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 초록샘과 함께하는 신나는 교실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41
김정순 지음 / 보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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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조산초등학교 탁동철 선생님처럼 교실에서 계란을 부화해서 병아리를 키워 생명의 탄생을 직접 관찰하고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교사, 나비의 일생을 보여주고자 배추흰나비알을 길러 번데기 과정을 거쳐 나비가 나오기까지의 긴 과정을 교실에서 직접 보게 하는 교사,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화전을 직접 부쳐먹으며 도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맛보게 하는 교사, 교과서의 내용을 지식으로 전달하기 보다 직접 경험케 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익히게 하고자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용기내어 시도해 보는 교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현장학습 장소를 미리 사전 답사하여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꼼꼼히 체크하는 교사.... 김정순 교사의 학급 살이의 전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얼마전에 우리 학교에 이영근 선생님이 학급운영과 토론의 실제를 강의해 주고자 멀리 삼척까지 오신 적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연수에 참여하는 관계로 직접 만나보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영근 선생님의 아내가 바로 <맨날 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의 저자 김정순 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순간 깜짝 놀랐다. 부부의 삶이 이렇게 비슷하다니. 학급에서 만난 아이들의 삶을 위해 정성껏 교사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깊은 도전과 감동을 받는다. 경기도 군포시 둔대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자 부부는 학교 근처 마을로 아예 이사를 온다. 자신이 만날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교사의 삶이라고 은근히 종용한다. 아이들은 살아온 터전,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 마을 정서와 아이들의 삶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마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고 지내왔으니 아무래도 삶 자체가 마을이 아닐까 싶다. 교사가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거주하면 참 좋은 일이 많다. 학부모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언제든지 교사와 학생은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으니말이다. 

 

김정순 교사의 학급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초임교사 시절이 기억이 난다. 초임 발령을 받고 관사에서 5년간 생활했다. 주소도 옮기고 아예 마을 주민으로 정착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관사를 벗어나지 않고 지내다보니 금방 마을 주민들과 친숙해졌다. 나는 이방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되었고 학교의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점차 잠시 있다가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지낼 이웃으로 맞아주었다. 아이들이 살아왔던 마을이 곧 나와 학생들의 수업 공간이 되었다. 한창 왕건 드라마가 유명했을 때에는 학교 주변 산속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만의 드라마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배꼽 시계가 울리면 급식을 먹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던 기억들, 물고기를 잡으로 개울가에 내려가 온종일 놀았던 기억, 하루는 온종일 체육 시간으로 공차고 보냈던 그 시절. 물론 교육과정 재구성은 하지 않았지만 교사의 삶이 곧 아이들의 삶이었고 교과서에 가둬진 수업이 아니라 삶으로 수업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참 좋았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 한몸이었고 우리들의 이야기 자체가 곧 학습이자 수업이었다. 

 

김정순 교사의 학급살이를 읽어보면 우리 말을 오로지 사용하는 것을 본다. 포스트 잇이 아니라 붙임 종이로, 학급 아이들을 '개똥이들'로, 친구 관계를 동무로 호칭한다. 동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면서도 어깨동무처럼 늘 사용하던 말인데 학급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말인 것 같다. 텃밭을 가꾸되 아이들이 씨앗을 심고 모종을 심으며 수확까지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되 학생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길러낼 수 있도록 멀찍히 지켜보는 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아이들은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인데, 우리네 학급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의외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콘크리트벽 교실에 갇혀 뭔가 바쁘게 학습 활동을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좀처럼 생기가 사라지고 피곤함만 보이는 듯 싶다.  아이들의 삶과 자연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감염병과 미세먼지, 안전 때문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수업의 장면을 자연으로 가져가서 직접 학생들이 체험하고 고민하고 느끼도록 해야하는 것이 신바람 나는 공부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고통을 받고 자란다. 상처가 깊다. 곪은 상처가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치료가 된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부모의 역할을 한다. 상처 많은 아이들의 아픔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교사가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시간에 쫓겨 지내다보면 아이들의 내면을 볼 수 없다. 교사가 재충전할 수 있는 쉼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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