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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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승자의 기록이 오랫동안 남아 역사가 되곤 했다. 우리나라도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 뿐만 아니라 전해오는 기록들을 보더라도 승자의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패자의 기록은 패자 자신이 죽거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기록으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했다. 다만 억울한 패배라든지 패배에 담긴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후대에 역사가들에 의해 다시 조명되고 역사화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무명의 용사들이 이름없이 죽어갔듯이 대부분의 인물들은 연기 사라지듯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는 승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주목받을 수 없었던 인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보인 투쟁과 정신적 사상들이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고 결과는 패배였지만 패배의 역사 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건의 주인공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저자들이 고집스럽게 역사 속에 파묻힌 패배자들 중 열 세명을 시대순으로 다시 불려냈다. 책의 부제 또한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인 것처럼 리더는 패배자였더라도 분명히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역사가들이 증명하고 있는 듯 싶다. 

 

내가 주목한 인물로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와 탄핵 당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체 게바라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였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편하게 습관적으로 부른 호칭이 진짜 이름보다 더 많이 애용되고 있다. 체 게바라를 대표하는 사진, 별무늬 장식이 달린 베레모를 쓴 사진은 파리 출신의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가 촬영했다. 그는 극좌파 중에서도 더 자기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원액의 스탈린이라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볼리비아 산악지대를 거침없이 다니면서 지옥행군도 마다하지 않았고 변변치 않은 전투복과 신발로 험악한 지형을 소수의 부대원들을 인솔해서 다녔던 혁명가였다. 항상 그의 전투복 바지에는 책과 탄환, 에어로솔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어디에서든지 책을 읽었으며 천식이 있었기에 상비약을 챙겨다녀야했다. 

 

볼리비아, 쿠바 등 혁명이 필요한 지역을 국경선을 밥 먹듯 넘나들며 어느 한 곳에 구애받지 않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자신의 혁명 사상에 동조하는 이들을 끌어모으고 기존의 정치체를 전복하는 하는 일에 목숨마저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패배자로 역사에서 기록된 것은 쿠바의 카스트로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볼리비아에서 결국 최후의 생애를 마감했지만, 남아메리카에서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워터케이트로 불명예 퇴진을 당했던 리처드 닉슨은 정치적 대결자였던 케네디와 늘 비교되곤 했다. 케네디가 귀족의 느낌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면 리처드 닉슨은 늘 시골 아저씨처럼 평가되었다. 닉슨의 가정 환경도 케네디가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정세에서 반공주의가 흐름 속 대세를 잡아가는 쯤에 닉슨은 정치적 재계를 시도할 수 있었고 결국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베트남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중국 마오쩌둥과 회담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하는 등 대국민적으로 인지도가 높았으며 그의 재선은 따논 당상이었다. 대통령 대선에서도 당연히 민주당 후보를 앞질렀다. 그러나 문제가 터진 것은 도청했던 사실을 은닉하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닉슨의 정치적 참모들의 판단도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도가 워낙 높았던 것이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었을 수가 있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탄핵당한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으로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그의 죽음 이후 닉슨을 추모하는 후임자들의 등장과 그가 남긴 외교적 성과들이 재조명 되면서 위대한 패배자로 재인식되고 있다. 

 

역사가들의 의해 소환된 13명의 패배자들의 면모를 다시 살펴 보는 기회를  가져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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