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교육과정 재구성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업
민수연 지음 / 맘에드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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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를 교과서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진 교과서는 6~7년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10년이 지나야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독자들도 아시겠지만 1년 아니 한 달 한 달 사이에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들이 바뀌고 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에만 의존하고 교과서 진도로만 가르친다고 했을 경우 수동적인 수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수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당연히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교과서는 단지 참고자료일 뿐이다. 샘플일 뿐이다. 절대화된 자료가 아니다. 교과서 자체도 국정에서 검정으로 많은 부분 전환되고 있는 이유도 교과서의 권위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증거다. 물론 전국의 내로라하는 현장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집필하고 심의했으니 가장 안전한(?)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자료가 될 수 없다. 안전하다는 것은 국가에서 제시하는 해당 학년군에서 반드시 이수해야 할 도달 지점인 '성취기준'을 최대한 살려 샘플을 담아냈기 때문에 다른 자료에 비해 안전할 뿐이지 반드시 따르고 의존해야 하는 스탠다드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신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처럼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과서가 분명히 기대 언덕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기준으로 다른 자료랑 비교할 수 있다. 교과서 순서를 따르되 참신한 자료를 다른 곳에서 얻어 보충할 수 있다. 조금 더 진보된 수업 설계는 교과서 순서를 따르기 보다 '주제망'을 짜고 그 주제에 따라 교과별 내용들을 가져오는 것이다.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과 기능, 태도를 알려주는 성취기준을 가져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제망에 따라 수업 분량을 정하고 주 단위, 월 단위 수업 설계를 세울 수 있겠다. 한 해 한 해 이런 시도를 하다보면 점점 교육과정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교과서보다 내가 맡고 있는 학급의 상황에 맞는 전체 수업 설계에 따라 교과서+기타 자료와 교사가 직접 만든 창의적 자료를 통해 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이 수준이라면 말그대로 '교사 수준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 지역 수준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백인 백색의 교육과정이 학교에 존재해야 한다. 교사 한 명 한 명의 교육과정이 모여 학년 교육과정이 되고, 학년 학년 교육과정이 모여 학교 교육이 되어야 한다.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상향식 교육과정 설계가 이루어질 때 교육과정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은 곧 각 개인별 교사의 교육과정의 연합체이며 부분 부분의 합은 전체의 합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때 교장, 교감을 포함한 교직원들은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나의 첫 교육과정 재구성>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아닌 아마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사례를 제시한 듯 싶다. 저자는 7개의 주제망을 가지고 한 해 학급을 운영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전에 학급 규칙을 세우고 공동체 정신을 구현한 학기 초 활동들은 교사와 학생 모두 처음 대면하는 시기라 무지나 힘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하고 그것을 실천해 옮긴 저자의 노력과 열정, 헌신과 희생이 한 눈에 보인다.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소재로 삼고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담아낸 저자의 교육과정이 단순히 학생 중심의 흥미로만 그치지 않고 사전에 교사의 사전 지식습득을 위한 폭넓은 독서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교사는 자고로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동영상도 충분히 교사의 역량을 넓힐 수 있는 도구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나의 우선순위는 '독서' 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교육과정 안에 법적으로 안착된 것은 합법적으로 교과 시간에 독서를 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교사들이여, 우리 모두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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