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느낌표! - 어린 시절의 위로
최도설 지음, 최도성 그림 / 북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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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글인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육체적으로 쉬는 것이 쉼이 아니라 정서적 쉼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쉼이라는 얘기가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정서적 메마름 때문에 더 피곤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며 독자들에게 함께 꿈꾸기를 초대하고 있다. 등장인물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자는 동기부여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 특히 관심 있게 들여다볼 부분은 책 중간 중간에 그려진 삽화도 저자의 친형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친형이 동생의 부탁을 받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들을 기꺼이 그려냈다. 두 형제의 남다른 형제애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도 저자처럼 허세를 부린 적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쪼그만 애가 무슨 허세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당시 린 아이들 세계에서도 허세는 당연히 존재했다. 저자가 동네 아이들을 꼬드겨 화력발전소 굴뚝까지 가보자고 제안한 뒤 걸어가보았지만 실제 눈으로 본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라는 것을 알고 돌아가자고 이야기한다. 두 시간 넘게 걸어왔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자 당연히 얘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반발을 무마시키고자 있지도 않은 돈이 있다고 뻥치고 배고픈 허기를 달랠 수 있다라는 기대를 꾸게 한다. 당시 500원이면 빵이며 음료며 뭐든 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500원이 있다는 얘기는 뻥이요 허세다. 어른이 된 저자가 혹시 지금도 허세를 부리는 자신의 모습을 있지 않나 스스로 돌이켜 본다고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없었다. 아빠가 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었다. 

 

"우리 아빠, 원양 어선을 타고 멀리 나가 있어" 

당시 원양 어선을 타고 먼 바다에 나가 일을 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때다. 

"우리 아빠, 갑판장이야" 라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거짓말을 마구 해댔다. 

심지어 앞뒤가 맞지도 않는 이야기도 하고 다녔던 것이 기억이 난다.

"우리 아빠, 6.25 전쟁 때 북한군과 싸우다가 죽었어" 

친구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가 퍼져 나갔고 어떻게 어떻게 소문이 사실이 된 건지 그해 호국보훈의 달에 학교엥서 구호물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물품으로는 라면 한 상자였다. 당시 라면은 귀한 물품 중에 하나였다. 저자보다 더 큰 허세를 부리며 유년 생활을 보냈다. 사실, 지금도 허세가 쬐금 남아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틀림이 없다. 과장하고 드러내고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어렸을 때 일들이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은 단지 과거에 머무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옛 모습을 뒤돌아보며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가끔 집에서 차곡히 쌓여 있는 앨범을 무심코 열어 보는 경우가 있다. 한 번 앨범을 열어보면 삼사십분이 훌쩍 넘어간다. 사진첩에 몰입하는거다. 사진을 보며 무슨 생각에 빠졌을까? '아, 옛날이여' 가 아니라 '앞으로 잘 살아가야지' 라는 마음의 각오가 든다.

 

저자도 어린 시절이 지금의 자신을 위로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 마음의 백신이 되어 줄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동화같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내 놓았다. 베스트셀러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선호한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그럴싸한 유명세를 탄 책보다 저자의 삶이 담겨져 있는 책이 오히려 더 정겹고 손이 간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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