고 지금 와서 없던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그 누가 그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역사를 잊는 국가는 패망한다. 역사를 왜곡하는 국가는 신뢰받지 못한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사죄할 일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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