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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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발화란 언제나 의미론이 아닌 화용론의 영역에 있다" 

"중요한 건 원론적으로 옳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서 화용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287~288쪽

 

어려운 책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다른 이의 생각을 통해 정리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참 불편한 책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 소위 말해서 사회의 기득권층, 남성, 병영 문화를 뼈속 깊이 받아들인 세대, 가부장적 문화에서 살아본 세대가 저자의 생각에 모두 다 받아들이기에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가령 페미니즘만 해도 그렇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이 사회 제도및 관념에 따라 억압되고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하지만,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책의 말미에서도 저자가 말했듯이 화용론 측면에서 우리 사회 현상을 서술했다고 이야기한다. 

 

화용론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화용론(話用論)'은 '언어 분야 전문 용어'로서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따위로 구성되는 맥락과 관련하여 문장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미론(意味論/여기서는 '단어와 문장의 뜻과 실제 상황에 나타나는 발화(發話/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 또는 그에 의하여 산출된 일정한 음의 연쇄체.))의 뜻을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집 안에 환기가 필요한 경우, 직접 "창문을 열어 환기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집 안이 좀 답답하지 않아?", "창문을 좀 열었으면 좋겠는데."와 같이 문장을 단순히 글로만 보지 않고 여러 맥락 등을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화용론적('화용론'에 바탕을 둔. 또는 그런 것.) 접근'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네이버 지식in-

 

즉, 맥락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경우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의 책 내용을 보면 화용론보다 의미론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공적으로 주요 쟁점들을 다루고 있으면서 맥락에 치중하기보다 의미에 치우친 것은 아닌가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 전부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읽은 내내 불편했다. 보통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 해 왔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그런데 저자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외친다. 적당히 넘겨서는 안되며 반드시 틀린 것을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혐오, 차별, 정체성 등 각계 각층에서 무의식적으로 틀리게 사용되어 온 언어라든지 사고 방식을 비판하고있다. 

 

한 문장의 길이가 제법 긴 편이다. 문해력이 초보이신 분을은 읽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몇군데 있다. 짧게 이해하기 쉽도록 써 내려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용기있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불편한 진실을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그가 예로 든 사례들은 논거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논거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다만, 독자들 중에는 저자와 생각의 대척점에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저자의 생각을 외면하기보다 한 번 쯤 정독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다변화된 우리 사회에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체 넘어간 부분도 있다. 한 번 더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는 남녀 차별에 대해 수긍하면서 결혼 후에 완전히 달라진 배우자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결혼이라는 환경이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결혼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끼리의 연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한 당사자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집안의 문화방식과 가치관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으로 증폭되거나 희석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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