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주무세요!
여기 지음 / 월천상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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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키우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이들의 자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빠인 나보다 엄마인 아내가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오전오후에는 직장맘으로, 저녁에는 가사와 육아로 살았던 아내를 보면 그 힘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싶다. 지친 하루를 마감하며 잠이라도 푹 자야할텐데 콜록코록 기침 하는 아이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눈을 뜨는 사람은 아내였다.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육아가 좀 수월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다. 자녀를 키워 본 분들은 알겠지만 육아에 대한 부담이 자녀의 성장 속도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자녀에 대한 돌봄과 사랑은 죽을 때까지라는 부모님의 이야기가 지당하게 들려오는 것은 육아에 대한 변수는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면 그나마 아이들이 가장 귀여웠을때가 잠 때가 아니었던가 싶다.

 

지금도 막내는 초등학교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자기를 거부한다. 누나방에 들어가 꼽싸리 끼어 자려고 하고, 사춘기를 지내고 있는 누나는 버릇 없이 쳐들어오는 남동생을 구박하며 이제는 방문까지 걸어 잠그는 지경에 빠졌다. 급기야 잘 곳을 잃은 막내는 엄마아빠방에 들어온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잘 때 누군가가 걸그적 거리는 것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수면 방식 때문에 막내가 엄마 옆에 붙어 자는 것을 굉장히 예민해 한다. 그도그럴것이 자다보면 막내의 발이 엄마 배 위에 올라가 있거나 어떤 때에는 자면서 180도 회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옆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이의 특성 상 추운 겨울에도 덥다며 이불을 걷어차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다음날 일어나면 십중팔구 머리 아프다고 칭얼댄다. 상비약으로 타이레놀을 구비해 놓는다. 약을 먹인 뒤 30분 뒤면 말끔히 낫는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림책 마무리는 두 남매가 엄마아빠방에 들어가 자면서 온통 다리가 엄마아빠 배 위에, 심지어 얼굴 위에 가 있다. 뒷 이야기는 안 봐도 뻔하다. 출근하기 위해 겨우 일어난 엄마아빠는 피곤함이 눈에 가득히 쌓여 다크써클까지 끼며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 남매가 엄마아빠방에 들어가 자고 싶어 나름대로 꾀를 부리고 재롱을 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엄마아빠에게 정중히 인사한다. 그런데 이것은 전략이다. 엄마아빠의 마음을 떠 보는 것이다. 엄마아빠는 매정하게 너희들 방에 가서 자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손모양으로, 발모양으로, 엉덩이로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애교를 부린다. 엄마아빠가 얼른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아빠는 시침미를 뚝 뗀다. 결국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번 한 번만 들어준다는 셈치고 속아 넘어간다. 엄마아빠 곁에 자게 된 남매는 행복한 모습으로 잠자리에 든다. 그후 엎치락 뒤치락 하는 남매의 잠자는 습관은 그림책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아이를 키워보니 그림책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가 어렸을 적 모습이 기억 속에 되살아난다. 당시에는 숙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날이 많았었는데, 하루라도 편히 잘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힘들었던 기억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이 땅의 엄마들이 그렇다고 하지 않나. 출산할 때의 고통이 계속 남아있다면 자녀를 더 이상 낳지 않았을거라고. 세 아이의 귀여웠던 모습이 얼굴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많이 컸지만 아직 잠자는 습관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런 모습도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어제 밤 막내 이불을 덮어 주느라고 몇 번 깨어났던 불평함이 쏙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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